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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폐 시위에 이재용·정의선도 '속앓이'…"시민 피해도 막아야"

한남동 주택가서 "GTX우회하라" 황당 시위
불법 시위 증가 추세…전문가들 "시민 피해 막도록 규제 강화해야"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2022-12-04 09:07 송고
 은마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나온 입주민들이 한국교통연구원이 있는 세종국책연구단지 앞에서 GTX-C 노선의 단지 관통을 반대한다며 시위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희준 기자
 은마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나온 입주민들이 한국교통연구원이 있는 세종국책연구단지 앞에서 GTX-C 노선의 단지 관통을 반대한다며 시위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희준 기자

#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택가에서는 지난 12일부터 2주 넘게 "은마 관통 결사반대"라는 시위 소음이 울려 퍼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집 주변으로 대형버스에서 내린 수백 명의 사람이 은마아파트 지하 일부 구간을 지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이 아파트를 우회해야 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발주처인 정부와 시공사인 현대건설도 아닌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앞서 시위를 이어가면서 '막무가내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음이나 교통체증과 같은 피해는 고스란히 인근 주민들의 몫이 됐다

# 삼성 서초사옥 앞에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시위대가 내뱉는 욕설과 장송곡이 인근 어린이집까지 울려 퍼지고 있다. 서초사옥 주변 사거리에는 입에 담기도 힘든 말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2년 전에는 한 시민단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폭식 투쟁'이라며 삼겹살을 굽고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도 넘은 민폐 시위'가 이어지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기업과 시민 피해가 커지고 있다. 무리한 요구와 무차별 시위에 기업들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특히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불법적인 집회와 시위 건수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시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집회의 자유는 보장하면서도 주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위에 말도 못 하고…기업인도, 시민도 '속앓이'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위반한 불법 폭력 시위 적발 건수는 251건으로 지난 4년 평균치인 246건을 이미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297건의 집시법 위반 사건으로 549명이 검거됐던 지난해를 넘어 5년 내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시위의 대상은 정치부터 지자체, 공공기관까지 다양하다. 기업도 시위를 피해 가진 못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집 앞에서는 최근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발주처나 시공사도 아니지만 일부 은마 주민들이 막무가내로 내년 착공 예정인 GTX-C 노선의 우회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만약 시위로 GTX-C 노선의 착공이 미뤄지거나 사업이 수정될 경우 추가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개통 시점도 지연될 전망이다. 피해와 비용은 상당 부분 이용자들이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2020년 5월에는 한 시민단체가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술을 마시며 삼겹살을 구워 먹는 소위 '삼겹살 폭식 투쟁'을 벌였다. 심지어 기타를 치고 노래도 불렀다. 이웃 주민의 민원으로 공무원이 출동했지만 시위대는 모르쇠였다.

같은 해 이명희 신세계 회장 자택 앞에서는 한 시민단체가 배드민턴장을 무상으로 지어달라며 수차례 집회를 벌였다. 이마트가 매입한 부지에 과거 배드민턴장이 있었으니 이마트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또 2019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집 앞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금속노조 시위, 2018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자택 앞에선 전국금속노동조합원 시위 등이 있었다.

시위가 열리는 주택가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왜 주택가 앞에서 이런 시위를 벌이는지 모르겠다"며 "자신들의 권리가 소중하다면 집에서 평소대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싶은 이곳 주민의 권리도 소중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남역 사거리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강남역 사거리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집회의 자유 보장하되, 시민 피해 막아야"


민폐 시위가 끊이지 않으면서 다른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도 존중하는 시위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격한 집회의 경우 북과 꽹과리 등 시끄러운 악기를 동원하거나 대형 확성기를 통해 고성을 지르고 장송곡을 재생하는 등 악의적 소음을 동원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왔다.

집시법 시행령에 따르면 집회 및 시위로 인한 소음이 주거지역 등의 경우 주간 65데시벨(dB), 야간 60데시벨, 기타지역은 주간 75데시벨, 야간에는 65데시벨을 넘으면 안 된다. 그런데 지난해 집회 소음 관련 112 민원건수는 2만2854건으로 일평균 62건을 상회했다.

일부 시위대는 1시간에 세 번 이상 소음 기준을 초과해야 경찰 개입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악용해 1시간에 두 번만 기준을 초과하는 큰 소리를 내거나, 5분간 강한 소음을 낸 뒤 나머지 5분간 방송을 꺼버리는 식으로 단속을 피하는 편법도 동원하고 있다.

욕설이나 입에 담기 어려운 모욕성 발언을 반복해 사생활을 해치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로 인한 피해도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집회와 시위가 타인의 기본권이나 중대한 공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공권력이 미치는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으로 프랑스는 집회 소음이 주변 배경소음보다 주간 5데시벨, 야간 3데시벨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제한다. 미국도 소음 유발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소음을 발생할 경우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집회 및 시위를 위해 공공전기를 사용하려 할 때 관할 지자체와 사전 협의토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량한 시민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기본권을 침해 받지 않도록 균형을 찾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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