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천원 없어 치료 포기하지 않게…'결핵안심벨트'는 사회 안전망"

2014년부터 이어진 질병청 '취약계층 결핵환자 지원 사업'
결핵환자14년 동안 64.5% 감소…고령환자 느는데 예산은 4년 동결

11일 질병청 출입기자단 대상 아카데미에서 열린 '취약계층 결핵 환자 치료비지원·전원협의체 위원회(가상 시나리오)'.(질병청 제공)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우리나라의 결핵 환자 감소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2011년 5만 명이 넘던 결핵 환자는 14년 연속 줄어들어 2024년에는 1만 7944명, 64.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 수 역시 2364명에서 1347명으로 떨어졌다.

치료비 없어 병원 못 가는 환자 위한 '결핵안심벨트'

국내 결핵 환자가 성공적으로 관리되는 배경에는 질병관리청이 2014년부터 운영해 온 취약계층 결핵환자 지원사업인 '결핵안심벨트'가 있다.

조준성 국립중앙의료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1일 열린 질병청 출입기자단 아카데미에서 결핵안심벨트 사업 운영 현황을 소개했다.

결핵안심벨트는 취약계층에게 치료비와 간병비, 영양간식 등 치료부터 돌봄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하고 결핵을 완치할 수 있게 돕는 사업이다. 지원비는 인당 최대 1000만 원 한도다. 전국 20개 국공립병원과 3개의 민간병원이 네트워크를 이뤄 운영하며, 국립중앙의료원이 총괄한다.

조 교수는 결핵이 코로나19와 메르스 등과 같은 감염병과 다른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핵은 복약 관리가 핵심인 병이다. 그는 "2주 정도 격리하면 되는 다른 감염병과 달리, 결핵은 감염력이 수개월 동안 유지되기도 한다"며 "중증의 경우 1년 6개월 넘게 치료 해야 해, 취약계층은 치료 진입이 어렵고 치료가 중단되기 쉽다"고 했다.

이러한 이유로 노숙인이나 건강보험 무자격자, 무연고자, 미등록 외국인 등은 결핵 관리 주요 대상이 된다. 이날 열린 치료비 지원 위원회 시연 현장에서는 여러 취약계층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시연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결핵 증상이 있어 국립중앙의료원에 방문한 기초생활수급자 69세 최한철(가명) 씨는 결핵 진단을 받고 입원했지만 본인부담금 3만 원을 내지 못해 치료 중단 위기에 놓였다.

조 교수는 "'정말 3만 원이 없는 걸까' 생각할 수 있지만 최 씨는 정부 보조금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폐지를 주워 받는 돈으로 생활하는데 벌이가 얼마 되지 않아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위원회에서는 "몇 천원이 없어 외래를 멈추는 환자가 많다"며 사업 목적에 맞게 치료 전액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에 뜻이 모였고 최 씨는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최 씨의 사례처럼 결핵안심벨트 사업의 핵심은 치료비 지원이다. 중위 소득 120% 이하를 대상으로, 초과 환자나 미등록 외국인 등 기준이 모호한 환자는 각 병원 치료비 지원 위원회 논의 후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총 206명이 지원을 통해 결핵을 완치할 수 있었다.

이승은 질병청 결핵정책과장이 패널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질병청 제공)
간병비, 이송비, 영양간식도 지원…'치료부터 관리까지 통합'

당뇨나 정신질환, 암, 와상 등 다른 질환이 동반돼 전원이 필요하지만 적정 의료기관 섭외에 어려움을 겪는 결핵환자를 대상으로는 전원협의체를 운영한다. 전원협의체는 20개 국공립 병원과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전북대병원, 서울시 백암정신병원 3개의 외부 민간 병원이 참여한다.

후두암이 의심되는 노숙인 윤민호(가명, 64세) 씨는 폐결핵에 걸려 치료를 받아야 했다. 위원들은 가능한 빠르게 후두암 검사가 가능할 수 있게 국립 마산병원과 국립 목포병원으로 입원을 살펴봤다. 김영현 치료비 지원 위원회 전담 간호사는 "이후 거주지가 없는 사정을 고려해 미소꿈터(결핵환자 대상 관리 시설) 입소가 가능한 곳으로 전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해숙 서북병원 진료부장은 "사업 대상자들은 대부분 쪽방이나 고시원, 찜질방에서 혼자 살아가는 분들이고, 식사는 하루에 한 끼만 먹는 경우가 많다"며 "흡연율과 음주율도 매우 높고, 가족하고 연락이 두절돼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환자분들을 볼 때마다 어떻게 제도적으로 도울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치료와 자활까지 연계되는 결핵안심벨트 사업으로 환자들을 많이 살릴 수 있었다"며 "더 많은 유관 기관이 함께 협력해야만 결핵 관리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사업은 치료비 외에도 간병비와 전원 과정에서 필요한 이송을 지원하고 영양이 불충분해 치료가 더딘 환자들에게는 영양간식도 지원한다.

조 교수는 특히 "이송 지원 사업 이전에는 환자가 알아서 기차나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했고, 또 병원에서 다시 지역사회로 나갔다가 치료를 중단할 시 지역사회의 결핵 감염원이 될 위험 컸다"며 "이제는 치료가 끝날 때까지 연결적으로 통합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약계층 결핵 환자 관리가 지역사회 감염을 막는 공공 안전망 역할을 하는 셈이다.

치료 어려운 고령층 늘어…"지역사회 감염원 조기 관리해야"

결핵환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지만, 정부가 결핵안심벨트 사업에 주력하는 이유는 고령화로 환자 치료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층은 대부분 잠복결핵에 해당한다. 전후 결핵에 걸렸다가, 나이가 들며 면역력이 떨어져 결핵이 발현된다. 문제는 고령 환자는 이미 다른 질환 약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치료가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의 65세 이상 결핵 환자 수는 2024년 1만 534명으로, 전체 환자의 58.7%를 차지하고 있다. 65세 미만이 2011년도에 3만 5000명에서 7400명으로 크게 감소한 반면, 65세 이상은 1만 5000명에서 1만 명대를 유지하며 감소세가 더딘 상황이다.

이승은 질병청 결핵정책 과장은 "2004년 의료 급여 적용인구는 전체의 2.9%인데, 결핵 환자 수는 2009명으로 전체의 11.3%를 차지하고 있다"며 "결핵 환자율이 132.4명으로 건강보험 가입자의 4.3배나 된다"고 짚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교수는 "질병청의 잠복 결핵 사업이 굉장히 성공을 거뒀지만, 결핵 안심 벨트 사업을 충분히 활성화하지 못하면 이러한 환자들이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지역사회의 감염원이 된다"며 사업 관리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청은 2027년까지 결핵 발생률을 10만 명당 20명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치료가 어렵고 수익성이 낮아 민간 병원에서 협력을 꺼리는 현실을 개선해, 앞으로 광주 대전, 울산, 세종 4개 시도의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 한편, 사업 예산이 4년 동안 묶여 있는 한계가 여전히 남아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마련된 음압치료실.(질병청 제공)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