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시가’ 철수 이어 희망퇴직 진행…재고 물량 HK이노엔이 유통

마케팅 등 전 분야서 희망퇴직 접수…40여명 신청
포시가 공급중단 결정…환자 치료제 선택 폭 감소 우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신약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한국아스트라제네카 제공)/뉴스1 ⓒ News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 신약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를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한 데 이어서 희망퇴직 프로그램(EPR)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포시가 국내공급을 중단할 방침이다. 철수 전까지 앞서 공급된 포시가 유통은 HK이노엔(195940)이 담당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포시가 철수와 EPR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PR은 포시가 국내 철수 등에 따른 후속 조치로 예정된 수순이었다. 15년 이상 근속한 직원 11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15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영업직 위주로 4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시가는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 신약이다. 지난 2022년 기준 500억원가량의 처방액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지난해 4월7일 특허가 만료되면서 후발의약품(제네릭) 수십 여개 제품이 출시됐다. 포시가 제네릭 출시에 나선 제약사만 60여곳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제네릭 출시 여파 등으로 포시가의 국내 공급을 중단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포시가는 △당뇨병(혈당강하) 외에도 △만성 심부전 △만성 신장병 등 적응증을 보유한 오리지널 의약품이다. 세 가지 적응증을 보유한 약물은 포시가 외에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이 유일하다.

업계는 제네릭 출시로 오리지널 약물인 포시가의 가치가 인정받지 못하고 약가를 인하해야 하는 등의 상황에 놓이자 아스트라제네카가 국내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의 약가 인하는 다른 3국에서의 약가 인하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오리지널 의약품은 제네릭이 출시되면 약가가 인하된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모두 53.55%로 조정된다. 1년간 한시적으로 가산이 적용돼 오리지널 제품은 기존의 70%까지 약가가 인정된다.

제네릭이 출시되면서 지난해 5월 포시가 약 가격의 상한금액 인하가 고시됐다. 734원에서 53.55%에 1년 한시 가산을 적용해 514원으로 낮아졌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상한금액 조정 고시를 두고 소송을 제기했고, 집행정지 가처분이 인용되면서 오는 2월까지 734원의 약가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본안 소송은 따로 진행 중이다.

설령 본안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약가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특허 만료와 제네릭 출시로 약가 인하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연간 5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포기하고, 단순히 공급 중단이 아닌 품목허가 취소까지 결정한 배경에는 약가 인하에 따른 손실이 이를 상쇄하고도 더 크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기존 포시가 처방을 받던 환자들의 혼란을 막고 완전 공급 중단 때까지는 HK이노엔이 유통을 담당한다. 포시가 재고 물량은 올해 1년치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HK이노엔은 지난해 10월 아스트라제네카와 포시가 주성분에 시타글립틴 성분을 더한 복합제 시다프비아를 공동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12월에는 포시가 주성분에 메트포르민을 합친 복합제 직듀오를 공동판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HK이노엔은 올해 1월1일부터 직듀오 판매를 시작했다. 직듀오 공동판매 계약과 함께 포시가와 관련한 계약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포시가 품목허가 취소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논의 중이다. 만성 심부전, 만성 신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치료제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포시가 국내공급 중단과 관련한 결정은 회사의 포트폴리오 전략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내린 것”이라면서 “앞으로 다른 혁신적인 의약품 개발 및 공급에 더욱 집중해 한국 환자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