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사투 우리 개 어쩌나"…열사병 반려견 '즉각 냉각'이 살린다

영국 왕립수의대 벳컴퍼스 팀 연구 결과
응급 조치 '먼저 냉각, 그다음 이동' 권장

영국왕립수의대는 반려견 열사병 관련 잘못된 응급처치 방식이 널리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미지투데이) /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반려견이 열사병(heatstroke)에 걸렸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르고 적극적인 체온 저하 조치다. 그러나 여전히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잘못된 응급처치 방식이 널리 퍼져 있어 반려견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왕립수의대(Royal Veterinary College, RVC)는 매년 여름, 반려견의 열 관련 질환에 대한 최신 연구와 정보를 발표하며 보호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10일 RVC의 벳컴퍼스(VetCompass) 연구팀에 따르면, 반려견의 열사병에 대한 보호자들의 대응이 여전히 미흡하며 잘못된 정보로 인해 적절한 응급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례가 많다.

벳컴퍼스 팀이 지난 2023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영국 내 동물병원에 열사병 증상으로 내원한 반려견 중 이동 전에 적절한 냉각 조치를 받은 경우는 21.7%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도 찬물에 담그거나 물을 끼얹은 뒤 바람을 쐬는 등 현재 수의학적으로 권장되는 방식을 사용한 사례는 24%에 그쳤다.

대부분은 여전히 젖은 수건을 덮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급격한 체온 저하가 필요한 열사병 치료에는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평가다.

문제는 이러한 비효율적인 방식이 지금도 온라인상에 널리 퍼져 있다는 점이다. 국내 역시 '미지근한 물로 천천히 식혀야 한다'는 잘못된 조언이 포털과 SNS 등에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미지근한 물'로 서서히 식히는 방법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열사병 진행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사람 응급의학에서도 찬물 침수(cold water immersion)나 증발 냉각(evaporative cooling)이 열사병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입증됐다.

영국왕립수의대 연구팀은 반려견이 열사병 증상을 보일 경우 '먼저 냉각, 그다음 이동(Cool First, Transport Second)'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영국왕립수의대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연구팀은 반려견이 열사병 증상을 보일 경우 '먼저 냉각, 그다음 이동(Cool First, Transport Second)'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열사병은 몇 분 내에도 장기 손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지체 없이 찬물이나 체온보다 낮은 물을 몸에 끼얹고,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을 이용해 증발 냉각을 실시한 후 동물병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대처법이다. 젊고 건강한 반려견은 찬물에 전신을 담그는 것이 효과적이며, 노령견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물과 바람을 함께 활용하는 냉각 방식이 더 적절하다.

한편 벳컴퍼스 연구에 따르면 열사병의 70%는 더운 날에 개를 산책시키는 행동으로 발생하며 나머지 30%는 뜨거운 환경에 개를 방치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납작한 얼굴, 두꺼운 털 등 극단적 신체 형질을 가진 견종은 열 관련 질환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에 따라 영국수의사협회와 영국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는 지난해부터 열사병 예방 캠페인 'Dogs Die in Hot Cars(뜨거운 차 안에서 개는 죽는다)'에 '더운 날의 산책도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추가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보호자들에게는 폭염 시 산책과 야외 활동을 피하고, 반려견을 시원한 실내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대응이라고 강조한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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