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사진 한 장으로 치매 위험 예측…국내 연구진 AI 개발

건강검진 안저 사진 10만8008장 분석…현재·향후 발병 위험 예측
기존 치매 위험평가 도구보다 우수…AI 판단 근거도 시각화해 제시

인공지능이 안저 사진의 어느 부위를 보고 판단했는지 보여주는 히트맵.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망막 안저 사진만으로 현재 치매 여부를 선별하고 향후 치매 발생 위험까지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

서울대병원은 박상민 가정의학과 교수, 자이메드 장주영 박사, 한창호 서울의대 의료빅데이터연구센터 연구조교수·김재원 박사 연구팀이 안저 사진을 기반으로 치매를 선별·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치매는 임상 평가와 인지검사, 뇌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종합해 진단하지만 비용과 접근성 문제로 대규모 선별검사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망막은 인체에서 혈관과 신경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조직으로 '뇌로 통하는 창'(window to the brain)으로 불린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망막 신경섬유층 변화와 혈관 이상이 나타난다는 연구들이 꾸준히 보고돼 왔다.

이에 연구팀은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대병원 건강검진 수검자 3만 6322명의 안저 사진 10만 8008장을 활용해 AI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안저 촬영 전후 2년 이내 치매 진단을 받은 1001명을 치매군으로 분류하고 치매가 없는 대조군과 1대4로 매칭해 학습 데이터를 구축했다. 이후 5종의 파운데이션 모델과 3가지 미세조정 전략을 조합한 총 15개 AI 모델의 성능을 비교·평가했다.

그 결과 수백만 장의 안저 사진으로 사전 학습된 'RETFound-MAE' 모델에 부분 미세조정을 적용한 AI가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이 모델의 현재 치매 선별 성능(AUROC)은 0.750, 향후 치매 발생 예측 성능(C-index)은 0.812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임상 치매 위험 평가 도구인 CAIDE의 AUROC 0.624, C-index 0.689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나이와 성별 등 기존 위험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AI 점수가 높을수록 현재 및 미래 치매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안저 사진이 기존 위험인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치매 관련 정보를 담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AI의 판단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AI' 기술도 적용했다. 분석 결과 AI는 시신경유두와 시신경유두 주변 영역에 가장 높은 주목도를 보였다. 시신경유두 전체의 주목도는 일반 주변 영역보다 5.72배 높았으며, 특히 시신경유두의 귀쪽 영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 시신경유두와 황반을 연결하는 유두황반다발 등 기존 연구에서 치매와 관련성이 제기된 망막 부위에도 높은 주목도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AI가 생물학적으로 의미 있는 망막 신호를 활용해 치매 위험을 판단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추가적인 고비용 검사 없이 일상 건강검진 과정에서 촬영하는 안저 사진을 활용해 치매 위험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치매 예방과 조기 개입 전략에 유용한 보조 도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pj Digital Medicine'(IF 18.0) 최신호에 게재됐다.

(왼쪽부터)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자이메드㈜ 장주영 박사, 서울의대 의료빅데이터연구센터 한창호 연구조교수·의과학과 김재원 박사. (병원 제공)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