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의사들 떠날 것"…'대구 응급실 뺑뺑이' 의료진 송치에 반발

"전공의에 형사책임 묻는 건 가혹"…의료계 잇단 성명
"희생양 찾기 중단해야…의료사고특례법 제정 촉구"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응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스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3년 전 대구에서 10대 여학생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숨진 이른바 '대구 응급실 뺑뺑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 응급실 의료진이 검찰에 송치되자 전공의와 응급의학계가 잇따라 반발하고 나섰다. 의료계는 응급실 미수용 문제의 본질은 개별 의료진의 과실이 아닌 필수의료 붕괴와 응급의료 시스템의 한계에 있다며 의료진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9일 성명을 내고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응급실 미수용의 본질은 개별 의료진의 태만이나 악의가 아니라 배후 진료 역량의 고갈과 왜곡된 의료전달체계가 누적돼 만들어낸 시스템의 실패"라며 "수련 과정에 있는 전공의에게 구조적 재난의 형사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지극히 가혹하고 부당한 일"이라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2023년 3월 대구에서 발생했다. 당시 건물에서 추락한 17세 여학생이 응급 치료를 받기 위해 여러 병원으로 이송을 시도했지만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한 채 숨지면서 '대구 응급실 뺑뺑이' 논란이 불거졌다. 3년이 지난 최근 경찰은 당시 환자를 제때 치료하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한 혐의로 의사 2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에 대전협은 "이번 송치는 대한민국 미래 의료의 희망의 불씨마저 꺼뜨리는 결정"이라며 "특히 아직 수련 과정에 있는 피교육자 신분의 전공의에게 이러한 구조적 재난의 형사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그날 현장을 지킨 젊은 의사에게 지극히 가혹하고 부당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는 병원의 인력과 시설을 운용할 최종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음에도 최일선에서 환자를 맞이한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처벌의 부담을 떠안고 있다"며 "생명을 살리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젊은 날들을 버텨온 전공의들에게 과도한 법적 부담마저 전가한다면 젊은 의사들은 끝내 응급실과 중환자실 곁을 떠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응급실 미수용의 본질은 개별 의료진의 태만이나 악의가 아니라 배후 진료 역량의 고갈과 왜곡된 의료전달체계가 누적돼 만들어낸 시스템의 실패"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경찰의 검찰 송치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의협은 "응급환자 수용은 응급실 의사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수술 가능 여부와 중환자실 병상, 배후 진료과 대응 상황 등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며 "사후적 결과만을 근거로 의료진 개인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응급의료 현실을 외면한 무리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송치된 의사 중 1명은 당시 수련 과정에 있던 전공의"라며 "결정권을 갖지 못한 전공의에게까지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도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이번 검찰 송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의사회는 "구조적 문제를 개별 의료진에게 전가한 전형적인 희생양 찾기"라며 "응급실 환자 수용 여부는 실시간 중환자 상황과 가용한 배후 진료 인력, 장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려지는 고도의 의학적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의사회는 보건복지부가 인력·시설·장비 부족으로 적절한 진료가 어려운 경우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는 것도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안내해 왔음에도 결과적으로 해당 판단이 형사처벌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고 발생 후 약 3년간 이어진 수사가 최근 검찰 송치로 이어진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의사회는 "응급의료 현장의 의사들은 법적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환자 곁을 지키고 있다"며 "의료진을 범죄자로 만드는 접근이 반복된다면 결국 응급실을 지키려는 의사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의사회는 검찰과 정부를 향해 수사 결과 재검토와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의사회는 "검찰은 이번 송치 결정을 처음부터 다시 따져 부족한 수사를 보완하거나 '혐의 없음'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지부에는 "'처벌 규정이 없어 문제없다'는 식의 기만적 변명을 중단하고 현장이 신뢰하고 따를 수 있는 명확한 '정당한 사유' 기준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응급실 현장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과 환자 수용 결정을 중대과실 범위에서 제외하고 면책을 명문화하는 실질적인 의료사고특례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의사회는 "이번 사건으로 부당한 사법적 압박을 받고 있는 동료 의사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의료진의 정당한 의학적 판단이 범죄와 중대과실로 둔갑하는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