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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 그놈, 재범 징후 많았다"…돌려차기 피해자, 한동훈에 장문의 편지

"교정시설은 편리한 수용시설…피해자·가해자 모두 회복 못해"
"사건 무관 양형기준 삭제…각 죄 형 합산하는 병과주의 필요"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2023-07-28 14:52 송고 | 2023-07-28 15:29 최종수정
서울 관악구 신림동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현장에 추모객들이 적어놓은 추모메시지와 조화가 놓여 있다. 2023.7.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현장에 추모객들이 적어놓은 추모메시지와 조화가 놓여 있다. 2023.7.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아무런 도움이 못돼 죄송합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A씨가 '신림역 흉기난동' 추모 현장에 남긴 쪽지엔 이같이 적혀 있었다. A씨는 "같은 강력범죄 피해자로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서는 21일 오후 2시7분쯤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힌 '묻지마 난동'이 발생했다. 피의자 조선(33·남)은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귀가하던 A씨를 따라가 폭행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 사건'에 이어 또다시 일어난 '묻지마 범죄'로 대책 마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반복되는 '묻지마 범죄'…철저한 교정 절실

신림동 현장을 다녀온 A씨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부산돌려차기 피해자입니다. 신림역 사건과 관련해 얘기 드리고 싶습니다'는 제목의 인터넷 편지를 작성했다.

A씨는 편지에서 △사건과 관련 없는 양형기준 삭제 △여러 범죄를 저지른 자는 각 죄에 형을 매긴 뒤 합산하는 병과주의 적용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게 교정 시스템 개선 등을 제안했다. 
A씨는 편지 말미에서 "피해자들이 당연한 걸 요구해야 하는 이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라며 "더는 가해자들이 교정사회를 악용하는 사례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부탁했다.

A씨는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재범 징후가 많았지만 너그러운 양형 기준과 범죄자를 교화하지 못하는 교정 시스템으로 묻지마 범죄가 또 발생했다"며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회복 지원도, 가해자에 대한 교정도 이뤄지지 않는 현행 사법 체계를 언제까지 방치해야 하나요"라고 되물었다. 

신림역 사건 피의자 조선과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의자는 미성년자 시절부터 범죄 경력이 있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소년범죄자의 재범 실태 및 방지 대책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소년범 중 재범자는 꾸준히 증가해 왔고 소년 재범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으로 '취약한 보호환경'이 꼽혔다. 보호관찰 지도감독 방식 및 운영의 한계, 소년 재범 가능성 예측 도구의 한계 등 제도적 원인도 포함됐다.

재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감호위탁의 활성화 및 개선 △보호관찰의 효율성 제고 △소년 재범 문제에 대한 효율적 통합적 대응 △소년보호시설 및 사회정착 지원 기관의 체계적 전문적 운영·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A씨는 "교정시설은 범죄자에게 편리한 수용시설이 됐고 현 제도는 범죄자에게 형벌만 내린 후 방치한다"며 "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이후 철저한 교정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A씨가 '신림역 사건' 추모 현장에 남긴 쪽지(A씨 제공)
지난 24일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A씨가 '신림역 사건' 추모 현장에 남긴 쪽지(A씨 제공)

◇ 유족·피해자 회복도 중요…"지금이 변화할 시점"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족과 피해자가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A씨는 '신림역 사건'의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고 누구도 전부 이해하지 못할 만큼 힘든 일이지만 꼭 치료받으시고 감정에 솔직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현재 범죄피해자는 물론이고 유족에게 제대로 된 회복 장치가 없다"며 "범죄피해자가 회복하고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촘촘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범죄피해자를 지원하는 스마일센터는 피해자가 직접 연락해야 연결되는 실정이다.

A씨는 "범죄자에게 벌만 주고 교정하지 않는다면 재범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묻지마 범행이 잇따르는 지금 걷잡지 못하면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법학회가 발간한 '묻지마 범죄의 형사정책적 대응방안'에 따르면 조씨의 범행은 '만성분노형'으로 추정된다. 묻지마 범죄 가해자의 약 75%가 전과자이고 만성분노형이 전체 묻지마 범죄의 46%를 차지한다. 

논문은 "고위험범죄자에 대한 사회 내 관리제도는 전자장치 부착제도뿐이고 이마저도 강력범죄에 한정돼 있다"며 "만성분노형 범죄자는 재범 가능성이 높아 교도소의 수감생활이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A씨는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피해자의 목소리도 들어달라"며 "지금은 변화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 관악경찰서는 살인, 살인미수, 절도, 사기 혐의로 조선을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 조선(33·남)이 28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에 구속 송치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3.7.2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 조선(33·남)이 28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에 구속 송치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3.7.2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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