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발언에 주목받는 '치아 흔들림'…치주염 신호일 수도

잇몸질환·교합 이상·스트레스까지…원인 복합적
강경리 교수 "정기적인 구강검진 받아야…치실·스케일링 병행도"

이재명 대통령이 7월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주권시대 공직자의 길' 고위공직자 워크숍에서 '국민주권 정부 국정운영 방향과 고위공직자 자세'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금지) 2025.8.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중장년층의 치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이빨이 흔들려서 말을 안 했다"고 언급했는데, 일상적인 농담처럼 들릴 수 있는 이 표현이 실제 성인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치아 흔들림 증상과 맞물리며 건강 문제로도 주목받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한미 간 상호 관세 협상 과정을 설명하며 "제가 말을 하면 (협상에) 악영향을 줄까 봐 말을 안 한 것"이라며 "이빨이 흔들려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가만히 있으니 진짜 가만히 있었는 줄 안다"고 말했다. 이어 "우아하게 있는 것 같아도 물밑에서는 얼마나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는지 참모들은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치과 전문의들은 성인의 치아 흔들림을 단순한 표현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치아가 흔들리는 증상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치주조직의 염증이나 파괴, 혹은 과도한 교합 압력, 이갈이, 스트레스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방치할 경우 치아가 탈락할 수 있는 구조적 손상으로 이어진다.

치주질환은 대표적인 성인성 구강 질환이다. 흔히 '풍치'로 불리는 이 질환은 주로 30대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진행되며, 중장년층이 되어 치아 흔들림, 잇몸 퇴축, 구취 등의 증상이 본격화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흡연, 스트레스, 식습관 변화 등의 영향으로 20~30대 젊은 층에서도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강경리 강동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뉴스1에 "치주질환은 단순히 잇몸이 붓는 염증으로 시작하지만, 방치할 경우 치아를 지지하는 뼈까지 파괴돼 결국 치아가 흔들리고 빠질 수 있다"며 "특히 치주염은 회복이 어려운 비가역적 손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젊을 때부터 치아 사이까지 꼼꼼히 닦고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는 등 평소 구강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치주질환은 초기인 치은염과 진행된 치주염으로 나뉜다. 치은염은 칫솔질과 스케일링만으로 회복이 가능한 가역적 상태지만, 이 단계에서 치료하지 않으면 치주염으로 악화해 치조골이 파괴되고 치아가 흔들리게 된다. 이때부터는 잇몸 아래 깊이 형성된 치석까지 제거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 치주 수술도 필요할 수 있다.

강 교수는 치주질환이 단지 구강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전신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치아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섬유질 위주의 식사를 피하게 돼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가 어려워지고, 치주질환 관련 세균은 동맥경화, 심혈관 질환, 조산 등과도 연관이 있다"며 "젊은 시기부터 치주 건강을 잘 관리하면 중장년 이후에도 자기 치아로 씹는 삶을 유지할 수 있고, 치료에 드는 시간과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치아 흔들림을 유발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교합 이상과 이갈이가 있다. 자는 동안 이를 악무는 습관이 반복되면 치아에 지속적인 압력이 가해지고, 이로 인해 잇몸과 치조골에 미세 손상이 누적된다. 턱관절 통증이나 두통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며, 오랜 시간 방치하면 치아가 눈에 띄게 움직이거나 저절로 탈락하는 경우도 생긴다.

전문가들은 △양치질 시 잇몸에서 피가 자주 나는 경우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자주 낄 경우 △잇몸이 내려가 치아 뿌리가 드러나는 경우 △입냄새가 심하거나 △치아가 손으로 밀었을 때 움직이는 느낌이 드는 경우를 '치주질환의 주요 경고 신호'로 꼽는다. 이 증상이 나타난다면 치과를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올바른 칫솔질 습관과 정기적인 치과 검진이 필수다. 하루 두 번 이상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함께 사용해 치아 사이와 혀 쪽 면까지 꼼꼼히 관리해야 한다. 아래 앞니 안쪽은 침샘과 가까워 치석이 쉽게 생기는 부위이므로 더 세심하게 닦을 필요가 있다. 1년에 1~2회 스케일링을 통해 치석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강경리 교수는 "치아가 흔들린다고 느껴질 정도면 이미 치주조직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며 "통증이 없다고 방심하지 말고, 정기적인 구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이상을 발견하고 치료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