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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인의 마음'으로 다시 돌아보길

한글 뗀 사람이면 다 이해할 수 있다는 지사님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2023-03-14 06:32 송고
 박재원 기자. / 뉴스1
김영환 충북지사가 '친일파가 되련다'고 언급한 자신의 SNS글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소 불편함이 느껴진다.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는 글로 논란의 중심에 선 김 지사는 최근 "국어를 뗀 사람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언급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한글을 깨친 사람이면 다 이해할 수 있는데 이를 왜곡하고, 계속해서 괴롭히니 더는 도정 활동이 어렵다며 야당 정치인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사법·수사 기관의 판단을 받아야 할 대상이 특정 정치인 한 사람인지는 의문이다.

도민 일부와 시민단체, 공무원노조도 김 지사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공개 사과를 요구했는데 고소·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 지사의 논리라면 이들은 국어를 몰라 제외한 것인가.
오히려 김 지사 스스로 이번 논란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은 아닌지 짚어봤으면 한다.

김 지사가 서두에 친일파가 되겠다고 한 글의 행간의 의미를 보면 사실 국내 경제상황으로 봤을 때 틀린 말이 아니다. 기술적으로 앞선 일본을 적대적 대상이 아닌 협력적 관계로 배후에 두고 미국 등 세계시장으로 진출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감정적으로 얽힌 한·일 관계의 매듭을 끊는 희생이 필요하다. 이를 강조한 김 지사의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고 한 표현은 충분히 공감한다.

그런데 한국 정서상 금기어나 마찬가지인 '친일파가 되겠다'고, 그것도 '기꺼이'라는 표현까지 보탰으니 오해받기 충분하다.

말과 달리 글은 감정이 잘 묻어나지 않는다. 글에 감정을 덧씌우려면 여러 가지 수고를 들여야 한다. 그래서 자극적이거나 충분한 보충이 없는 글은 누구든지 읽고 오해할 소지가 있다. 시인인 김 지사 역시 이를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다수의 오해가 생겼으면 이를 풀어야 할 도의적 책임은 통상적으로 글쓴이에게 있다. 그래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사과한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김 지사는 국어 수준을 따지며 이해를 못한 당사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되레 논란을 키우고 있다.

누가 한글을 몰라서 김 지사의 반어법을 진짜 '친일파'로 이해했겠는가. 국민에게는 과거부터 내려온 고유의 정서가 있는 것이다.

예전 국민의힘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정치로 수렁에 빠진 뼈아픈 경험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못했다가 정권을 빼앗겼다.

김 지사도 마찬가지다. 반어법이든 국가를 위한 충절이든 국민 정서에 반하면 그것은 뭐가 됐든 서둘러 사과하고, 본래의 의미를 이해해 달라고 해야한다. 그런데 아직도 남 탓만 하고 분란을 키우려 하니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다수는 이번 논란의 본질을 친일파가 되겠다는 표현 자체고, 그로 인해 오해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한글을 뗐기 때문이다.

평생 시를 쓰고 모국어를 사랑해왔다던 김 지사만 이를 충절에 대한 왜곡과 변질, 지적으로 확대 해석해 논란을 키우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김 지사 먼저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ppjjww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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