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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下] 복권 시스템실 첫 공개…들어가는 데만 정맥·홍채 등 5번 인증

데이터 접근 시 파악 가능…외부 감리 업체 독립 시스템 구축
8시35분 추첨방송 등 두고 조작 의혹도…기재부 "조작 불가능"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2023-04-11 06:10 송고 | 2023-04-11 10:02 최종수정
편집자주 사람들의 염원과 욕망이 담긴 4g짜리 공. 로또복권 추첨을 향한 사람들의 의심이 과연 정당한지 알고 싶었습니다. 로또복권 추첨 방송을 참관하고 동행복권의 시스템실과 상황실을 들여다봤습니다.
동행복권 시스템실./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동행복권 시스템실./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1층 안내데스크에서 엘리베이터까지 가기 전 보안인증 두 번, 엘리베이터에서 또 인증 한 번을 거쳐 도착한 곳은 국정원이나 국가안보시설이 아닌 복권 시스템실 앞이었다.

여기서 한 번의 인증을 더 거쳐 시스템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시스템실에서 데이터 기기들이 있는 철창 안으로 들어가려면 ID인증, 정맥인증, 체중인증, 홍채인증, 지문인증 등 5가지 인증까지 통과해야 했다.
또 시스템실과 별도로 존재하는 상황실에는 매일 24시간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복권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복권 판매처 점주들의 민원을 해결하고 있었다.

지난 8일 복권수탁업체인 동행복권 측의 시스템실과 상황실을 방문해 데이터 관리나 민원 업무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봤다.

동행복권 시스템실./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동행복권 시스템실./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5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위변조 막아…"구축에 350억~400억원 들어"
시스템실이 외부에 공개된 건 로또 복권 발매가 시작된 2002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시스템실 내 기기들은 복권 수탁업자가 바뀌더라도 그대로 인계돼 유지·관리된다.

외부 감리인원 등을 제외하고 동행복권 직원도 5명 정도만 시스템실 철창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수많은 인증을 통과한 직원이 문을 열어줘 겨우 출입할 수 있었다.

시스템실 철창 안에는 줄줄이 나열된 데이터 저장 장치들이 "위이이잉"하며 굉음을 내고 있었다. 기계가 시스템실 내부 공기를 모두 빨아들이고 있는 듯했다. 약간만 떨어진 사람의 말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이 시스템실 구축을 위해 350억~400억원가량이 소요됐다는 게 동행복권 측의 설명이다.

로또 판매 시각, 판매 개수, 검증번호, 발행번호 등 정보는 모두 실시간으로 이 장치들에 저장된다.

누군가 가지고 있는 로또가 위변조된 것인지 확인하려면 이 장치에 저장된 데이터베이스와 일치하는지 대조해보기만 하면 된다.

또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정보 자체가 위변조될 경우를 대비해 보안 시스템도 구축했다.

누군가 저장 장치에 접근해 데이터를 조작하려 할 경우 파일 고유의 '해시값'이 변하도록 했다. 위변조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복권 데이터는 복권발매 메인시스템, 백업시스템, 감사시스템 등 독립적인 5개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외부 감리 업체는 자신의 시스템에 저장된 정보와 동행복권 측 시스템 속 정보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검증할 수 있다.

외부 감리 업체는 로또 구매가 끝나는 오후 8시~8시15분 데이터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 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보고한다.

동행복권 관계자는 "복권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폐쇄망이기 때문에 가장 리스크가 큰 게 내부자의 조작"이라며 "내부자 보안을 철저히 하기 위해 외부 감사를 둔 것"이라고 밝혔다.

동행복권 상황실./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동행복권 상황실./뉴스1 © News1 최현만 기자

◇상황실 '복권 진위 판별' 민원 해결하기도…24시간 상주

이후 올라간 상황실에는 정면 커다란 스크린이 눈길을 끌었다. 스크린에는 민원 요청 현황, 거래 건수, 시스템실 CCTV 화면이 표시됐다.

상황실은 4조 2교대로 운영되며 매일 24시간 돌아간다. 상황실에 있던 직원 4명은 기자들의 방문에도 신경을 끄고 민원 전화를 받고 있었다.

