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9아토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25일 종영한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극본 김태희 장은재, 연출 정대윤)은 방영 내내 신드롬급 인기를 얻었다. 회귀물이라는 독특한 장르에 모두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 현대사를 절묘하게 접목한 이야기는 흥미를 배가시키기 충분했고,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았다. 덕분에 최종회인 16회는 26.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JTBC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 2위까지 기록할 정도였다.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서사와 쫀쫀한 연출 역시 '재벌집 막내아들'의 재미 요소지만, 배우들의 연기 역시 극을 풍성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 김도현 역시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최창제 역을 맡아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극 초반에는 아내 진화영의 말에 꼼짝 못 하는 공처가로, 후반부에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변모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덕분에 김도현은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었다.28일 오전 종영 라운드 인터뷰 현장에서 뉴스1 취재진과 만난 김도현은 유쾌했다. "낯설고 이렇게 앉아있으니 촬영의 연장 같기도 하다"며 웃은 김도현은 '재벌집 막내아들' 덕분에 너무 큰 사랑을 받았다며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최근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드라마의 인기에 행복하다는 그와 '재벌집 막내아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도현/9아토엔터테인먼트 제공

-'재벌집 막내아들'이 인기리에 막을 내렸는데.

▶너무 행복한 한 달 반이었다. 1년 동안 최선을 다해서 촬영을 했다. 다들 한 신, 한 신 대충 찍은 장면 없이 성실히 찍었는데 방송을 보니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더라. 짧지 않은 기간을 함께하면서 순양가 사람들도 다 가족같이 느껴졌다. 우리도 이렇게 계속 찍어서 '전원일기'처럼 가면 어떠냐고 농담도 했다.(웃음) 촬영 기간 내내 즐거웠다. 좋은 드라마라는 평을 받겠다고는 생각했는데, 방송이 나가니 더 반응이 좋더라. 나중에는 무서울 정도였고, 이렇게까지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아파트 피트니스에서 옆에 운동하던 주민 분이 드라마를 본다든가, 치킨집에 가면 콜라 서비스가 하나 더 나오든가 하는 일상 속 소소한 반응들을 보며 감사하고 행복함을 느낀다.

-마지막회가 방송되고 시청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이에 대한 의견은.▶나는 일부러 원작을 보지 않았지만, 그 방대한 양을 16부에 녹이기 위해 제작진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편타당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고심했는지를 안다. 그분들에 대한 존중과 믿음은 변함이 없다. 다만 방송을 보고 평가하는 건 시청자들의 몫이기에, 그 의견에도 공감한다. 드라마를 너무 사랑해주셔서 나오는 반응이라는 걸 안다. 나는 오랫동안 '무플'을 경험해서 그것조차 감사하고 영광이다. 사실 회당 90분으로 16부를 찍었지만 분량이 넘쳐셔 편집된 부분도 많다. 상황과 여건이 되지 않지만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드라마를 18부작으로 해서 담아내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그랬다면 시청자들의 마음도 조금은 녹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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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대본을 봤을 때 잘되겠다는 느낌이 왔나.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웠다. 내가 극 중 도준이랑 나이가 같다. 그 시대를 같이 살아간 사람이라서 88올림픽부터 대통령 선거, IMF 사태, 2002 월드컵 등 당시 시대적 상황을 접하며 살아와 향수가 느껴지더라.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런 것 덕분에 인기를 얻지 않았나. 그 시리즈가 위트 있었다면, 우리 드라마는 진지한 느낌이라 또 재미있을 것 같았다. 4050들은 재밌게 느낄 거라 봤고, 2030에게도 공감을 얻어내면 성공하겠다 싶더라. 그런데 20%까지는 상상을 못 했다. 정말 감사하고 욕을 해주셔도 좋다.(웃음)

-극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는지, 최창제라는 인물을 어떻게 분석했는지 궁금하다.

▶최창제 역으로 제안이 들어왔다. 나는 도준이를 하고 싶었는데.(일동 폭소) 최창제에 대해 본 후 제일 처음 한 질문이 '진화영 역은 누가 합니까'였다. 앙상블이 너무 중요해서다. 젊었을 때는 이걸 몰라서 나만 잘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방과 조화가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특히 최창제는 리액션 캐릭터라 상대방의 연기를 어떻게 잘 받는지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상대역이 누구인지가 중요했다. 이후에 진화영 역의 김신록 배우 사진을 봤는데 너무 멋진 아우라가 있어 절로 최창제가 되더라.(웃음) 정말 다행인 건 김신록이 너무 잘해서… 투수가 잘하니까 포수가 받아주기 편하더라. 시즌 2를 하게 되면 또 같이 연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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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김신록과 연기 호흡이 너무 좋아 보이더라. 애드리브도 많았다고 하던데.

