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 PD / 사진제공=강엔터테인먼트

'닥터 차정숙' 김대진 PD가 배우 및 출연진 포상 휴가를 이달 마지막 주 떠난다고 밝혔다.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극본 정여랑/연출 김대진, 김정욱)는 지난 4일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닥터 차정숙'은 20년차 가정주부 차정숙(엄정화 분)이 1년차 레지던트가 되는 이야기로, 경력 단절 아줌마의 성장 이야기를 담았다.'닥터 차정숙'은 가족 위주의 삶을 살았던 차정숙이 남편 서인호(김병철 분)와 최승희(명세빈 분)의 외도를 알게 되고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는 모습도 그렸다. 그 과정에서 정숙 인호의 자녀 서이랑(이서연 분)과 승희 인호의 자녀 최은서(소아린 분)가 충돌하기도 했고, 정숙의 어머니 오덕례(김미경 분)와 인호의 어머니 곽애심(박준금 분)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병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였지만 가족애와 모성이라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극을 관통하며 안방극장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특히 불륜 등 민감할 수 있는 주제를 너무 진지하지만은 않게 풀어냈으며, 외도로 인한 갈등보다는 차정숙이라는 여성이 자신의 인생을 꾸려가는 성장기를 유쾌하게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1회에서 시청률 4.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으로 시작해 4회에 11.2%로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더니 최종회에서 18.5%로 자체 최고를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닥터 차정숙'을 연출한 김대진 PD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김대진 PD / '닥터 차정숙' 현장 스틸

-'닥터 차정숙'의 인기, 실감했나. 뿌듯했던 시청자 반응이 있다면. 

▶세상의 많은 정숙이들이 좌절했다 힘을 얻었다고 한다. 스스로 무언가를 하는 정숙을 통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아직 늙지 않았고 좌절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준 것 같다. 드라마 PD를 하려고 마음을 먹은 것도 미디어를 이용해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서였다. '닥터 차정숙'은 편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드라마로서 만족하고 있다.

-사청률 20% 못넘어서 아쉽지는 않았나. 

▶시청자들이 많이 바랐고 배우들도 내심 바라지 않았나. 마지막회 한번쯤은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20%의 벽은 높았다.

-'닥터 차정숙'에서 분위기 리더는 누군가. 

▶저희 팀에서 그런 분이 민우혁씨다. 민우혁씨는 부산 공연이 있어서 (포상휴가에) 못가게 됐다. 서정민 역을 한 송지호 배우도 주도하는 것을 잘 한다. 그 친구 덕분에 1회부터 매주 배우들과 방송을 봤을 정도다. 

-베트남 포상 휴가는 언제 가나.    

▶드라마는 공개되면 시청자의 것이지 내게 아니다.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른다. 초반에 사이다라고 열광하시는 분들이 (결말 후) 확 떠나가는 것을 보고 시청자들이 정말 민감하다고 생각했다. 만들 때 많은 생각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서인호의 병원장 결말이 너무 해피엔딩이 아니었냐는 의견도 있었다.

▶시청자들은 이런 장르 캐릭터에 대해서는 무조건 파멸하고 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차정숙'이라는 드라마 톤을 생각하면 지금이 맞다고 생각한다. 인호가 병원장이 되든 안되든 파멸하고 거지가 되면, 마지막 정숙이 배를 타고 햇살을 바라보면서 웃는 얼굴이 이만큼 편안하거나 따뜻해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 병원장이라는 것은 허울에 불과한 것이다. 인호가 텅빈 공간에 자기 혼자 썰렁하게 있으면서 우는 게 자기 행동을 돌아보는 것이다. 나중에 육아는 책임을 져야 하니 승희, 정숙에게 끌려다니고, 그게 '차정숙'의 엔딩으로 맞다고 생각했다. 

-로이킴(민우혁 분)에게 여자친구 생기는 엔딩도 아쉬움이 있었다는 반응도 있었다.

▶16회에서 굳이 로이킴에게 여자친구를 만들어줘야 되는 이유는 뭐냐는 말들이 많았다. 어차피 차정숙과 연결시킬 계획은 없었다. 차정숙은 남자들로부터 독립해서 자기 삶을 찾는 게 엔딩이었다. 로이와 정숙이 결혼할 것도 아닌데, 열린 결말로 끝나도 판타지의 영역으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작가님은 로이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다. 로이 역시 정숙으로 인해 마음의 치유가 돼서 연애를 시작할 수 있는 결말이 좋지 않겠냐는 말에 모두가 수긍했다. 그렇지만 우리끼리는 매일 '그럼 뭐해! 딴여자 만나는데!'라고 이야기했다. 그 장면 찍는 것을 봤는데 민우혁 씨가 하기 싫다고 하면서 다정하게 찍었더라.(웃음)
 
-엄정화, 김병철, 명세빈, 민우혁 배우들의 캐스팅 과정도 궁금하다. 
    
▶제가 합류했을 당시는 엄청화, 김병철씨는 캐스팅됐고 승희와 로이킴 역에 난항이 있었다. 로이킴 자리를 채워야하는데 고민을 하다가 작가님이 민우혁씨 이야기를 꺼냈다. '아 맞아 이런 배우가 있었지'하고 만나봤는데, 기획 안에서 인물 설명과 흡사했다. 미국 느낌을 가진 배우가 나타났다. 유일하게 로이킴과 민우혁씨가 다른 점은, 민우혁씨는 영어를 못한다는 점이다.(웃음) 인호와 로이가 나올 때 투샷이 재밌어야 했다. 신체적인 우위가 로이가 있지만, 유치한 남자들의 찌질함이 보여야했다. 저는 로이가 더 멋져보이고 인호가 쫓아가는 그림이 재밌을거라 생각했다. 


ahneunjae9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