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발언에 주목받는 '치아 흔들림'…치주염 신호일 수도
잇몸질환·교합 이상·스트레스까지…원인 복합적
강경리 교수 "정기적인 구강검진 받아야…치실·스케일링 병행도"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중장년층의 치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이빨이 흔들려서 말을 안 했다"고 언급했는데, 일상적인 농담처럼 들릴 수 있는 이 표현이 실제 성인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치아 흔들림 증상과 맞물리며 건강 문제로도 주목받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한미 간 상호 관세 협상 과정을 설명하며 "제가 말을 하면 (협상에) 악영향을 줄까 봐 말을 안 한 것"이라며 "이빨이 흔들려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가만히 있으니 진짜 가만히 있었는 줄 안다"고 말했다. 이어 "우아하게 있는 것 같아도 물밑에서는 얼마나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는지 참모들은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치과 전문의들은 성인의 치아 흔들림을 단순한 표현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치아가 흔들리는 증상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치주조직의 염증이나 파괴, 혹은 과도한 교합 압력, 이갈이, 스트레스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방치할 경우 치아가 탈락할 수 있는 구조적 손상으로 이어진다.
치주질환은 대표적인 성인성 구강 질환이다. 흔히 '풍치'로 불리는 이 질환은 주로 30대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진행되며, 중장년층이 되어 치아 흔들림, 잇몸 퇴축, 구취 등의 증상이 본격화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흡연, 스트레스, 식습관 변화 등의 영향으로 20~30대 젊은 층에서도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강경리 강동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뉴스1에 "치주질환은 단순히 잇몸이 붓는 염증으로 시작하지만, 방치할 경우 치아를 지지하는 뼈까지 파괴돼 결국 치아가 흔들리고 빠질 수 있다"며 "특히 치주염은 회복이 어려운 비가역적 손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젊을 때부터 치아 사이까지 꼼꼼히 닦고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는 등 평소 구강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치주질환은 초기인 치은염과 진행된 치주염으로 나뉜다. 치은염은 칫솔질과 스케일링만으로 회복이 가능한 가역적 상태지만, 이 단계에서 치료하지 않으면 치주염으로 악화해 치조골이 파괴되고 치아가 흔들리게 된다. 이때부터는 잇몸 아래 깊이 형성된 치석까지 제거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 치주 수술도 필요할 수 있다.
강 교수는 치주질환이 단지 구강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전신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치아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섬유질 위주의 식사를 피하게 돼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가 어려워지고, 치주질환 관련 세균은 동맥경화, 심혈관 질환, 조산 등과도 연관이 있다"며 "젊은 시기부터 치주 건강을 잘 관리하면 중장년 이후에도 자기 치아로 씹는 삶을 유지할 수 있고, 치료에 드는 시간과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치아 흔들림을 유발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교합 이상과 이갈이가 있다. 자는 동안 이를 악무는 습관이 반복되면 치아에 지속적인 압력이 가해지고, 이로 인해 잇몸과 치조골에 미세 손상이 누적된다. 턱관절 통증이나 두통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며, 오랜 시간 방치하면 치아가 눈에 띄게 움직이거나 저절로 탈락하는 경우도 생긴다.
전문가들은 △양치질 시 잇몸에서 피가 자주 나는 경우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자주 낄 경우 △잇몸이 내려가 치아 뿌리가 드러나는 경우 △입냄새가 심하거나 △치아가 손으로 밀었을 때 움직이는 느낌이 드는 경우를 '치주질환의 주요 경고 신호'로 꼽는다. 이 증상이 나타난다면 치과를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올바른 칫솔질 습관과 정기적인 치과 검진이 필수다. 하루 두 번 이상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함께 사용해 치아 사이와 혀 쪽 면까지 꼼꼼히 관리해야 한다. 아래 앞니 안쪽은 침샘과 가까워 치석이 쉽게 생기는 부위이므로 더 세심하게 닦을 필요가 있다. 1년에 1~2회 스케일링을 통해 치석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강경리 교수는 "치아가 흔들린다고 느껴질 정도면 이미 치주조직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며 "통증이 없다고 방심하지 말고, 정기적인 구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이상을 발견하고 치료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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