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사회, 올바른 구강관리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김현정의 준비된 노후]
김현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
초고령 한국 사회는 이미 장수사회다. 기대수명은 83.7세(남자 80.8세, 여자 86.6세)이지만, 65세 이후 고령자의 최빈 사망연령은 이보다 약 8~10년 높은 90세 전후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분명하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랫동안 씹고 삼키고 걷고 넘어지지 않으며 폐렴 없이 살아갈 수 있느냐다.
구강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기관이 아니다. 생존과 건강, 사회적 삶을 유지하는 핵심 기관이다. 씹기와 삼킴 기능이 약해지면 식사량이 줄고 영양상태가 악화하며, 음식물이나 구강세균이 기도로 넘어가 흡인성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구강은 소화와 면역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침은 구강의 자정작용을 담당하고 소화를 돕는 동시에 항균 작용을 한다. 구강염증은 전신염증과 직결된다. 또한 구강은 감각과 소통의 기관이다. 맛을 느끼고 음식의 질감과 온도를 구별하며 혀와 입술, 치아의 협응으로 말을 만든다. 이 기능이 떨어지면 식욕은 감소하고 발음은 부정확해지며 사회적 관계도 위축된다. 구강 상태는 곧 삶의 질이다.
많은 사람이 구강건강을 단순히 치아의 문제만으로 여긴다. 그러나 구강은 치아와 치조골, 치주조직뿐 아니라 편도선, 혀, 침, 근육이 함께 작용하는 공간으로, 치과·이비인후과·재활의학이 만나는 융복합 영역이다. 구강 노쇠는 침 분비 감소와 씹기·삼킴 기능 저하로 식사량 감소를 초래하고, 이는 영양불량과 노쇠, 근감소증으로 이어져 낙상 위험을 높이고, 낙상은 골절과 와상,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여기에 흡인성 폐렴까지 더해지면 삶의 질은 급격히 무너진다. 이는 단순한 감염이 아니라 부적절한 구강 관리에서 시작된 전신질환이다.
도쿄대와 도쿄도립노인병원 연구진이 일본 지바현 가시와시의 고령자 2000여 명을 10년 이상 추적한 연구에서도 이러한 연결고리는 확인된다. 구강 노쇠는 이후 노쇠 2.4배, 근감소증 2.2배, 장애 2.3배, 사망 위험을 2.2배까지 높인다. 침 분비, 씹기, 말하기, 삼키기, 치아 개수로 구성된 OF-5 점수는 2~3년 후 노쇠를 예측하는 지표다. 구강 노쇠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고령자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신호이자 모니터링–분석–중재–피드백으로 이어지는 폐쇄형 예방관리 체계에서 추적할 수 있는 핵심성과지표(KPI)다.
구강 노쇠 예방의 핵심은 거창한 치료가 아니라 운동, 영양, 구강 관리, 약물 관리의 균형에 있다. 특히 구강 관리와 함께 매끼 단백질 섭취가 매우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같은 양의 단백질을 섭취해도 소화·흡수 능력과 근육 합성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령자에게는 충분한 단백질 섭취와 함께 근력 운동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운동 전후의 적절한 단백질 섭취는 근육 유지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단백질 식품이라도 씹지 못하고, 삼키지 못하고, 입 안이 건조하거나 통증이 있다면 제대로 섭취할 수 없다. 따라서 일상에서 올바른 구강 관리는 필수다. 칫솔질과 함께 구강 세정, 구강건조 관리, 삼킴 기능 확인, 정기적인 치과 검진이 기본이다. 아울러 포괄적 노인 평가와 학제적 접근은 건강한 장수를 위한 고령자 건강관리의 핵심이다. 결국 잘 씹고, 잘 삼키고, 충분히 먹고, 꾸준히 움직이며, 불필요한 약을 줄이고, 정신건강을 함께 돌보는 것이 불필요한 건강보조제 섭취보다 더 우선돼야 한다.
올바른 구강 관리는 어렵지 않다. 칫솔질 후에는 구강에 남아 있는 치약과 음식물 잔사, 구강세균을 200mL 이상의 물로 깨끗하게 제거해 폐로 넘어가는 염증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또 구강 운동을 통해 삼킴 기능을 유지하며, 구강 상태를 지속해서 확인하는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고령자나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보다 체계적이고 안전한 맞춤형 구강 관리 방법이 적용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치료가 아니라 예방이다. 기능 저하 초기 단계에서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에 구강 관리 관련 수가가 포함돼야 한다.
장수사회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더 오래 '건강하게' 살아가는 근거 기반 정책이다. 그런데 돌봄통합에서 구강 관리가 공백이다. 입속을 돌보는 일은 곧 몸을 돌보는 일이며, 삶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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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필자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뇌신경과학 분야를 연구한 학자이며 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으로 의료계와 학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의학과 치의학의 경계, 장애인 치과, 지역사회 구강돌봄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은퇴 후 황금 노후를 준비하는 어르신들에게 건강한 노후, 슬기로운 노후 준비를 위한 길라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