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날 어지럼증·실신, 참지 마세요"…응급대처법·약복용 총정리

바나나, 토스트 등 음식 먹어야…시험 전 '화장실' 필수
권창희 교수 "극도의 상황, 실신 생길 수 있어…주변에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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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수능 당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은 학습 못지않게 중요하다. 수능은 단 한 번의 시험이지만, 수년간 쌓아온 준비의 결과를 가르는 결정적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건강 문제나 약물 복용 실수가 시험 당일 컨디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우선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감기약, 수면제, 청심환 등 평소에 복용하지 않던 약을 시험 직전 갑자기 복용하는 것이다. 감기약에는 졸음을 유발하는 항히스타민 성분이 포함된 경우가 많고, 청심환 역시 체질에 따라 인지 저하나 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전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시험 당일 아침까지 잔여 효과로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시험 당일에는 증상이 있어도 '처음 먹어보는 약'은 피하는 것이 원칙이다. 복용 이력이 있는 약이라도 반드시 식후 복용 여부, 복용 시간 간격 등을 다시 확인하고, 공복 상태에서 복용 시 위장 장애가 나타나는 약은 피해야 한다. 특히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종합 감기약, 해열진통제, 진경제 등은 복용 성분이 복합적인 만큼 사전에 반드시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

소화제나 보약도 주의가 필요하다. 시험 전날 긴장감으로 인해 갑작스러운 복통이나 설사 증상이 있을 수 있는데, 이때 무작정 소화제를 복용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민간요법을 시도하면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한약이나 보약은 체질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 수 있고, 위장장애나 두통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시험 당일 자주 나타나는 이상 증상에는 복통, 설사, 생리통, 어지럼증, 실신, 과호흡 등이 있다. 대부분 긴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시적 반응이지만, 상황에 따라 대처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복통이나 설사는 시험 전에 반드시 화장실을 다녀오고, 증상이 지속될 경우 감독관에게 상황을 알려 별도 조치(보건관리자 호출, 예비교실 이동 등)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리통이 심한 경우 시험 전 전문의와 상담해 미리 복용해 온 진통제를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시험 중 통증이 심할 경우 복용 시간과 상황을 감독관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의약품 복용 후 충분한 물 섭취와 휴식이 중요하다.

어지럼증이나 실신 증상이 발생할 경우, 무리하게 시험을 계속 보기보다 즉시 감독관에게 알리고 조치를 요청해야 한다. 수능 시험장에는 간호 인력이 대기하고 있으며, 필요시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 또한 지나친 공복 상태에서 시험에 임할 경우 혈당이 떨어져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아침은 반드시 평소 익숙한 식단으로 섭취해야 한다.

권창희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수능 같은 극도의 긴장 상황에서 실신은 특별한 질환이 없어도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며 "식은땀, 어지럼증, 시야 흐려짐 등 전조 증상을 느꼈다면 바로 주변에 알리고, 혼자 참지 말고 앉거나 누워서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시험 날 아침 식사는 기름지지 않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밥, 달걀, 바나나, 토스트 등) 위주로 구성하되, 평소 알레르기나 소화장애 경험이 있는 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시험 중 음료나 간식을 반입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적당한 수분과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는 물, 사탕, 견과류 등을 준비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지나친 카페인 섭취는 피해야 한다. 시험 당일 각성 효과를 기대해 평소보다 많은 양의 커피, 에너지 음료, 홍삼 등을 섭취하는 수험생이 있으나, 이는 오히려 위장 장애, 손 떨림, 불안감, 화장실 충동 등을 유발해 집중력을 해칠 수 있다. 카페인은 평소 섭취량보다 늘리지 말고, 복용 후 효과가 안정적인 2시간 전쯤 마시는 것이 적절하다.

시험 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약 복용보다는 규칙적인 호흡, 명상, 스트레칭, 따뜻한 물 마시기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시험 직전에는 몸을 가볍게 움직이며 긴장을 푸는 것도 효과적이다. 부모나 동행인의 지나친 격려나 불안한 말투 역시 수험생의 긴장감을 높일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