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흉부 엑스레이 한 장, 자연방사선으로 치면 며칠 치일까
어홍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흉부 엑스레이를 찍고 나면 종종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이거 자주 찍어도 괜찮은 거예요?"
손사래를 치며 별거 아니라고 답하는 의료진도 있고 "그래도 방사선인데…"라며 정색하는 사람도 있다. 막연한 두려움과 막연한 안심 사이, 정확히 어느 쪽에 진실이 있을까. 숫자를 따라가 보면 답이 조금씩 보인다.
흉부 엑스레이 한 장을 찍을 때 우리 몸이 받는 방사선량은 질병관리청 자료를 기준으로 약 0.1mSv(밀리시버트)다. mSv는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단위인데 숫자만 봐서는 감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비교가 필요하다.
우리는 가만히 숨만 쉬어도 방사선에 노출된다.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 땅에서 올라오는 방사선, 음식물 속 미량의 방사성 물질까지 더하면 한국인은 연평균 약 3.8mSv의 '자연방사선'을 매년 받는다. 이를 하루 단위로 나누면 하루에 약 0.01mSv씩 누적되는 셈이다. 계산해 보면 흉부 엑스레이 한 장은 자연방사선 약 9~10일 치에 해당한다. 흉부 사진 한 장을 찍는 일이, 평소 열흘 정도 숨 쉬고 사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CT는 어떨까. 검사 부위와 조영제 사용 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흉부 CT 한 번은 대략 5~10mSv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엑스레이의 50배에서 100배에 달하는 양이다. 반면 폐암 검진에 쓰이는 저선량 폐 CT는 이보다 훨씬 적은 0.3~2mSv 수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같은 CT라도 '저선량'이라는 이름이 붙은 데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래봐야 며칠 치인데 뭘 걱정하나' 싶을 수 있다. 실제로 일회성 검사만 따지면 의료방사선으로 인한 위험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검사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질병관리청이 2025년 발간한 국민 의료방사선 평가 연보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의료방사선 피폭선량은 2020년 2.46mSv에서 2024년 3.13mSv로 늘었다. 같은 기간 1인당 의료영상 검사 건수도 5.9건에서 8.0건으로 증가했다. 검사 한 번의 양은 작아도 받는 횟수가 늘어나면 누적되는 양도 함께 늘어난다는 뜻이다. 건강검진에서 해마다 찍는 흉부 엑스레이, 감기로 들른 응급실에서 받은 CT, 다른 병원에서 이미 찍었지만 다시 찍게 되는 검사까지 더하다 보면 "한 장은 가볍다"는 말이 무색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정당화와 'ALARA'(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한 낮게)를 포함한 최적화 원칙을 강조한다. 필요한 검사는 받아야 하지만 같은 진단 효과를 낼 수 있다면 방사선량은 가능한 만큼 낮춰야 한다는 원칙이다. 검사를 무조건 피하라는 뜻이 아니라,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부분을 줄이자는 이야기다.
환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검사 전에 "이 검사가 왜 필요한가요?"라고 한 번 물어보는 것. 최근 다른 병원에서 비슷한 검사를 받았다면 그 사실을 알리는 것. 그리고 방사선에 더 민감한 자녀나 잘 기억하지 못하시는 부모님의 검사 이력을 한 번 더 챙겨보는 것이다. 작은 질문 하나가 불필요한 중복 촬영을 줄이는 시작이 될 수 있다.
흉부 엑스레이 한 장은 분명 가볍다. 그러나 가벼운 것들도 쌓이면 가벼움을 잃는다. 방사선은 무조건 피해야 할 위험이 아니라 필요할 때 정확히 쓰고 불필요하게 쌓이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다음에 진료실 의자에 앉게 된다면 '이번 검사가 정말 필요한가'를 한번 생각해 보는 것. 그것이 막연한 공포보다, 막연한 안심보다 나은 태도일지 모른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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