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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전 '부녀간 치정'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재심 절차

박준영 변호사 "문맹의 아버지를 검찰이 기망한 느낌…"
"가족 살해 누명에 부녀간 있을수 없는 일…진실 밝혀야"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23-03-21 08:31 송고 | 2023-03-21 09:24 최종수정
 2009년 7월 '순천 청산가리 막거리 사건' 현장 검증 모습. (SBS 갈무리) 
 2009년 7월 '순천 청산가리 막거리 사건' 현장 검증 모습. (SBS 갈무리) 

14년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에 재심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뛰어 들었다.

이 사건은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의 한 마을 주민 4명이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시고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당한 일을 말한다.

수사 끝에 숨진 최모씨의 남편 백모씨 부녀가 저지른 일올 밝혀졌다.
백씨의 딸이 검찰에서 '15년 전부터 아버지와 성관계를 해 왔다. 최근 엄마가 이를 알게 되는 바람에 아빠와 공모,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로 살해를 시도했다'고 검찰에서 자백,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던졌다.

1심은 자백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011년 11월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백씨에게 무기징역, 딸에겐 징역 20년형을 선고했다.

2심 판결은 2012년 3월 15일 대법원에 의해 확정됐다.
확정판결 뒤에도 백씨 부녀는 억울함을 호소했고 2021년 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가 이를 다뤘고 영화 '결백'의 모티브가 됐다.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 © News1 DB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 © News1 DB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 '8차 화성 연쇄살인사건', '낙동강변 살인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등 굵직한 사건의 재심을 맡아 피고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었던 박준영 변호사는 21일 '순천 청산가리 사건' 재심 여부를 따지기 위한 "심문기일이 이날 오후 4시 광주고법 201호법정에서 열린다"고 알렸다.

박 변호사는 "이 사건은 '부녀의 치정이 부른 존속 살해사건'이라는 선정적 타이틀로 수많은 언론을 떠들썩하게 장식하고 국민을 공분케 했던 사건"이라며 "유죄판결의 결정적 증거는 검찰 수사과정에서의 자백"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자백의 신빙성이 흔들린다면 판결도 뒤집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박 변호사는 "이들 부녀는 법정에서 '(검사의) 폭행과 협박은 없었다'고 진술하는 등 검사 조사과정에서 고문 등 참기 힘든 ‘물리적인 강요’가 있었던 건 아니다"고 했다.

다만 "허위 자백을 한 이유에 대해 딸은 '자꾸 거짓말한다고 하면서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아버지는 '하도 억울해서 제가 짊어지려고 했다'며 지금이나 13년 전이나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변호사는 "이 엄청난 범죄를 허위 자백한 이유에 대한 해명으로는 궁색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아버지가 처한 환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백씨는 가난 때문에 어린 나이에 머슴살이를 한,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문맹"이라며 "이 아버지의 언어로 검사와 수사관의 기망과 회유 그리고 교묘한 압박을 설명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의 삶과 언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를 재심을 준비하면서 확보했다. 검찰 조사과정이 담긴 진술 영상을 찾았다"며 △ 검찰이 문맹인 백씨 대신 진술서를 적어주는 장면 등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했다.

박준영 변호사가 2009년 7월 일어난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피의자 백모씨의 검찰 조사과정 CCTV 영상. 검사가 문뱅의 백씨에게 '대신 답변을 적어줄 테니 묻는 말에 잘 답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SNS 갈무리) © 뉴스1 
박준영 변호사가 2009년 7월 일어난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피의자 백모씨의 검찰 조사과정 CCTV 영상. 검사가 문뱅의 백씨에게 '대신 답변을 적어줄 테니 묻는 말에 잘 답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SNS 갈무리) © 뉴스1 

박 변호사는 "'공정한 게임'을 언급하며 진술을 강요하는 검사 앞에서 백씨가 말하는 것도, 말하지 않는 것도 다 어려웠고 헌법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도 무력했다"며 백씨가 문맹인 까닭에 검사와 수사관의 묻는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유도질문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더구나 그 범행동기가 부녀간의 치정으로 세상에 알려진다면, 이 억울함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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