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사실상 경질 수순에 돌입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끝까지 수장답지 못했다. 아시안컵 졸전 책임을 '선수들 불화' 탓으로 돌리면서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 '잘못된 만남'이었던 클린스만과 한국 축구대표팀의 인연은 1년 만에 초라하게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5일 서울 종로구의 축구회관에서 2024년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를 열고 지난 10일 종료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대해 복기했다.가장 중요한 인물인 클린스만 감독은 현장에 없었다. 지난 10일 미국으로 떠난 클린스만 감독은 비대면으로 참석해 회의 초반에만 함께 했다.

황보관 KFA 기술본부장에 따르면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한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단 내 불화가 요르단과의 준결승전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회의에 참석한 기술위원들이 지적한 감독의 전술 부재에 대해서는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으로 꾸려진 대표팀은 역대 최강의 선수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부족한 지도력과 전술 부재 등으로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거듭된 졸전을 펼치다가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6경기에서 11득점 10실점으로 공수 모두 문제점 투성이었다. 답답한 경기 내용과 결과에 모두가 성토하고 있음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끝까지 자신의 무능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외려 치열하게 뛴 선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에 화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회의에는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과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그리고 전력강화위원 7명이 참석해 클린스만호가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경기력과 대회 준비 과정 등을 되짚어본다. (공동취재) 2024.2.1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지도력 부족부터 비상식적인 근태까지, 여러 방면에서 지도자로서 자질이 부족한 모습을 보인 클린스만 감독은 이제 경질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13일 대한축구협회 임원회의에도 경질로 뜻을 모은 것에 이어 15일 전력강화위원회까지 클린스만으로는 어렵다고 중지를 모았다. 황보관 기술본부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더는 대표팀 감독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판단, 교체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오늘 회의 결과를 KFA에 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몽규 회장이 건의를 받아들인다면 지난해 2월 한국 대표팀의 수장으로 부임한 클린스만 감독은 1년 만에 다시 야인으로 돌아가게 된다. 처음 한국 땅을 밟을 때는 '역대급 슈퍼스타의 등장'이었으나 떠나는 뒷모습은 초라한 실패자다.

무엇보다 리더답지 못한 모습이 팬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대회 결과까지 선수 탓으로 돌리던 클린스만 감독의 '나몰라 리더십'은 이미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아시안컵에서 형편 없는 결과를 안고 한국에 돌아온 지 이틀 만에 그는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향했다. 요르단전 패배 후 스스로 뱉은 "대회에서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으면 빨리 분석하고 돌아봐야 한다.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것은 다음 경기 준비"라며 "2년 반 뒤에 (북중미) 월드컵이 있는데 예선을 어떻게 치르는지가 중요하다"던 말과 어울리지 않던 행보다.

대한민국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국민적 공분을 산,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미소'와 얽힌 답답함들은 너무 많다. 

아시안컵 대회 중 말레이시아와 3-3으로 비겼을 때도,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0-2로 완패했을 때도 그는 미소를 지었다. 아쉬움에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선수들, 패배에 대한 아픔과 팬들에 대한 미안함에 울음을 삼키던 선수들과는 반대되는 표정과 태도였다.

지도자로서의 경력이 좋지 못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취임 당시 "나를 둘러싼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 믿음을 줄 수 있게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단 1년 만에 더 나쁜 이미지만 더하게 됐다.

클린스만 지도력 이력에 또 오점이 생겼고, 한국 축구도 아까운 시간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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