▶김신록과 함께하는 장면의 말미는 거의 애드리브였다. 시작은 대본이면 마무리는 애드리브라고 해야 할까.(웃음) 애드리브가 없던 장면이 거의 없었는데, 안정된 대본이 있으니까 우리가 애드리브를 넣어도 흔들리지 않았다. '얼씨구'-'절씨구'부터 '뭔 말만 잘하냐'-'정치인이 말을 잘하지'라고 하는 장면도 애드리브였는데 사실 그걸 다 쓰실 줄 몰랐다. 김독님이 그런 걸 유도하고 끄집어주시려고 한 듯하다. 김신록과도 많이 대화를 했는데, 김신록이 '어부바해볼까' 하면 나는 이 친구가 이걸 할 거란 걸 아니까 준비를 한다. 다리를 올린다고 하면 '주물러야겠군' 싶고. 그런 걸 감독님이 다 써주셨다. 우리가 설정하는 걸 즐거워하시고 늘 믿어주셨다. 따로 디렉팅도 거의 하지 않으시고 부족한 건 편집실에서 마무리를 해주시더라. (장면을 살려준) 제작진에게 감사할 뿐이다.

-덕분에 많은 시청자들이 즐거워했었다.

▶감독님이 드라마 자체가 무겁고 진지하니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먼저 준비해서 간 적은 없지만, 현장에 가면 '숨 쉴 수 있게 해 달라'고 하시고 컷을 안 하시니 김신록과 둘이서 애드리브를 하게 된 거다. 그래서 대본의 연장선의 느낌으로 대화를 하다 보니 재밌는 신들이 나온 것 같다. 다른 장면이 무거우니 우리가 나오는 신을 재밌게 봐주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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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진화영과 최창제의 '케미' 역시 화제였다. 두 사람이 부부가 된 비하인드를 궁금해하는 시청자들도 많은데 배우들끼리 설정한 게 있었는지.

▶김신록과 농담처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진화영은 미대 출신인데 최창제에게 국영수 과외를 받았고, 최창제는 화영이를 열심히 가르치려고 했지만, 화영이는 책을 안 보고 최창제만 보고, 손도 잡고 더 적극적이지 않았을까. 최창제 역시 그런 화영이에게 어느 순간 마음이 갔을 거고, 진화영이 진양철에게 떼를 써서 아버지가 포기하다시피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을까 했다. 아이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화영이가 일을 해야 돼 안 낳을 걸로 추측했다.

-'재벌집 막내아들' 속 최창제는 와이프에게 기죽는 남편으로 나오는데, 실제 남편 김도현은 어떤가.

▶다들 나를 남자답다고 생각하시는데, 생각보다 여성스럽고 아기자기한 편이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수다쟁이에다가, 집에도 여자 가족들이 더 많아서 형님보다 누님들이 더 편하다.(웃음) 반면에 와이프는 말수가 적고 과묵하다. 최창제처럼 잡혀 살진 않지만, 일상에서도 내가 수다를 떨면 아내는 컨펌만 해준다. 그런 부분이 연기를 할 때도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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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나이에 따라 변하는 분장도 인상적이었다.

▶70대 때는 얼굴의 주름 하나까지 살려서 결을 만들려고 했다. 에이징 분장을 두 시간 정도 했는데 무해한 본드로 얼굴을 덮어서 굴곡을 만든 뒤 화장을 하는 거다. 그게 시간이 지나면 돌아와서 표정을 찡그리고 있었다. 첫 장면에서도 70대 최창제가 눈을 감고 있는데, 표정을 찡그리려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노인 느낌이 더 났으면 좋겠다 싶어 'U자 대머리'도 하려고 했다. 실제로 머리를 자른 뒤 기를 생각이었는데, 촬영이 미뤄지면서 다른 작품을 하게 돼 대머리는 포기하고 백발을 하게 됐다.

<【N인터뷰】②에 계속>


breeze5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