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진료 연 300회 넘으면 본인부담 90%…중복진료 관리도 강화
과다 의료이용 관리체계 개편…아동·임산부·중증·희귀질환자는 제외
CT·MRI부터 의료이용내역 확인…건보료 정산·급여관리 제도도 손질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내년부터 연간 외래 진료를 300회 넘게 받으면 본인부담률이 90%로 높아진다. 더불어 반복·중복 진료를 줄이기 위해 의료기관이 환자의 진료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된다.
보건복지부는 8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관련 시행규칙과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도 함께 공포된다.
아울러 건강보험료 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입자의 일시 납부 부담과 사업장의 행정부담을 완화하고 급여·비급여 관리체계도 정비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2024년 기준 17.9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6회의 약 2.7배 수준이다.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경우 개별 의료기관이 다른 기관의 진료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워 동일·유사 검사와 치료가 반복되는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개정안에 따르면 2027년 1월 1일부터 연간 외래진료가 300회를 초과하면 301회째 진료부터 건강보험 본인부담률 90%가 적용된다. 연간 300회는 주당 약 6회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수준이다.
이번 조치는 기존 과다 의료 이용 관리제도를 강화한 것이다. 정부는 2024년 7월부터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365회를 넘는 건강보험 가입자에 대해 초과 진료분의 본인부담률을 90%로 적용해 왔다. 당시 기준은 사실상 하루 한 번씩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수준을 고려해 설정됐으며 반복·중복 진료와 의료쇼핑을 줄이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이번 개정으로 적용 기준은 연 365회 초과에서 300회 초과로 강화된다.
다만 질환 특성상 잦은 외래진료가 불가피한 환자에 대한 보호장치는 유지된다.
아동과 임산부, 산정 특례 대상 중 중증장애인, 중증·희귀·중증 난치질환으로 해당 질환 치료를 받는 환자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밖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 과다의료이용심의위원회가 의학적 필요성을 인정하는 경우 예외 적용이 가능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래진료 이용자 약 4840만 명 가운데 연간 300회를 초과해 의료기관을 이용한 사람은 7765명이었다. 이들의 연평균 외래 이용 횟수는 344.7회였으며 연간 1775회 외래진료를 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정부는 반복·중복 진료를 줄이기 위한 '요양급여내역 확인 시스템' 구축·운영 기반도 마련했다. 현재는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하더라도 의료기관 간 진료 정보 확인이 어려워 동일·유사 검사와 치료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새 시스템은 진료·처방 시점에 필요한 의료 이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반복 진료와 과다 의료 이용에 따른 환자 안전 위험을 낮추는 데 목적이 있다. 오는 12월 24일부터 CT와 MRI에 우선 적용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구축·운영을 맡는다.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EMR)과 연계해 현장의 행정부담도 최소화할 계획이다.
건강보험료 정산 과정에서 가입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현재는 직장가입자가 연말정산 등으로 추가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가 자신의 1개월분 보수월액보험료 본인 부담액 이상일 경우에만 최대 12회 분할납부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 달부터는 추가보험료가 보수월액보험료 하한액 이상이면 분할납부를 신청할 수 있도록 기준이 완화된다.
2026년 기준 가입자 본인 부담 추가보험료가 1만 80원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어 대부분의 정산 대상자가 필요에 따라 분할납부 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장의 연말정산 신고 부담도 줄어든다. 사업장이 건보공단에 보험료 연말정산 자료를 제출하는 기한은 현행 매년 3월 10일에서 3월 31일로 연장된다. 이에 따라 국세청 자료를 먼저 활용한 뒤 사업장이 이를 확인·보완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개선돼 보수총액 신고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의료기술 변화에 맞춰 건강보험 급여·비급여 관리체계도 정비한다. 기존에 급여 또는 비급여 대상으로 고시된 의료행위와 치료 재료라도 안전성·유효성, 경제성, 급여 적정성 등에 변화가 발생한 경우 재검토할 수 있도록 직권 조정 사유를 명확히 규정했다.
또 약사법에 따라 허가 또는 신고된 의약품 가운데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결정되지 않은 약제가 비급여 대상이라는 점도 법령에 명시해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공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석상 혼선을 줄이기로 했다.
유주헌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이번 개정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진료는 충분히 보장하면서 반복·과다 의료 이용에 따른 환자 안전 위험은 줄이고 국민이 더욱 적정하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이 변화를 실제로 체감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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