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치매시대]② 돌봄 공백, 가족의 부담으로

치매환자보다 보호자가 먼저 쓰러진다…비공식 돌봄비용 10조 원
장기요양 사각지대·지방 인력난 겹쳐 "가족이 복지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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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치매환자 1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가족의 부담이 한계에 다다랐다. 치매안심센터와 요양보험이 확대됐지만, 현실에선 가족 돌봄이 여전히 유일한 해법이다.

간병, 생활지원, 감정노동이 장기화하면서 보호자 우울증, 이직, 가계 파탄이 잇따른다.

치매 돌봄비용 24조 원…그중 40%가 가족 몫

30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치매 사회경제적 비용은 24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비공식 돌봄(가족 간병) 비용이 약 40%를 차지한다.

치매환자 1인당 평균 연간 비용은 2500만 원, 가족 중 한 명이 일을 그만두거나 전업 간병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많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치매 가족의 62%가 "돌봄으로 건강이 악화했다"고 답했고 "더 이상 돌봄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응답도 45%에 달했다.

특히 경증 치매 환자들은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해 제도권 돌봄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지방은 간병인조차 부족…입원 포기 사례 속출

수도권은 요양병원과 방문요양센터가 밀집돼 있지만, 지방은 인력난이 심각하다.

대한치매학회 조사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간병인 중개센터 수가 수도권 4.2개, 지방 1.1개에 불과하다. 장기요양기관 역시 서울 1450개, 전북 320개, 강원 280개로 지역별 격차가 5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간병인을 구하지 못해 입원을 포기하는 치매 가족"이 속출하고 있다. 요양원 대기 기간은 평균 4~6개월로, 가족이 직접 돌보는 시간이 늘고 있다.

한 70대 여성 보호자는 "밤새 환자를 돌보다 쓰러진 적이 있다"며 "요양원 입소를 기다리다 내가 먼저 아픈 상황"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돌봄기기, 가족 부담 줄이는 해법으로

전문가들은 디지털헬스케어 기반 보행분석 키오스크가 가족 부담을 줄이는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칠곡경북대병원과 대구경찰청에서 실증 중인 이 시스템은 환자의 보행 패턴, 보폭, 속도, 균형을 AI가 자동으로 분석해 퇴행성 뇌질환이나 인지 저하 가능성을 조기에 탐지한다.

또한 데이터를 지역 의료기관과 실시간으로 공유해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도 원격 진단과 지속 관리가 가능하다.

보건소와 복지시설, 요양기관을 연계한 디지털 헬스 네트워크가 확산하면 가족이 모든 돌봄 단계를 떠맡는 구조에서 벗어나 공공, 민간, 가정이 함께 돌보는 분산형 모델이 가능해진다는 평가다.

대구시 관계자는 "보행분석 데이터는 단순한 건강검진을 넘어 돌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정보 자산"이라며 "가정 기반의 돌봄 체계가 한계에 다다른 만큼, 이런 기술이 지역 복지정책의 기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와 기술 투트랙으로 가야 효과적"

전문가들은 기술만으로는 돌봄 위기를 막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장기요양보험은 생활지원 중심이라 디지털 기기 설치비, 데이터 관리 인력 지원은 빠져 있다. 또한 치매가족지원센터는 전국 260여 곳에 불과해 지역별 접근성 격차가 크다.

복지부는 2026년부터 '치매 스마트케어 시범사업 확대해대해 AI 인지훈련기기, 배회감지 시스템, 원격 모니터링 플랫폼을 지자체별로 도입할 계획이다.

범부처통합헬스케어협회 관계자는 "AI 돌봄과 제도개편이 병행해야 100만 치매시대의 돌봄 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