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 출장 링거, 합법 왕진이었나…의사방문·처방기록·감염 '도마 위'

복지부 "사실관계 확인 필요…위법시 의료인·요청자 모두 처벌가능"
의료계 "포강의대 실존 확인 안 돼"…시술자 학력 의혹 제기

'덩치 서바이벌-먹찌빠' 박나래가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SBS 프리즘타워에서 진행된 ‘2023 SBS 연예대상’ 레드카펫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2.30/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구교운 기자 = 개그우먼 박나래 씨가 오피스텔 등에서 '출장 링거'를 맞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왕진 요건 충족 여부와 무면허 의료행위 가능성 등 복수 법령 위반 의혹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의사 현장 방문·직접 진찰·즉시 처방·전문의약품 관리·감염관리·의료폐기물 처리 여부가 불투명해, 해당 의료행위가 합법적 왕진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주사이모'는 불법으로 주사기를 놔 주는 인물을 지칭하는 은어로, 비의료인이 허가 된 장소 외에서 타인에게 주사나 링거 등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앞서 한 매체는 박나래씨가 지인인 '주사이모' A씨가 수차례 수액주사, 약 처방 등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의료계는 '주사이모'라는 표현 자체가 비의료인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무자격자가 시술했다면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며 "의무기록이나 처방전 작성, 건강보험 청구 등이 적정하게 이뤄졌는지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의사단체에서도 '주사이모'의 의료인 자격 여부를 문제 삼고 있다. 의사단체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은 "박나래 씨에게 시술했다는 인물이 다녔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포강의대'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학교"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중국 내몽고 지역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의과대학은 내몽고의과대학, 내몽고민족대학 의과대학, 치펑의대(적봉의대), 바오터우의대(포두의대) 등 네 곳이라며 "포강의대라는 이름은 중국 교육부가 집계한 의과대학 명단은 물론 국제 의과대학 목록(World Directory of Medical Schools)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의과대학 졸업자는 한국 의사국가시험 응시 자격이 없어 국내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없고, 이 경우 한국에서의 의료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간호사라 하더라도 의사가 현장에 없었다면 의료법 제27조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의료법상 간호사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제한된 처치를 할 수 있지만, 그 지시는 반드시 현장에서 의사가 즉각 판단한 '직접 지시'여야 한다. 전화나 문자지시는 법 조문상 인정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일치된 해석이다.

왕진 요건은 현행 의료법에서 규정한다. 의료기관 외 장소에서의 의료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왕진은 △의사가 직접 환자가 있는 장소에 출동해 △현장에서 진찰하고 △투약 여부를 판단하고 △해당 방문을 의무기록에 '왕진 기록'으로 작성·보관하는 경우에만 인정된다.

즉 왕진은 '편의적 의료 서비스'가 아니라, 법이 허용한 극히 제한적 형태의 진료행위다. 여기에 더해 '환자가 질병·거동 제한으로 의료기관 내원이 곤란한 경우'에 한정되는데, 단순히 연예인 스케줄이 바쁘다는 이유는 적법한 내원 곤란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판단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수액은 단순 영양 공급이 아니라 감염·전해질·쇼크·과량 투여 위험이 있는 전문관리 행위"라며 "의사가 현장에서 환자의 활력징후를 직접 체크하지 않고 수액을 투여했다면 그 자체로 왕진 불성립이고, 간호사나 비의료인의 단독 투약이라면 즉시 의료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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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수액 투여…전문의약품·감염관리 기준 충족했는지가 쟁점

감염병예방법 위반 역시 주요 쟁점이다. 수액 라인·카테터·주사침은 멸균이 유지돼야 하며, 감염관리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환경에서의 투약은 위법이다. 감염병예방법에는 '감염병 예방에 필요한 시설·장비·위생기준 준수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데, 비의료시설에서의 수액 처치는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법조계도 같은 진단을 내린다. 서초동 소재 한 의료전문 변호사는 "의사가 왕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의사 본인이 현장에서 직접 진찰한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며 "진찰 없이 수액 처치가 이뤄졌다면 ,무면허 의료행위, 의료기관 외 의료행위 금지, 의무기록 작성 의무 위반 등 조항이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화로 '수액 놔도 된다'고 말한 것도 지시·방조 책임을 구성한다"며 "의사의 현장 미참여는 의료행위로 인정되지 않으며, 오히려 간호사나 비의료인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교사·방조한 책임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약사법 위반 가능성도 크다. 오피스텔 등에서 전문의약품을 이동·보관·투여한 경우, 전문의약품의 불법 취급, 약사·의사가 아닌 자의 의약품 취급, 의약품 보관·관리기준 위반 등 혐의가 적용 가능하다. 특히 영리 목적 출장 수액의 경우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보건범죄법)이 적용될 수 있는데, 이 법은 무자격자·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형 까지 규정하고 있다.

의료폐기물관리법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조항이다. 수액세트·카테터·주사침 등은 법적으로 '의료폐기물(오염물)'로 분류되며, 배출시설·전용 용기·위탁처리 기준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의료폐기물을 일반 쓰레기로 배출했다면 이는 폐기물관리법 제13조(의료폐기물의 부적정 처리) 위반이며, 의료폐기물을 무단 폐기한 간호사·의사에게 각각 벌금·징역형이 선고된 바 있다.

다만 이와 관련해 박나래 씨 측은 "해당 시술자가 의사 면허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프로포폴 처치가 아니라 단순 영양제 주사를 맞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 씨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광장은 "박나래 씨의 의료행위에는 법적으로 문제 될 부분이 전혀 없다"며 "바쁜 일정으로 내원이 어려워 평소 다니던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에게 왕진을 요청해 링거를 맞았을 뿐이며,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합법적 의료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파악되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위법한 행위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해당 의료인을 처벌하나, 의료법 위반임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등 가담 여부에 따라 환자 본인도 공범으로 처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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