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은 '정상'인데 현장은 '품절'?…주사기·물약통 기이한 대란
의원·약국 의료 소모품 못 구해 아우성…"다음주부터 문제"
정부도 의료계도 '유통단계' 주목…"정체된 지점 추적할 것"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미국·이란 전쟁이 지속되면서 주사기·주사침·물약통·약포지 등 의료 소모품의 수급 불안정으로 1차 의료기관과 약국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생산-유통 단계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정부는 "전쟁 전과 후 생산량은 달라진 게 없다"며 유통 단계에서의 병목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평소 의료소모품 재고를 많이 쌓아두지 않는 의원급 의료기관과 약국들이 나프타를 원료로 생산하는 의료 소모품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격이 크게 오른 건 물론이고, 기존 거래처의 재고가 바닥나 수소문해 찾은 도매업체에 주문을 넣어도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등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김경태 성남시의사회장은 "회원들 의견을 취합해 보니 이번 주까지 버틸 수 있는 것 같다"면서 "당장 필요한 곳이 한두 군데 있었는데 주변 병원에서 빌려 쓰고 있고 만약 이번 주 주문이 되지 않는다면 다음 주부터는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도매상 몇 군데 수소문해 연락을 취해봤는데 물건이 없다더라"라면서 "일단 재고가 좀 있는 병원들에 양해를 구해 없는 병원에 나눠주는 등 대책을 강구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도 "일주일 전 여러 군데 주문을 넣었는데 품절을 이유로 주문 취소가 되고 물건을 받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약국도 비상이다. 약포지, 물약통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서울 용산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약포지나 어린이용 물약통은 가격이 지난주부터 20%가량 올랐다"며 "약포지는 그래도 1~2주분이 있지만 물약통은 오른 가격으로 사려고 해도 주문 자체가 되지 않아 말 그대로 비상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가능하면 약포지로 포장하지 말고 통으로 드리라'고 지침을 내렸는데 아침, 점심, 저녁, 자기 전 약이 다 다른 데다 특히 노인은 잘 못 챙겨 드시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약포지로 드려야 해 걱정"이라며 "물약도 1L나 500mL 단위로 생산이 되고 있어, 어떻게 덜어드려야 할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도 "건물 약국에 소아용 물약병과 약포지가 품절 상태"라며 "근처에 소아 약 짓는 약국도 거의 없는 이곳에 물약병이 떨어지면 소아과도 문 닫을 판"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일선 의료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정부는 생산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쟁 전과 후 생산량은 99.9% 달라진 게 없다"며 "생산량이 문제없는데, 현장에 수급 불안이 있다는 건 유통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지난 14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원료(나프타) 우선 배정으로 2월 대비 3·4월 주사기 생산량은 변동이 없으나 일부 온라인 판매처에서는 품절이 나타나는 등 생산 물량이 현장으로 유통되지 못하고 있다"며 유통 단계에서의 정체 현상을 꼬집기도 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도 "지난주에는 주사기·주사침 등을 주문할 수 있었는데 이번 주 들어 갑자기 주문이 막혔다"면서 "가격이 오르길 기다린다든지 대형 거래처에 갖다줬든지 유통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다들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생산된 물건이 어디에 얼마나 납품됐는지를 보고받아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지점을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조업체가 어떤 유통·판매 업체에 납품했는지, 수량은 어느 정도인지 보고하도록 명령을 내렸다"면서 "보고된 것을 보면서 유통의 흐름을 보고 어느 단계에서 잠겨 있는지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시행해 신고도 받고 있고 15일부터는 국민들께 생산량, 출고량, 재고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식약처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주사기의 △전일 재고량 △당일 생산량 △당일 출고량 △당일 재고량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14일 오후 5시 기준 주사기 생산량은 332만 개, 출고량은 532만 개로 당일 총재고량은 4516만 개로 집계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정부도 현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추적할 수 있는 만큼 추적할 생각"이라며 "일단은 물량이 많이 없다고 하는 쪽에 키 맞추기를 하는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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