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맞댄 중앙·지자체·국방부…"군부대 발생 감염병 즉시 차단한다"
[요즘 질병청 뭐함?]질병청, 감염병 대응 시나리오 모의훈련 실시
"간접 경험 통해 관계부처 이해도·대응력↑"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추정 감염원은 초코케이크와 감자샐러드로 봤습니다. 감염원을 추정하기 위한 기준 가운데 시간적 속발성과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됐습니다.""먼저 지자체는 식품업체에 대한 행정처분과 식품 회수 및 폐기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고…군부대에서는 환자 관리와 유증상자 모니터링을 지속하며 오염 급식 경로를 차단하고 예방 교육과 언론 대응을 시행해야겠습니다."
7월 초순, 강원도 두성군에 위치한 철통대대에서 최근 며칠간 설사와 복통 증세를 호소하는 장병들이 급증했다. 의무대 군의관이 최근 3일간 유증상자를 조사한 결과, 총 3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군의관은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 유행 상황임을 상급 부대 역학조사반에 보고해 즉각 조사에 나섰다.
두성군 보건소 등 지자체도 비슷한 기간 지역축제에서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발생한 사례를 확인했다. 국방부와 질병관리청, 지자체는 즉시 한자리에 모여 합동상황점검 회의를 실시하며 기관별 조사 내용과 함께 감염병 차단 대응 방침을 논의했다.
군과 중앙·지자체에서 함께 모인 역학조사반은 현장 조사를 위해 과학적 근거를 들며 군 특성 기반 설문 조사 항목을 구성해 갔다. 검사 역량을 초과했을 경우 등의 상황도 대비했다.
실제 상황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합동 회의의 열기는 뜨거웠다. 그렇다. 위 상황은 모두 가상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이뤄진 모의 합동 훈련 중 이뤄진 내용이다.
지난 9일 질병관리청 주도로 '2025년 질병관리청-국방부-지자체 감염병 대응합동 훈련'이 열렸다. 2023년에 처음 시행된 이후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훈련은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질병청과 국방부, 지자체의 감염병 대응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고 그 역량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특히 올해는 단순한 경험 공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집단 발생 상황과 유사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실전 모의 훈련을 진행했다. 올해 훈련 주제는 식중독으로도 불리는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이다.
수인성·식품매개 질환은 병원성 세균 또는 바이러스 등에 오염된 물 또는 식품 섭취로 인해 설사와 복통, 구토 등의 위장관 증상이 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덥고 습한 여름철 집단 발생 위험이 높아 신속히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며 보건당국과 군 당국 간 긴밀한 협력체계 유지가 관건이다.
권윤형 질병청 질병관리역량개발담당관은 "군인들의 건강은 군의 전투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군부대 내에서 발생한 감염병 대응 시 질병관리청과 지자체 보건당국이 함께하는 협력과 지원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는 관계자 및 역학조사반원 130여 명이 참석했다. 한 조당 중앙·지자체·군에서 온 역학조사반원 7~8명이 모여 감염병 발생 상황을 현장에서 설명 듣고, 주어진 정보를 조합해 조사 대상 파악부터 기관 간 상황점검회의 시행 전 자료 수집, 방역 조치 수행 방안 등을 정리해 발표했다. 총 3가지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모든 과정에는 40여분 간의 시간제한이 있어 실제와 같이 상황의 급박함을 더했다.
훈련에 참여한 이새롬 세종시청 역학조사관은 "실제 상황처럼 구성된 시나리오 기반 모의훈련을 통해 쉽게 접근이 어려운 군부대 발생 현장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부처와 감염병 대응 합동 훈련을 한 경험이 있지만, 국방부와 훈련하는 건 처음이라고 밝힌 박윤진 질병청 중앙역학조사반원은 "현장 조사를 시행할 때 부처 간 어떻게 시각 차이가 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실제 상황에서는 지금보다 당황할 여지가 더 큰데, 훈련을 통해 국방부, 지자체와 라포를 쌓고 우왕좌왕하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군 당국도 협력을 통해 대응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7군단 의무근무과 소속 김우진 중위는 "군 내에서 집단 감염병 발생 시 역학조사 등 여러 과정에서 유관 부처와 협업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번 훈련이 협력체계를 긴밀히 하는 계기가 돼 군의 감염병 대응 역량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훈련 내용을 바탕으로 발표가 종료되자, 이상원 질병청 중앙역학조사반장은 실제 상황에 대비한다는 목적에 맞게 구체적이고 날카로운 평가를 건넸다. 이 국장은 "누구를 조사할 건지 정할 때(사례 정의) 식사 여부를 먼저 물어보고 구체적인 식단을 물어봐야 한다"며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웃음기가 사라진 채 진지함이 감도는 현장에서, 중앙·지자체·군역학조사반의 눈빛은 반짝거렸다. 이는 언제든 즉시 현장 조사를 나가기 위해 훈련받은 시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였다.
모의 훈련 진행을 맡은 김은경 질병청 연구관은 "전문가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달 두 달이 아닌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과 함께 감염병 대응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방부처럼, 각 현장에서 환경을 잘 아는 사람은 해당 부에 속한 이들"이라며 교육부 등 관련 부처와 지속적인 현장 중심 교육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ur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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