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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등록했는데 폐업 직전까지 회원 모집"…'헬스장 먹튀'에 분통

직원 월급도 수천만원 체납, 용역업체도 수천만원 미납
"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 가능…폐업 의도 있었는지 중요"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2023-06-13 00:31 송고 | 2023-06-13 16:03 최종수정
12일 경기 부천시에 위치한 해당 브랜드 헬스장은 불이 꺼진채 굳게 닫혀 있었다. 23.06.12 © 뉴스1 한병찬 기자
12일 경기 부천시에 위치한 해당 브랜드 헬스장은 불이 꺼진채 굳게 닫혀 있었다. 23.06.12 © 뉴스1 한병찬 기자

"지난주에 등록했는데…폐업 직전까지 새로운 회원을 모집했단 게 너무 괘씸합니다"

12일 오전 경기 부천시에 위치한 유명 브랜드 헬스장 A지점 앞에서 만난 김모씨(53)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해당 지점 헬스장은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문 앞에는 '무단으로 침입하여 집기를 외부로 반출할 경우 고소한다'는 계고장과 25일까지 '누수 및 누전 관련해 공사를 진행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김씨는 "제가 겪은 헬스장 대표 야간도주는 이번까지 3번째인데 이렇게 대규모 사기극을 벌인 경우는 처음"이라며 "대형 프랜차이즈(가맹점)라서 의심은 하지 않고 1년 치를 끊었는데 화가 난다"고 호소했다.

전국에 28개 지점을 둔 유명 헬스장이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 직원·회원·용역업체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해당 브랜드의 일부 헬스장들은 경영난을 이유로 회원들에게 '헬스장은 전부 분리됐고 브랜드는 사라지고 매각됐다"며 '환불은 어렵다'는 문자를 발송했다.

◇"헬스장 개인 짐도 못 빼…3달 전부터 전기료, 관리비 체납"
이날 기자가 찾은 헬스장 앞에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피해를 본 회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A지점 앞에서 만난 30대 이소영씨는 "양도받은 회원권이라서 문자로 안내조차 받지 못했다"며 "헬스장 안에 개인 짐이 있는데 빼지도 못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해당 건물 관리인은 "3달 전부터 전기료와 관리비 등이 체납돼서 몇 번 기회를 줬는데 약속을 안 지켰다"고 밝혔다.

12일 경기 부천시에 위치한 해당 브랜드 헬스장 문에 붙은 계고장의 모습. 23.06.12 © 뉴스1 한병찬 기자
12일 경기 부천시에 위치한 해당 브랜드 헬스장 문에 붙은 계고장의 모습. 23.06.12 © 뉴스1 한병찬 기자

경기도에 위치한 B지점에는 열댓명의 회원들이 모여 있었다. 해당 지점은 직원들이 피해를 당한 회원들이 운동하거나 짐을 뺄 수 있게 자체적으로 문을 열어둔 상태였다. 김상민씨(57,여)는 "지난 2월부터 몸이 아파서 개인운동강습(PT)을 진행할 수 없어 환불을 요청했는데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지금까지 끌더니 폐업을 통보했다"며 "PT의 경우 이관도 불가능하다고 해서 피해금액이 450만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등록한 지 10일 정도 됐다는 정동옥씨(26)는 "일주일 정도 다녔는데 직원도 너무 없고 화장실 등도 전혀 관리가 안 돼 느낌이 싸했다"며 "연장은 안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일이 터졌다"고 토로했다.

◇직원들에게 걱정말라던 대표…지난 9일부터 연락 두절

피해는 대표를 믿고 성실히 일했던 직원들에게도 고스란히 돌아갔다. 직원들도 임금을 몇 달째 못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C지점의 매니저는 "C지점 직원 월급 체납액만 8000만원이 넘고 평균 1000만원이 넘는 월급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31일 직원들이 헬스장 브랜드 대표 전모씨를 만났는데 전씨는 '매각을 진행 중이고 인수자를 계속 찾는 등 곧 정상화되니 걱정말라'고 말했었다"며 "전씨에게 계속 연락을 시도하고 있는데 지난 9일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두절됐다"고 말했다.

특정 종교와 같은 이름 때문에 회원이 줄어들어 파산한 게 아니냐'는 의혹엔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헬스장과 관련된 업자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경기 고양시 일대 헬스장의 헬스복과 수건을 세탁하는 계약을 맺은 세탁업체 대표 노희원씨(47)는 "현재 미수금이 5000만원에 달한다"며 "직원들에게 월급을 줘야 하는데 너무 힘든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피해자는 전국에 수천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단톡방에는 12일 오후 2시 기준 1200여명이 넘는 피해자가 모였다.

전씨는 전날 '운영이 불가해 인수자를 찾고 있다'며 '인수자를 찾을 시 회원권 등 전부 인계 처리로 찾아보겠다"고 회원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현재 인수된 일부 지점들은 "회원권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면서도 "PT나 GX는 환불 및 사용 불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유명 헬스장 브랜드 대표 전모씨가 회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의 모습 23.06.12 © 뉴스1 한병찬 기자
지난 11일 유명 헬스장 브랜드 대표 전모씨가 회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의 모습 23.06.12 © 뉴스1 한병찬 기자

◇"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 가능해…피해자 연대해야"

전문가들은 "민사적으로 부당이득 환수는 가능하고 형사로 고소하게 되면 사기로 고소를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처음 회원권을 판매할 때 약속된 기간만큼 헬스장을 운영할 생각이 있었는지 아니면 제대로 운영할 생각 없이 돈만 받은 것인지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피해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폐업 준비를 한 정황이 있는데 이미 헬스장을 정리하고 폐업하려 한 의도가 있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감 변호사도 "경영부실로 문을 닫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돈을 받고 회원권을 발행했으면 사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며 "피해자들이 연대해서 대표가 부실한 상황에서도 회원권을 남발했다는 취지로 고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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