동행복권 관계자는 "판매 기기가 작동을 안 할 경우 판매 점주분들이 전화를 주실 때가 많다"며 "공사하다가 전선이 끊어지는 등 외부 요인이 원인인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화를 받고 현장 상황을 판단한 다음 온라인으로 도와드릴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안 된다면 현장에 인력을 투입해서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손님이 4등이나 5등 당첨금 수령 목적으로 복권을 들고 로또 판매처에 가져오는데, 판매처 점주가 손님이 들고 온 복권이 이상하다며 진위를 판별해달라고 연락이 온 적도 있었다고 했다.

당시 데이터베이스에 남아있는 복권 판매 정보와 해당 복권의 정보를 비교한 뒤 '판매되지 않은 복권'이라고 확인해줬다고 설명했다.

상황실은 이 밖에도 거래 처리가 갑자기 늦어지거나 끊기면 소프트웨어 기능에 이상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트래픽 용량을 보면서 네트워크에 부하가 걸리지 않는지도 살핀다. 추첨 발표 이후 홈페이지에 트레픽이 급증할 때 특히나 예의 주시한다.

시스템실 CCTV를 보면서 혹시나 수상한 사람이 접근하는지도 감시한다.

기획재정부 전경 (기획재정부 제공)/뉴스1
기획재정부 전경 (기획재정부 제공)/뉴스1

◇추첨방송 시간, 당첨자 폭증 등 놓고 조작 의혹…기재부 "조작 불가능"

시스템 및 상황실 방문, 추첨 방송 방청이 모두 끝나고 나서 기재부에 여러 조작 의혹에 대해 물었다.

먼저 복권 판매가 오후 8시에 마감되는데 추첨 방송 시간이 8시35분인 게 수상하다는 의혹에 대해 기재부는 조작과 무관하다며 적극 해명했다.

기재부는 오후 8시~8시 15분까지 동행복권 측 데이터와 감리 업체의 데이터가 일치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로또 추첨이 가능하지만 MBC 뉴스 방송 중간에 추첨방송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뉴스가 끝나는 8시35분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재부는 1057회차에서 2등이 664건이나 나온 것에 대해 "대다수가 당첨번호 6개 중 특정번호를 수동으로 선택한 것"이라며 "선호하는 번호조합이 우연히 추첨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 특정 번호조합은 구매자가 많은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1057회차에 번호 조합을 1,2,3,4,5,6으로 선택한 건수는 1만1828건이다.

이 밖에도 4, 11, 18, 25, 32, 39 조합(용지배열 4번째 세로번호)나 7, 14, 21, 28, 35, 42 조합(용지배열 7번째 세로번호) 등도 사실상 1만건 이상의 구매가 이뤄졌다.

이른바 '쪽박 번호'들이다. 당첨자가 너무 많아 당첨되더라도 받을 수 있는 당첨금의 규모가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구매자의 선호 번호에 따라 당첨자 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부 로또 판매점에서 당첨자가 많은 것에 대해서는 "로또 판매점이 유명해져서 판매량이 많아지면 그만큼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판매점의 복권판매기는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정각에 회차 마감되면서 발매서버와의 연결이 차단되기 때문에 추첨방송이 진행되는 시기에는 실물복권 인쇄가 불가능하다는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기재부는 "조작을 위해서는 추첨방송 즉시 독립적으로 차단된 5개 데이터 시스템에 동시에 접속해 자료를 위·변조하고 인쇄 불능상태의 복권발매기에서 실물복권을 인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복권정보, 판매마감보고서와 추첨된 당첨정보를 확인하는 추첨보고서까지 조작해야 하는 것"이라며 "현실 세계에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로또 방송이 생방송이 아니라 녹화방송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저희가 생방송이라는걸 아무리 말해도 못 믿으시는 분들이 있더라"라며 씁쓸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MBC는 '알아볼권리:MBC 로또연금 복권방송'을 통해 본방송뿐만 아니라 리허설까지 유튜브로 생중계하고 있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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