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로 활로 넓히는 K-의료기기…"맞춤형 정부 지원 필요"

루닛, 사우디·태국에 공급…웨이센은 베트남으로
"미국·EU 대안 아시아 주목, 기업 체감형 지원 필요"

웨이센 김경남 대표(왼쪽)와 후에중앙병원 팜느히엡 병원장이 MOU문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웨이센 제공)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국산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업체들은 각국 현지 전시회에서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 기대감도 크다.

이런 흐름이 꾸준히 이어지기 위해선 업체의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의 '맞춤형 지원'도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의료기기 신흥 시장' 동남아 공략…2020년대 들어 엑셀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2025 베트남 K-의료기기 전시회(K Med Expo)'가 열렸다.

올해로 3회차를 맞은 이번 전시회에는 총 150개 국내 기업이 참가해 200부스 규모로 운영됐다. 진단용 의료기기, 수술기기, 피부미용기기, 의료 소모품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 제품이 전시됐다.

특히 전시회 기간 총 770억 원 규모의 수출 상담이 진행됐으며, 이 중 약 360억 원 상당의 계약이 추진됐다. 또 현장에서 8건 이상의 양해각서(MOU)가 체결, 한국 의료기기 기업들의 베트남 시장진출을 위한 실질적 성과를 거뒀다.

K-의료기기 업계의 동남아 진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0년 시동이 걸린 동남아 시장 개척은 2020년대 들어 불붙었다.

최근 들어 구체적인 사례가 더 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의료기술 기업 웨이센은 이달 초 베트남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 후에중앙병원과 AI 내시경 '웨이메드 엔도'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산업용 로봇제조사 엔젤로보틱스(455900)는 웨어러블 보행 재활 로봇 '엔젤렉스 M20'이 베트남 당국으로부터 정식 의료기기 인증을 획득해 날개를 달았다.

AI 의료진단 기업 루닛(328130)도 2022년부터 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 진단 솔루션을 제공해 영역을 넓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은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재활 의료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여전히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쪽이 최대 시장임은 변함이 없지만, 동남아 역시 개척할 만한 신흥 시장"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025 베트남 K 의료기기 전시회(K Med Expo)' 내 경기도관. (경기도 제공)
국산 제품, 기술력·가격 등 메리트…관가도 적극 지원

우리 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은 혁신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제품 가격이 저렴한 메리트도 있다.

베트남의 경우 2023년 한국을 의료기기 신속 허가 제도 허용 국가에 포함돼 장벽도 낮은 점도 눈에 띈다.

신흥 시장 개척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에 관가(官家)도 힘을 보태고 있다. 경기도는 베트남 K-의료기기 전시회에 '경기도관'을 구성해 4260만 달러 규모의 상담 성과와 780만 달러 상당의 계약을 끌어냈다.

같은 행사에서 성남시와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도 관내 기업들의 해외 마케팅을 지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도 K-의료기기의 글로벌 진출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좀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정부 차원에서 현지 시장에 맞는 세밀한 전략 수립을 해주길 원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나 중동 지역은 아직 완전히 개척한 상태가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 직판하기는 어려운 구조일 것"이라며 "현지 에이전트나 파트너사와 협업을 통해 브랜드의 인지도를 올리는 상황인데, 좀 더 디테일한 차원에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국가 무역을 위해 노력하지만, 제약·바이오·의료기기 쪽은 특수한 전문성이 있기에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마케팅 지원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