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고생시키기 싫어요"…보호자 붙잡은 수의사, 기적 만들었다
고려동물메디컬센터, PLE·대동맥 혈전 복합 증례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더 이상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요."
보호자의 포기 선언에도 의료진은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멈췄던 신장에서 한 방울의 소변이 나오기 시작했다. 복합 중증 질환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불테리어 '꾸꾸'가 기적처럼 회복해 퇴원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0일 고려동물메디컬센터는 공식 유튜브를 통해 단백소실성장병증(PLE)과 대동맥 혈전, 급성 신부전이 동시에 발생한 불테리어의 치료 과정을 소개했다.
고려동물메디컬센터에 따르면 꾸꾸는 내원 당시 근육이 심하게 빠진 상태였다. 기운 없이 눕기만 하고 제대로 일어나지 못했다. 보호자는 단순히 체력이 떨어진 줄 알았지만, 정밀 검사 결과 상황은 훨씬 심각했다.
CT(컴퓨터 단층촬영) 검사에서는 복부 대동맥을 따라 긴 혈전이 발견됐다. 혈관이 서서히 막히면서 몸이 가까스로 혈류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 혈전이면 뒷다리를 쓰지 못하는 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상태였다.
문제는 신장까지 번졌다는 점이었다. 혈관 상태를 보기 위해 사용한 조영제가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 채 신장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신장이 사실상 소변을 만들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는 일반적인 수액 치료도 쉽지 않았다. 소변이 나오지 않는데 수액만 계속 넣으면 몸 안에 물이 쌓여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결국 투석 치료를 결정했다. 하지만 보호자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투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데다 오랜 기간 여러 치료를 반복해 온 반려견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박소영 원장(난치성장질환센터장)은 보호자에게 "투석은 신장을 대신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신장이 다시 회복할 시간을 벌어주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며 치료를 이어가자고 설득했다.
그리고 투석 이후 변화가 나타났다. 멈췄던 신장에서 소변이 조금씩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의료진은 이를 신장 기능 회복의 중요한 신호로 판단했다.
고비를 넘긴 뒤에는 또 다른 어려움이 남아 있었다. 꾸꾸는 단백소실성장병증(PLE)도 함께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 질환과 신부전은 식단과 약물 방향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 난도가 높다.
의료진은 기존 면역억제제와 스테로이드 처방을 전면 조정하고 신장과 장 상태를 동시에 고려한 맞춤형 치료를 진행했다. 과거 혈전 환자(환견)들을 치료했던 경험도 치료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됐다.
상태가 호전되자 꾸꾸는 스스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식욕을 되찾고 의료진과 교감할 정도로 활력이 돌아왔다. 결국 꾸꾸는 회복 끝에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박 원장은 "수치와 확률만 보면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도 있지만 끝까지 버티려는 환자들이 오히려 의료진에게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례는 복합 중증 질환 반려견에서도 적극적인 치료와 보호자의 신뢰가 함께한다면 충분히 회복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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