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도 장갑도 아껴 쓰고 있어요"…동네 의원들 시름
1차 의료기관 타격 커…'품절' 쇼핑몰 "공급사 물건 없다더라"
"가격도 인상돼 피해 고스란히 떠안아"…복지부 "대책 준비 중"
- 천선휴 기자,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강승지 기자
방광염 환자가 엉덩이 주사 놔달라고 했는데 안 놔줬어요. 정말 필요한 경우 말고는 최대한 줄이는 거죠. 우린 채혈도 하니까 관련 용품이 아직 한두 박스는 있는데 걱정이죠. 소독 안 된 니트릴 장갑은 최대한 안 끼고 있고 무균 장갑은 딱 수술할 때 아니면 안 쓰고 이런 상황입니다.
13일 서울에서 비뇨의학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는 뉴스1에 "개인 의원은 소모품 하나로도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취약한 구조"라며 "의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재고가 얼마 안 남아서 큰일 났다. 이제 유리 주사기 구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들을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미국이란전쟁이 장기화하자 의료현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주사기, 수액팩 등 석유화학 원료로 생산되는 의료 소모품의 수급이 원활히 이어지지 않고 있는 데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결렬되면서 현장의 불안감은 더욱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정용 대한내과의사회장은 "물론 국제 정세하고 맞물려 가겠지만 장기화하면 솔직히 1차 의료기관들은 어려워질 것"이라며 "매일 아침에 출근하면 온라인으로 소모품을 주문하는데 오늘 보니 주문이 막혀있더라. 거래하는 도매상에 전화해 보니 거기도 재고가 없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특히 평소 재고를 많이 쌓아두지 않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상황은 좋지 않다. 복지부도 지난 7일 브리핑에서 "대형 병원들의 경우 재고를 2~3개월분 정도 항상 비축하고 있지만 중소병원이나 의원급, 약국 등은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비축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병원 쪽은 큰 혼란은 없는 것 같은데 규모가 작은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구매 계약을 장기적으로 하는 게 아니고 필요할 때 수급하다 보니 혼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남시의사회는 "대다수가 의원급인 관내 의료기관 조사 결과 주사기는 40곳 이상, 주사침과 수액 세트 수액 라인은 각각 7곳에서 부족하다고 호소했다"며 "다수 의료기관에서 '품절' '재고 없음' '주문 불가' 등의 응답이 있었고 일부는 '주문 후에도 재고 부족으로 취소된다'고 답했다. 일부 기관에서는 현재 재고가 일주일 이내 소진될 수준이라더라"고 했다.
실제로 주사기, 수액 세트 등 대부분의 의료 소모품을 '품절'로 표시하고 주문을 받지 않고 있는 한 쇼핑몰 관계자는 "미국이란전쟁 때문에 생산이 대부분 중단돼 우리 쪽에 들어오는 물건이 없다"며 "공급사로부터 물건이 없다고 전달받은 뒤 추가로 다시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했다.
물론 모든 도매상과 쇼핑몰들에서 의료 소모품을 구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정부도 지난 7일 일부 판매업체에서는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 전국 주사기 제조·수입업체 및 의료기기 판매업체 등에 안정적 공급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공급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수액제 포장재, 주사기, 주사침에 대해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재고는 △수액제 포장재 3개월분 △주사기 1개월분 이상 △주사침 3개월분이다.
정부는 이 재고를 소진하더라도 현재 보유하고 있는 원료로도 추가 생산이 가능하고, 필수 의료 제품 생산을 위해 나프타를 우선으로 공급받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더 큰 불안을 느끼는 데는 원료 가격 인상에 따라 의료 소모품도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용 대한내과의사회장은 "탈지면의 경우 가격이 2~3배 올랐다. 물건이 없으면 가격이 오르는 시장 원리는 알겠지만 의료 현장의 문제는 물건값이 올라도 수가는 고정돼 있어 더 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며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심적으로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태연 대한의사협회 부회장도 "미국이란전쟁 문제로 도매상들이 병원에 '주사기 가격을 15~20% 올리겠다'고 예고했다"면서 "엉덩이 주사를 맞으면 주사 약재가 들어가고 행위가 있는데 주사기는 행위료에 들어가 있어서 산정을 해주지 않는 산정불가 품목이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의료기관이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말에 수가 협상이 있지만 주사기는 산정불가 품목이라 포함조차도 되지 않는다"라면서 "의료기관이 피해를 떠안게 된다면 환자들이 좋은 재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기회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매일 상황을 보고 받고 있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시급하다는 걸 알고 장관 주재로 매일 회의를 열고 현재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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