K-바이오 유치 뛰어드는 지자체…양적 성장·내실 부족 '양날의 검'
경기·전라·강원·충청·경상 등 전국서 유치전 가세
업계 "구체적 성과 안 나면 산업 이미지 하락 우려"
-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바이오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지방자치단체별로 바이오분야 클러스터(집적산업단지) 유치 경쟁이 뜨겁다. 지역 정치권까지 나서 산업을 키우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투자 방침을 환영하면서도 규제 완화, 인력 양성 등이 실제로 이루어져야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K-제약·바이오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2160억 달러(약 298조 6000억 원)다. 이재명 정부는 향후 3000억 달러(약 411조 1200억 원) 수준으로 시장 규모를 확대하려 한다.
전남, 경기·인천, 제주, 대구·경북 등 각 권역에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클러스터에서는 입주기업 성장, 국가 산업발전, 수출경쟁력 제고, 고용, 연구개발(R&D) 투자 등이 이루어지며 지역경제 활성화의 구심점 역할을 해 지자체로서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유치 경쟁도 뜨겁다. 광주시와 전남은 새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과 산업 균형 발전을 위해 '서남권 첨단 바이오헬스복합단지' 조성을 위해 손을 잡았다.
인천시와 경기 시흥시도 전국 5개 바이오 특화단지 연계형 종합지원계획 수립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민간·지자체·중앙정부 협력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인데, 구상대로 실현되면 나쁠 게 없다.
정부 차원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 덕에 타 산업군에서는 바이오산업에 부러운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장밋빛 전망 속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한창 바이오 벤처 붐이 일던 2000년대 초반부터 바이오산업 육성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20년이 넘은 지금 인천 송도나 충북 오송 정도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바이오 단지를 구축한 지자체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다른 산업에 비해 연구개발에 장기간 고비용이 드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인데, 대다수 지자체가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 유치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균형 발전이라는 정부의 기조는 이해한다. 지역 국회의원도 임기 내 성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시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유치보다 중요한 건 후속 조치다. 단기적으로 성과가 안 나와도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데,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투자 유치를 위한 노력이 부족한 부분도 있다"고 꼬집었다.
바이오산업이 제대로 이어지려면 고급 인력 유치가 필수적인데, 대부분 젊은 인재들이 수도권행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지역이 유치하는 클러스터가 제 기능을 할지 의문을 갖는 시선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특히 바이오는 R&D 비중이 높은데, 고급 인력은 수도권에 몰리는 상황이다. 기업을 유치하기 전에 교육기관을 먼저 들이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큰 기업 몇 개만 유치한다고 바이오 단지가 되는 것이 아니다. 벤처·중견·대기업에 학교, 당국기관 등 고루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내실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또 "바이오 클러스터 내 기업에 투자했는데 성과가 늦고 흐지부지되면 산업이 침체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전국에 바이오산업을 분산시키는 대신, 역량을 갖춘 지역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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