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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 '쩐주'찾는 바지사장? 신선하지만…아쉬운 완급조절 [시네마 프리뷰]

2월7일 개봉 영화 '데드맨' 리뷰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24-01-31 12:04 송고
'데드맨' 스틸 컷
'데드맨' 스틸 컷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데드맨'이라는 제목은 여러 의미를 함축한 것이겠으나, 1차적으로는 죽었다 살아돌아온 주인공 이만재(조진웅 분)를 가리킨다. 살아있지만 죽은 사람인 '데드맨' 이만재가 다시 돌아와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간 사건의 배후, 진짜 '쩐주'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이 영화는 이만재의 고군분투를 통해 '이름값을 다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실존적인 질문에 다가간다.
이번 작품으로 데뷔한 '데드맨'의 연출자 하준원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대표작 '괴물'의 각본가 출신이다. 봉 감독과 공동으로 '괴물'의 각본을 쓴 그는 배우 겸 감독 하명중의 둘째 아들이기도 하다. 60년대와 70년대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하명중 감독은 '엑스'(1983)로 감독 데뷔한 후 '땡볕'(1984)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2007) 등의 영화를 연출했다.

감독의 이 같은 배경 덕에 '데드맨'은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리고 최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는 기대에 부합하는 색다른 소재가 빛난 작품이기는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속도감 있는 전개에 많은 신경을 쓴 나머지 정작 보여줘야 할 것들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느낌이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영화는 관 속에서 깨어나는 남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어딘지 알 수 없는 곳. 라이터를 켜서 확인해보니 어두운 관 속이다. 밖에서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곧이어 누군가 관을 깨고 그를 꺼낸다. 주변에서는 끌고 온 사람들에게 덤벼드는 끌려온 사람들의 사투가 이어진다.

관속에서 깨어난 남자는 이만재였다. 수년 전 이만재는 인생의 벼랑 끝에서 살기 위해 자신에게 남은 이름까지 팔게 됐고 바지사장으로 돈 세탁이 필요한 여러 조직에 이름을 빌려준다. 탁월한 계산 능력, 혹은 비밀장부 작성 능력을 가진 그는 그 덕에 업계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아 버틴다. 그러던 그에게 6개월짜리 일이 하나 들어온다. '스포텍'이라는 스포츠벤처기업의 바지사장이다. 호주에서 푸드 트럭을 해 아내와 뱃속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픈 꿈을 꾸는 '쩐주' 공문식(김원해 분)을 만나 이 일을 수락하지만, 갑작스러운 세무조사 때문에 해외에 도피한 사이 1000억원이라는 금액을 횡령했다는 누명을 쓰게 된다. 그리고 괴한들에게 납치를 당해 어딘지 알 수 없는 사설감옥에 갇혀 이름에 이어 인생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그런 그에게 정치 컨설턴트 심여사가 찾아온다. 심여사는 이만재에게 이름도, 인생도 되찾을 수 있다며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건낸다.
'데드맨'의 내용은 단순하지가 않다. 바지사장 이만재의 이름을 빌려 빼돌린 1000억원을 가져간 '쩐주'가 누구이며, 그 목적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외적인 이야기지만, 이야기의 내부에 황의원(최재웅 분)과 윤대표(유연수 분) 같은 정치인들, 그리고 그들에게 조언을 건네는 컨설턴트 심여사, 정계의 자금 흐름을 이리저리 뒤흔드는 정치 자금 세탁 전문, 일명 런드리조(박호산 분), 브로커 꼴통(이시훈 분) 등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뒤엉켜있다.
'데드맨' 포스터
'데드맨' 포스터
복잡한 이야기라도 연출에 따라 관객의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식으로 직조될 수 있으나 '데드맨'은 그 점에서 아쉽다. 형이상학적인 선문답 대사들 때문에 내용 전달력은 떨어지는데 연출 주안점 중 하나인 속도감'만' 있는 전개로 인해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조진웅 이수경 같은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가 호소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작품 자체의 한계를 뛰어넘기는 힘들다. 주인공을 제외한 무수히 많은 캐릭터들의 진짜 의도와 감정을 파악할 만한 시간과 단서들이 부족해 모든 사건이 끝나고 나서도 어떤 감상을 내놓기가 어렵다. 완급조절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흥미로운 부분들이 없지는 않다. 사설 감옥이라든가, '바지사장'의 세계에 대한 묘사는 기존 영화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 있어 재밌었다. 정치 컨설턴트 심여사의 캐릭터도 무척 독특한데,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으나 배우 김희애가 특유의 오라로 역할을 잘 해냈다. 러닝타임 108분. 오는 2월7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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