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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과 불륜" 누명 씌워 살해 후 빨간 고무통에…'4년 비밀' 술김에

성매매 강요 돈 갈취, 거부감 나타내자 없애기로 [사건속 오늘]
이혼 뒤 사귄 남자친구에게 술 마시고 '빨간 고무통' 비밀 발설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24-04-09 05:00 송고
 2019년 3월 부산 남부경찰서 형사들이 4년 3개월 가량 시신을 담아 두었던 빨간 고무통 크기를 재고 있다. (부산 경찰청 제공) © 뉴스1
 2019년 3월 부산 남부경찰서 형사들이 4년 3개월 가량 시신을 담아 두었던 빨간 고무통 크기를 재고 있다. (부산 경찰청 제공) © 뉴스1


2019년 4월 9일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3달 전까지 부부였던 28살 동갑내기 A(여) 씨와 B 씨, A 씨의 동생 C 씨(26)를 살인과 사체은닉·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해 1월 A 씨와 B 씨는 이혼할 당시만 해도 살인자로 법정에 서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참을 수 없이 간지러운 입…술김에 '너만 알고 있어' 비밀 발설

B 씨와 이혼한 직후 남자 친구를 사귀게 된 A 씨는 2019년 3월 7일 남친과 술자리에서 4년 3개월가량 꽁꽁 감춰왔던 비밀을 털어놓았다.

술이 오른 A 씨는 "친동생처럼 여겼던 애가 남편과 눈이 맞은 것 같아 홧김에 때렸더니 그만 죽더라. 너무 겁이나 시신을 고무통에 넣은 뒤 우리 집 2층 베란다에 놔뒀다"고 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보다 더 무서운 말을 들은 남친은 술자리가 마친 뒤 밤새워 고민하다가 다음 날인 8일 112에 신고했다.  
◇ 빨간 고무통에 시멘트에 뒤섞인 백골…너무 가냘파 어린아이인 줄

3월 8일 B 씨 집으로 출동한 부산 남부경찰서 형사팀은 베란다에서 높이 75㎝, 둘레 80㎝의 대형 빨간 고무통을 발견, 뚜껑을 열었다.

흙·시멘트와 뒤섞어 백골 상태의 시신을 본 형사들은 뼈가 너무 가늘고 골격이 작아 어린아이인 줄 알았다.
경찰은 즉시 A 씨와 B 씨를 체포하는 한편 사인을 규명키 위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에 체포된 A 씨와 B 씨는 4년 3개월간 숨겨왔던 비밀을 순순히 털어놓았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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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5월 공장에서 만나 언니 동생 관계로 발전…부산으로 함께 내려가

A 씨 부부가 죽인 이는 자신들보다 2살 어린 D 씨(1993년생).

A 씨는 1살짜리 젖먹이를 부산 친정어머니에게 맡긴 뒤 남편과 함께 경북 구미시의 한 휴대전화 제조 공장에서 일하던 중 2014년 5월 D 씨를 알게 됐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 했던 D 씨는 고향을 떠나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 만난 A 씨를 친언니처럼 따랐다.

그해 6월 A 씨가 '이제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려 한다. 같이 가고 싶으면 가자'고 제의하자, D 씨는 흔쾌히 따라나섰다.

A 씨의 어머니 집에서 A 씨 부부와 3주가량 보낸 D 씨는 '불편하다'며 원룸을 얻어 이사했다.

◇ 남편과 바람나 죽였다지만 성매매 강요, 착취한 것으로 볼 때

A 씨는 경찰에서 "D 씨가 남편과 눈이 맞아 한 방에서 뒹구는 모습을 목격한 뒤 분을 참을 수 없어 2014년 12월 D 씨의 원룸으로 갔다"며 "불륜을 따지는 과정에서 화가 나 프라이팬으로 때렸다. 죽을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A 씨 진술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었다.

A 씨, B 씨 부부가 D 씨에게 조건만남 등 성매매를 강요하고 그렇게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갈취한 사실 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D 씨가 거듭된 성매매 강요에 거부감을 나타내자 위협하는 과정에서 D 씨를 숨지게 한 느낌이 들었지만 피해자가 이미 사망, 진실을 확인할 순 없었다.  

피해자 시신을 우선 보관했던 여행용 가방과 시신을 옮겨 담았던 고무통. (부산 경찰청 제공) © 뉴스1 
피해자 시신을 우선 보관했던 여행용 가방과 시신을 옮겨 담았던 고무통. (부산 경찰청 제공) © 뉴스1 

◇ 여행용 가방에 들어갈 정도로 약했던 피해자…남동생 불러 시멘트 부은 뒤 옮겨

D 씨가 숨지자 A 씨는 남동생 C 씨를 D 씨 원룸으로 불러 시신을 화장실로 옮긴 뒤 여행용 가방에 D 씨를 집어넣었다. 가방에 들어갈 만큼 피해자는 작고 가냘팠다.

이어 A 씨 부부와 C 씨는 여행용 가방 안에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들이부었다.

이틀 뒤 시멘트가 어느 정도 굳자 A 씨 부부, C 씨는 여행용 가방을 A 씨 집 1층 마당으로 옮긴 뒤 시신을 꺼내 빨간 고무통에 넣고 부패 냄새를 숨기기 위해 세제와 흙을 뒤섞었다.

◇ 이사 갈 때도 빨간 고무통과 함께…늘 볼 수 있도록 베란다에

A 씨 부부는 2015년 6월 이사를 할 때도 빨간 고무통과 함께했다.

그들은 고무통을 늘 볼 수 있도록 자신들이 살고 있는 2층 베란다에 뒀다.

경찰은 A 씨와 함께 살고 있는 A 씨 어머니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조사를 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D 씨 가족들은 '부산에서 아는 언니와 함께 있다'는 연락을 끝으로 D 씨로부터 소식이 끊기자 2015년 12월 실종신고를 했지만 3년 3개월 만에 받아든 소식은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는 허망한 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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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거는 백골뿐, 살인 아닌 상해치사죄 적용…양형기준보다 높은 징역 15년, 7년 형

검찰은 살인죄로 A 씨 부부를 기소했지만 1심인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정성호 부장판사)는 2015년 9월 25일 '화가 나 때렸다'는 A 씨 부부 진술 외 증거는 백골 뿐이여서 "이들 부부가 D 씨를 살해했다는 직접적인 근거를 찾기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며 상해 치사죄를 적용, A 씨에게 징역 15년 형, B 씨에게 징역 7년 형을 각각 선고했다.

또 D 씨에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내렸다.

재판부는 상해 치사죄를 적용했지만 당시 상해 치사죄 양형 상한(징역 7년)보다 훨씬 무거운 형을 내려 A 씨 부부를 단죄하는 한편 피해자를 위로했다.

A 씨 등은 이에 불복 항소했지만 기각당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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