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 전공의 73% 서울행…필수·지역의료 공백 위기 '임계점'

보사연 "지역 양성 인력마저 수련 단계부터 서울이 흡수"
"희생·사명감 시대 끝나…국가 차원의 구조적 개입 시급"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걸음을 옮기고 있다. ⓒ 뉴스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국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0명 중 7명 이상이 서울 소재 병원으로 몰리는 등 지역 의료체계의 인력 공동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예산을 대폭 늘려 수당 지급 등 재정 지원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과중한 업무와 의료사고 부담 등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단순한 '돈 풀기'만으로는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의료인력 지원사업의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는 의료인력 불균형이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의료체계 붕괴를 가속하는 핵심 요인이라며 구조적 개입 없이는 위기를 되돌리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했다.

인력 쏠림 현상은 실제 수련 현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4년 기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의 73%, 산부인과 전공의의 64%가 서울 소재 수련병원에서 수련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지역에서 양성된 필수의료 인력들까지 수련 단계부터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역 의료 기반이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방뿐만 아니라 필수과 자체의 전공의 부족 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다. 2024년 기준 레지던트 1년 차 충원율을 보면 소아청소년과는 30.9%에 그쳤고, 심장혈관흉부외과는 47.6%, 산부인과는 71.0%에 머물렀다.

반면 피부과·안과·성형외과 등 일명 인기과는 충원율 100%를 기록해 과목 간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생명과 직결된 핵심 필수의료 과목의 정원 미달 사태가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지역 간 의료인력 격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202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는 서울이 479명에 달했으나 상당수 지방 지역은 300명을 밑돌았다. 대표적인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 수 역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최대 4배의 격차를 보였다.

정부도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수련수당 지급사업과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며 재정 투입을 늘리고 있다. 현재 필수과 전공의·전임의 약 4000명에게는 월 100만 원의 수련수당이 지급된다. 강원·경남·전남·제주에서는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을 통해 월 400만 원 수준의 지역근무수당도 지원 중이다. 이에 따라 관련 예산은 지난해 44억 원에서 올해 415억 원으로 대폭 증액됐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러한 재정 지원 위주의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필수의료 인력 부족의 근본 원인으로 △과중한 업무 강도와 잦은 당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수도권 중심의 수련 체계 등을 꼽았다. 특히 지방 병원의 경우 전문성 향상과 경력 개발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점이 젊은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결국 의사들이 지역과 필수과를 선택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 보상 확대를 넘어 △수련 환경 개선 △당직 부담 완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지역 정주 여건 개선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진은 "의사 개인의 희생과 사명감에 의존하는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지역 필수의료 체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지역에서 양성된 의료 인력이 다시 지역 의료 현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구조적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