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역 갈등, 유권해석 시대 끝났다"…복지부 '업무조정위' 내년 가동

의사·간호사·약사·한의사 참여…역할·범위 다시 논의
위원회 권고는 국회 보고…법·제도 개정 연계 가능성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2025.11.2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보건의료 직역 갈등을 개별 사안별 유권해석과 단체 간 대립으로 해결해 오던 기존 방식이 제도화된 사전 합의 중심 체계로 전환된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의사·간호사·약사·한의사 등 직역 간 업무 범위를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업무조정위)를 본격 가동한다. 업무조정위는 보건의료기본법 제26조의2에 따른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 기구로, 직종 간 업무 범위를 심의하고 협업·업무 분담 기준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직역 갈등은 의료현장에서 장기간 누적돼 온 구조적 문제다. 한의사의 검체검사 위수탁 문제는 의료법과 한의사법의 해석 차이로 갈등이 지속돼 왔고, 성분명 처방과 조제권 문제는 약사법과 처방 관행이 충돌하며 쟁점이 돼 왔다.

의사·한의사 간 현대 의료기기 사용 범위도 기관마다 기준이 달라 갈등이 반복돼 온 분야다. 의료기사와 간호조무사 등 직종 간 업무 경계 논란 역시 대표적 조정 과제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1일 보건복지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의료계 직역간의 갈등이 누적됐다며 "유권해석이나 판례 중심 대응만으로는 동일한 쟁점이 반복되는 구조였던 만큼 제도 기반의 조정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직역 단체, 시민사회, 정부, 학계 등으로 구성되며 필요에 따라 전문 분과위원회를 둘 수 있다.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차관이 맡고, 기구는 오는 2030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위원회의 운영 방식은 법에 세부 절차가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자료 수집과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를 거쳐 분과위원회에서 1차 논의 후 본위원회에서 권고안을 확정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확정된 권고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되고, 장관은 이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다.

권고안이 법 개정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지만, 공식 보고 절차가 마련된 만큼 제도·입법 연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이번 위원회 도입의 차별점이다.

출범 준비는 시행령 정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복지부는 '보건의료기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해 위원 구성 기준, 분과위원회 설치 요건, 회의 운영 방식 등을 명시했다. 직역 단체들은 추천위원 후보를 내부 검토 중이며, 초기 논의 안건도 직종별 현안을 중심으로 정리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의료계 "직역별 설명 기회·가치 기준·투명 절차 마련해야…합의 구조 설계가 핵심"

의료계에서는 위원회가 실질적인 조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구성의 균형성과 전문성 확보가 필수 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합의가 어려운 사안일수록 시간 소요가 크고, 최대 100명 규모의 위원회 특성상 의견 조율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성인 건강보험연구원장(연세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은 "조정 대상 선정 기준, 논의 시 고려할 가치 기준(전문성·국민편의·비용 부담 등), 각 직역의 충분한 설명 기회 보장, 대표단의 내부 설득 절차 등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회의가 실질적 조정으로 이어지려면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특정 직역 중심으로 흐르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회의 역할이 기존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와 중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복지부는 보정심은 인력 수급·처우 개선 등 종합 정책을 다루는 기구이고 업무조정위는 직무 범위 조정에 특화된 기구라 목적이 다르다는 설명이지만, 운영 과정에서의 조율 필요성은 남기 때문이다.

수도권 소재 한 종합병원장은 "두 기구 모두 복지부 소속이고 직역 대표와 정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구조여서 논의 영역이 교차할 것으로 보인다"며 "권고안이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 심의 혹은 권고 수준에 그치는 점은 현실적인 한계"라고 설명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