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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판결 보니…약자 보호 인권 옹호 눈길

퍼블리시티권 첫 인정 판시…투렛증후군 장애인정 판결도 눈길
1심서 징역 4년 받은 강서 아동학대 사건 보육교사에 '징역 6년'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2023-08-23 17:14 송고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가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을 위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8.2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가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을 위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8.2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고 인권을 옹호하는 판결을 다수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예인 '퍼블리시티권'(초상사용권)과 투렛증후군(틱장애) 장애인등록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새로운 사회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경찰의 살수차 진압으로 머리를 다쳐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2심에서 1심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아동학대치사 방조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어린이집 원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하기도 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16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투렛증후군이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규정된 장애 유형이 아니란 이유로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등록을 거부한 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 후보자는 당시 판결문에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이 장애인 범위를 제한적·한정적으로 정해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도록 한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장애인 인권 디딤돌 판결로도 선정됐다.

2019년에는 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으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벌금 1000만원의 유죄판결을 내렸다. 당시 이 후보자는 "피고인은 현장 지휘관의 보고를 수동적으로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지휘권을 사용해 과잉 살수가 방치되는 실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했다"고 판시했다.
이는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과 관련해 집회 관리 총괄책임자였던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법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였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고 적절한 수준의 공권력 내에서 시민이 안전하게 집회할 수 있는 권리와 자유를 보장해 주는 계기가 됐다는 평을 받았다.

같은해 '강서 어린이집 학대치사' 2심 판결도 주목받았다. 당시 이 후보자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생후 11개월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한 보육교사와 어린이집 원장에게 2심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

이 후보자는 "사건의 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피해자들이 많으며 설령 사망한 아동의 부모와 합의가 됐더라도 1심의 형은 가벼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보육교사에게는 징역 6년을 선고하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던 어린이집 원장에게는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했다.

대법원은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고의 심각성과 중대성을 재확인하고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가 경각심을 가지고 국가 차원의 후속 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2013년에는 배우 신은경씨와 병원 간 민사소송에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실무상 기준도 제시했다. 당시 이 후보자는 "사람의 이름과 얼굴은 인격권에서 유래하는 것이고 함부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며 "나아가 초상 등이 상품의 판매를 촉진하는 고객흡인력을 가질 경우에는 퍼블리시티권도 인격권에서 유래한다"고 판시했다.

교권, 학문의 자유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판결도 있다. 지난 2013년 사립여고 교사가 경제 수업에서 재화의 개념을 설명하다가 학생들로부터 '담배 피우는 흉내를 내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손가락에 분필을 끼워 연기를 내뿜는 흉내를 냈다. 이 모습이 SNS에 확산하면서 문제가 되자 학교 측은 감봉 2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1심은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을 맡은 이 후보자 재판부는 다르게 판단했다. 이 후보자는 판결문에서 중등교육 현장에서도 일정한 범위에서 교수(가르침)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헌법정신"이라며 "수업 내용이나 방법에 일부 부적절한 점이 있더라도 교원의 재량이 어느 정도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1988년 '이태원 살인사건' 파기환송심 주심이었던 이 후보자는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에 강한 의문을 가지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par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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