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폐암 환자 3명 중 2명 놓친다…국제 검진기준 밖 '사각지대'
국내 폐암 환자 8만9860명 분석…해당 비율 35.4% 그쳐
여성 환자 92.3% 비흡연자…"한국형 위험도 평가도구 필요"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국내 폐암 환자 3명 중 2명은 나이와 흡연력을 중심으로 한 국제 폐암검진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여성 폐암 환자의 대부분이 비흡연자인 것으로 나타나 흡연력 중심의 현행 검진 체계만으로는 국내 폐암 고위험군을 충분히 선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8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호흡기내과 김연욱 교수 연구팀은 국가암등록자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자료 등을 연계한 'K-CURE 암 공공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2013~2018년 국내 폐암 환자 8만 9860명을 분석했다.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활용한 폐암검진은 폐암을 조기에 발견해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다만 방사선 노출과 과잉진단 우려 등이 있어 일반적으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현재 국제적으로 활용되는 폐암검진 기준은 흡연력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국제 기준인 2023년 미국암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50~80세이면서 누적 흡연량이 20갑년 이상인 환자를 검진 대상군으로 분류해 분석했다.
갑년(pack-year)은 하루 흡연량과 흡연 기간을 곱한 개념으로, 20갑년은 하루 한 갑씩 20년간 흡연한 수준을 의미한다.
그 결과 국내 폐암 환자 가운데 해당 기준을 충족한 비율은 35.4%(3만 1804명)에 그쳤다. 실제 폐암 환자 3명 중 1명만 검진 대상에 포함됐고 나머지 64.6%는 검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전체 폐암 환자 가운데 비흡연자 비율은 44.1%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시행 중인 국내 국가폐암검진 기준은 54~74세이면서 30갑년 이상 흡연한 현재 흡연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기준이 더욱 엄격하다. 연구팀에 따르면 실제 환자 중 해당 기준에 포함되는 비율은 11.3%에 불과했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더욱 두드러졌다. 전체 여성 폐암 환자의 92.3%는 비흡연자였으며, 50~80세 여성 환자 가운데 미국암학회 검진 기준을 충족한 비율은 2.3%에 그쳤다. 여성에서 폐암 검진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특히 높다는 의미다.
검진 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환자 상당수는 폐암이 진행된 뒤 진단됐다. 50~80세 비흡연 환자의 36.9%, 흡연량이 20갑년 미만인 환자의 41.1%는 폐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원격전이 상태에서 진단받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고도 흡연자를 중심으로 마련된 국제 폐암검진 기준이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검진 대상을 일률적으로 확대하기보다는 검진 사각지대에 있는 고위험군을 효과적으로 선별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연욱 교수는 "최근 비흡연자와 젊은 연령대의 폐암이 증가하면서 흡연력 중심의 현행 국제 검진 기준은 많은 폐암 환자를 포함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며 "단순 연령과 흡연력뿐 아니라 성별, 기저질환, 가족력, 직업·환경 노출 등을 종합한 '한국형 폐암 위험도 평가도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게재됐다.
sssunhu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