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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 여성 납치 사망…‘초동대응 실패’ 또 반복됐나?

경찰, 시민 112 신고후 9시간 후 코드 제로 발령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2023-04-01 14:45 송고 | 2023-04-01 17:33 최종수정
수원 토막살인사건 피의자 오원춘 / 뉴스1
수원 토막살인사건 피의자 오원춘 / 뉴스1

심야 서울 강남 아파트 인근 한복판에서 발생한 여성 납치·살해 사건을 두고 경찰 초동대응 실패의 대표 사례인 엽기시신훼손 살인마 '오원춘' 사건과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것도 충격이지만 시민들이 112신고를 했음에도 경찰의 초동대응 실패로 한 여성이 남성들에게 무참히 살해된 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지난 2012년 4월 1일 경기 수원에서 20대 피해여성이 경찰에 신고했음에도 경찰의 초동대응 실패로 처참히 숨진 오원춘 '수원 토막살인' 사건이 떠오르는 이유다.  
수원 토막살인 사건은 2012년 4월 1일 오후 10시 32분쯤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초등학교 주변 길가에서 20대 여성 A씨가 오원춘에게 납치돼 살해된 사건이다.  

오원춘은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을 하려고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자 2일 오전 5시쯤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냈다.

피해자 A씨는 살해당하기 전 112에 신고해 성폭행을 당하기 직전 이라고 신고했으나, 경찰은 A씨가 알려준 위치가 아닌 A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이 된 기지국 근처에서 순찰만 했다. 당시 경찰은 늦은 시각 주택가라는 이유로 사이렌을 울리지 않았고, 탐문수사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다 오원춘의 살인을 막지 못했다.  
경찰은 결국 최초 신고 전화를 접수한 후 13시간만에 그를 체포했다.

오원춘은 경찰 조사에서 A씨의 전화가 끊긴 후에도 6시간 동안 살아있다고 진술했다.  

용의자들이 피해여성을 납치하고 있는 모습.(조선일보 캡처) / 뉴스1


이번 강남 여성 납치 살해사건은 경찰 신고자가 피해여성이 아닌 시민이 신고를 한 점만 다르고 경찰 대응에 대해선 수원 토막살인 사건과 흡사하다.

때문에 일각에선 경찰의 초동대응에 대한 수사가 적절했는지 따져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뉴스1 취재결과 심야 서울 강남 아파트 인근 한복판에서 여성이 납치 살해된 사건은 범행을 목격한 시민의 112신고에도 경찰이 출동 최고 수준 단계인 '코드제로'(코드 0)를 112신고 발생 9시간여 만에 발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대전경찰청, 충북경찰청 등 각 지방청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30일 오전 9시쯤 서울서 수사 공조요청을 받고 코드제로를 발령했다.

112 신고 접수후 9시간여 만이다. 전북, 전남, 광주청에는 공조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경찰청은 30일 청주시 상당구 명장사 인근에서 용의자들이 타고 온 렌트카를 발견했으나 용의자들이 떠난 뒤였다. 경찰은 이어 수색을 벌이다 용의자들이 택시를 타고 경기도 성남시로 이동했다는 소식을 듣고 수색을 종료했다.  

통상 경찰은 살인과 납치 등 중요사건 신고가 이뤄질 경우 출동 단계 중 최고 수준인 '코드 제로(코드0)'로 분류해 초동조치를 취한다. 112신고 출동 단계 5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살인과 납치 등에도 코드 제로가 적용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은 "조사를 해 봐야 하겠지만, 여성 납치라는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코드제로를 늦게 발령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용의자들은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인력 등이 동원되면서 B씨(30)는 31일 오전 10시 45분쯤 성남시 수정구 모란역 인근에서, C씨(36)는 오후 1시 15분 역시 성남시 수정구에서 붙잡혔다. 나머지 1명인 D씨(35)는 오후 5시 40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체포됐다.

용의자 중 1명은 "공모자 2명이 더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은 경위를 파악중이다.  

앞서 경찰에 따르면 29일 오후 11시 48분쯤 서울 역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남성 3명이 피해 여성 1명을 폭행한 뒤 차량에 태웠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범행 주변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용의자들이 바닥에 주저앉은 여성의 몸을 붙잡고 강제로 끌어당겨 차에 태우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목격자들이 "살려주세요"라는 여성의 비명소리를 들은 뒤 112에 신고했으며, 피해 여성의 가족도 30일 여성이 귀가하지 않고 직장 출근을 하지 않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피해 여성을 살해한 뒤 야산에 버렸다는 진술을 토대로 대전시 대청댐 인근 야산에서 피해 여성의 사체를 발견했다.

용의자들의 차량에서는 혈흔과 흙이 묻은 삽, 케이블 타이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피해자가 50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보유했다는 소문을 듣고 이를 빼앗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는지 확인 중이다.

경찰은 A씨 등이 가상화폐 관련 사기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른 것을 두고 이 사건이 납치·살해와 관련이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조사를 통해 경위 및 동기, 다른 공범 여부 등을 밝혀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gut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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