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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열사 모친 정차순 여사 별세…"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

'6월 항쟁 도화선'된 고문치사사건…경찰, 축소·은폐 시도 드러나
비판 여론 들끓으며 추모 열기…부모, 남은 생 민주화 위해 헌신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2024-04-17 16:36 송고 | 2024-04-17 17:13 최종수정
6·10 민주항쟁 36주년을 맞은 10일 오후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민족민주열사 및 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 고(故) 박종철 열사 등의 영정이 걸려 있다. 2023.6.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6·10 민주항쟁 36주년을 맞은 10일 오후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민족민주열사 및 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 고(故) 박종철 열사 등의 영정이 걸려 있다. 2023.6.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

1987년 경찰이 고(故)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경찰이 밝혔던 사망 과정에 대한 설명이었다. 단순 쇼크사로 발표됐던 한 대학생의 죽음은 경찰의 물고문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17일 박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 여사가 91세를 일기로 별세하면서 박 열사와 87년 민주항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 열사 고문치사 사건은 경찰의 잔혹한 고문 관행에 대한 비판 여론에 불을 붙였고, 전두환 정권의 독재에 항의하는 범국민 운동으로 이어졌다.

당시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이었던 박 열사는 1987년 1월 14일 서울 용산구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학생운동 활동가이자 선배인 사회복지학과 4학년 박종운 씨의 행방을 추궁당하며 조사를 받다가 모진 고문 끝에 사망했다.

경찰에서 조사받던 대학생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검찰을 통해 알게 된 중앙일보 기자가 사건 다음 날 처음 보도를 했고, 고문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에 경찰은 고문이 없었다고 거짓 발표를 했다.

하지만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고문으로 인한 경부 압박 질식사로 밝혀졌다. "바닥에 물이 흥건했다"는 의사의 추가 폭로도 나왔다. 이후 진실을 밝히려는 민주화운동 활동가들과 언론의 추적으로 당시 고문을 지휘했던 경찰 수뇌부가 구속돼 재판을 받았다.
영화 '1987'에는 당시 이 고문치사 사건이 어떻게 알려졌는지에 대한 과정이 담겼다. 둘째 아들의 사망 소식에 부산에서부터 득달같이 달려온 어머니 정차순 여사는 병원에서 기절했다. 영화에서는 배우 김혜정 씨가 정 여사 역할로 나왔다.

아버지 박정기 씨가 화장한 박 열사의 유골을 임진강에 뿌리며 "철아, 잘 가그레이. 이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데이…"라고 한 말은 이후 박 열사를 추모하는 구호가 됐다.

박 열사 죽음 이후 박정기 씨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에서 활동하면서 각종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해 삶을 바쳤다. 그 결과로 2000년 국회에서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박정기 씨는 지난 2018년 7월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6·10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고 박정기 씨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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