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발생한 에버랜드 매직트리(왼쪽)와 조찬동 소방관이 화재 진압당시 입은 흰색 티셔츠 / 뉴스1 |
"저도 소방관 입니다. 돕겠습니다."
12일 4살된 아들의 생일을 맞아 가족과 경기 용인 에버랜드를 방문한 조찬동(38· 인천 송도소방서)소방사는 팬더 월드 입장을 앞두고 아내의 '저 멀리 광장쪽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조 소방사는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는 것을 보고 큰 화재가 발생했다는 걸 직감했다.
조 소방사의 아내는 "검은 연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여기서 기다릴테니 다녀오라"고 남편에게 말했다.
조 소방사는 검은 연기와 화염이 피어오르는 매직트리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현장에는 에버랜드 자체소방대가 화재를 진압하고 있었다.
"저도 소방관 입니다. 돕겠습니다." 조 소방사는 애버랜드 소방관계자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힌 뒤 소방대가 끌어온 옥외소화전 수관을 잡고 조형물을 향해 물을 뿌렸다. 소방대와 조 소방사의 노력으로 12일 오전 11시 10분쯤 시작된 불길은 25분여 만인 오전 11시 35분쯤 완진됐다.
조 소방사는 당시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화재를 진압하느랴 티셔츠 곳곳에 검은 얼룩이 생겼다. 에버랜드 측에선 조 소방사에게 티셔츠를 주겠다고 했으나 조 소방사는 '여분 옷을 챙겨 왔다'며 사양했다.
조찬동 소방사 / 뉴스1 |
조 소방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불을 끄는 동안 아내가 걱정했을텐데, 기다려줘서 고마웠다"며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보고 안도하는 아내와 아들을 보고 가족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검은색 티셔츠를 하나 더 챙겨와서 옷을 갈아입었다"며 "남은 시간은 아들 생일날 애버랜드에서 뜻깊게 보냈다"고 말했다.
조 소방사는 끝으로 "소방관이면 누구나 저와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며 "큰 피해 없이 불이 꺼져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gut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