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갈 곳' 미리 정한다…중증도 따라 최종치료까지 연결

의료혁신위원회, 응급의료 적기 이송·치료 대정부 권고안 논의
야간·휴일 비응급 진료 확충…병상·수술실 등 실시간 정보 연계

지난 8월 경기 수원시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로 환자들이 들어가고 있는 모습. ⓒ 뉴스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응급환자가 자신의 중증도와 필요한 치료에 맞는 의료기관으로 신속하게 이송돼 수술·시술 등 최종 치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 체계를 전면 개선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비응급환자는 야간·휴일에도 응급실 외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중증 환자는 치료 역량을 갖춘 의료기관으로 바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의료혁신위원회는 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정기현 위원장 주재로 제10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 적기 이송 및 치료를 위한 대정부 권고안'을 논의했다.

혁신위는 국민 참여를 통해 의료 분야 제도 개선과 의료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된 민관 합동 기구다. 의료계와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학계, 노동계, 경영계, 정부 등이 참여해 의료 개혁 과제를 논의하고 대정부 권고안을 마련한다.

혁신위는 지난 8월에도 초고령사회에 대응해 만성질환과 치매, 노쇠 등 증가하는 건강·돌봄 수요에 맞춰 치료 중심에서 예방·건강관리 중심의 지역 기반 의료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 권고안은 응급환자가 발생한 순간부터 적정 의료기관으로의 이송, 응급실 진료, 수술·시술 등 최종 치료까지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는 응급환자의 중증도에 맞지 않는 응급실 이용이나 응급실 진료 이후 수술·중환자 진료 등 필요한 최종 치료로 원활하게 연결되지 못하는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혁신위는 환자의 중증도와 필요한 치료에 따라 진료 경로를 명확히 하고, 지역 내 의료기관의 역할 분담과 협력을 통해 최종 치료까지 이어지는 응급의료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어디로 가야 하나" 전문 상담 강화…야간·휴일 진료도 확충

우선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환자가 적절한 진료 경로를 안내받을 수 있도록 전문 상담·연결 기능을 강화한다.

119구급상황관리센터와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의 의료인 등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환자의 상태에 맞는 대처 방법과 진료 기관을 안내하고 상담 결과에 따라 응급환자는 신속하게 응급의료체계로 연결한다.

비응급환자에게는 이용 가능한 병의원이나 자가 관찰 방법 등을 안내해 응급실로 환자가 몰리는 것을 줄인다.

야간·휴일에 비응급환자가 응급실 외에서도 진료받을 수 있도록 지역 병의원의 야간·휴일 외래 등 대체 진료 경로도 확충한다. 참여기관의 운영시간과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시간대별 수가 가산과 운영 지원 등을 통해 의료기관 참여를 뒷받침한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중증 환자는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분야별 전문기관 직접 이송

환자의 중증도와 필요한 치료를 기준으로 적정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원칙도 확립한다.

이송 과정에서 해당 의료기관이 환자를 수용하기 어려운 경우에 대비해 후순위 이송경로를 사전에 마련하고, 중증 외상·심뇌혈관질환·분만 등 전문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해당 치료가 가능한 분야별 전문 응급의료기관으로 직접 이송하도록 한다.

응급의료기관별 역할도 다시 정립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 응급환자의 응급수술과 중환자 진료 등 최종 치료에,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지역 내 배후 진료에 중점을 두도록 한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은 경증 응급환자를 진료하면서 상태 변화를 살피고 중증응급환자로 확인되면 초기 안정화 후 상위 응급의료기관으로 전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응급의료기관의 지정·평가 기준도 실제 치료 역량을 중심으로 바뀐다. 시설과 인력뿐 아니라 응급수술과 중환자 진료를 실제로 제공할 수 있는지를 강화해 확인하고 요건을 갖추기 어려운 기관은 기능을 조정하거나 상위기관과 연계·전원체계를 마련하도록 한다.

부족한 배후 진료 인력은 지역 단위로 묶는다

지역 내 부족한 전문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거점기관 중심의 협력체계도 강화한다.

기관 간 순환 당직이나 공동 운영, 파견협약 등을 활용하고 참여 의료기관과 의료인에 대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 지역 단위의 상시 대응 역량을 확보한다.

의료자원이 부족한 취약지는 인접 지역의 치료 가능 기관과 이송경로를 미리 정하고 장거리 이송에 필요한 구급 자원과 의료지도체계도 보강한다.

취약지 의료기관의 중증 환자 초기 안정화와 전원 판단 기능을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상위 의료기관 전문의와 실시간 협진을 지원한다.

병상·수술실 정보 실시간 공유…AI 활용도 검토

응급의료체계가 실제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지속해서 점검하는 방안도 담겼다.

환자 미수용 원인과 재이송·재전원 등 이송·전원 과정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지역별 이송경로 조정과 응급의료체계 개선에 활용한다.

119구급상황관리센터와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기관 간에는 병상·수술실·중환자실, 전문과목 당직 등 진료 가능 상태를 실시간으로 연계한다. 이를 통해 구급대원이 필요한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확인하고 적정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할 수 있도록 한다.

병원정보시스템과의 자동 연계 등을 통해 관련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병원 전·후 중증도 분류 결과를 비교해 이송 기준도 개선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응급 이송 분석·판단 지원도 단계적으로 검증하고 확대한다. 응급수술·중환자 진료와 전문 진료과목 당직, 전원환자 수용 등 실제 수행하는 기능과 기관 간 협력 수준에 맞춰 보상하는 체계도 검토한다.

정 혁신위원장은 "응급환자가 적정한 의료기관으로 신속히 이송되고 수술과 중환자 진료 등 최종 치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응급의료 체계 혁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증상과 중증도에 맞는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상담과 안내를 강화하는 한편, 야간·휴일에도 비응급환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일상 진료체계를 충분한 수준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권고안이 국민이 어디에 살든 필요한 응급의료를 적기에 받을 수 있는 체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