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치명' RSV…"치료제도 없는데, 소아과 환자 증가세"

발병 90%가 2세 미만 영유아…감염 시 절반은 입원
10월 들어 소아과에서도 환자 증가세…항체주사로 예방

지난달 22일 광주 북구 두암동 에덴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어린이가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광주 북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찬 바람이 불어오면 주의해야 할 대표적인 호흡기감염병으로 인플루엔자(독감)와 코로나19가 있다. 두 감염병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국가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독감과 코로나19만큼 영유아에게 치명적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고, 예방접종 백신이 없는 호흡기감염병이 있다. 바로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Respiratory syncytial virus)'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RSV는 기침이나 재채기, 접촉 등을 통해 감염되며 통상 10월에서 3월 사이 유행하는 호흡기 바이러스다. 고령층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나 특히 2세 미만의 영유아에서 90%가 발병한다.

RSV에 감염된 영유아 중 25~40%는 모세기관지염, 폐렴 등으로 증상이 악화하며 이 경우엔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실제로 영유아의 절반가량은 입원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고령층과 만성폐쇄폐질환, 천식, 당뇨병, 면역저하자 등이 감염될 경우에도 합병증 발생으로 이어지기 쉬우며 사망 위험도 높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42주 차(10월 12~18일) 기준 급성호흡기감염증 입원 환자 수는 769명으로 전주 대비 30명 증가했으며,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도 33명 늘어났다.

질병청의 급성호흡기감염증 표본 감시 결과, 2023~2024년 RSV 검출률은 과거 5년 평균을 크게 상회했고, 유행 시기 또한 예년보다 1~2개월 앞당겨졌다. 영유아와 65세 이상 고령층의 검출 비율이 모두 증가했으며 입원환자에서 RSV 검출이 전체 호흡기 바이러스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인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은 "올해 들어 특히 10월 이후부터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이 다시 증가세를 보인다"며 "영유아 외래 및 입원 환자 중 약 30~40%가 RSV 양성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주요 증상은 코 막힘과 콧물, 보챔, 식욕부진이다. 독감과 코로나19도 기침과 발열, 콧물, 몸살 등 증상을 보여 질환을 혼동할 수 있다. 최 회장은 "독감은 갑작스러운 고열, 코로나19는 고열·근육통·기침·인후통이 동반되지만 호흡기 하부 증상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했다.

이어 "RSV는 쌕쌕거림과 호흡곤란, 수유량 감소, 함몰호흡이 나타나며 심하게는 무호흡까지 이어지고 하기도(기관지·폐포) 침범이 흔해 폐렴 등으로 악화하는 게 차이"라고 설명했다.

대증요법 외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예방이 중요하다. 백신은 60세 이상 성인에 대해서는 아렉스비가 쓰이며, 올해부터는 소아 대상 베이포투스가 도입됐다.

베이포투스는 첫 번째 RSV 시즌에 접어든 신생아 및 영아와 중증 RSV 질환에 취약한 생후 24개월 이하의 소아에게 투여 가능한 RSV 예방 항체 주사다. 한 번 접종으로 한 유행 시즌을 보호할 수 있어 의료계에서는 예방을 위해 영유아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일반 예방접종 백신처럼 면역 반응이 아닌 '즉각적인 항체 전달' 방식으로 감염 유행 전 또는 초기에 맞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단, RSV 감염 후 회복 중이라면 항체 효과가 제한될 수 있으므로 의사와 접종 시기를 상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비말 전파와 접촉을 막는 게 예방의 기본이라고 말한다. 최 회장은 "손과 물건 표면을 통해 잘 전파되기 때문에, 손 씻기, 젖병·장난감 소독, 가족 간 컵·수저 공유 금지를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기침, 콧물이 있는 아이는 어린이집 등원·가정 내 접촉을 줄이는 것이 감염 확산을 막는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