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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준의 카타르시스] 도하에서, 팬들의 '신분'은 결과에 따라 정해진다

전통시장 수크 와키프에서 팬들 반응 살펴보니

(도하(카타르)=뉴스1) 안영준 기자 | 2022-11-26 15:49 송고
편집자주 카타르시스: 마음 속 억압된 감정의 응어리를 언어나 행동을 통해 외부에 표출함으로써 정신의 안정을 찾는 일. 벤투호도 기자도 카타르에서 카타르시스를 마음껏 느낄 수 있기를.
아르헨티나전 경기 결과 2-1을 표시하며 웃는 사우디 팬들 © News1 안영준 기자

월드컵은 세계 최고의 축구 축제다. 32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뿐 아니라 전 세계의 '축구광'들이 한 곳으로 모여들어 함께 대회를 즐긴다.

당연히 여러 나라 팬들이 서로 어우러지는데, 여기서 재미있는 건 각 나라 팬들끼리 '암묵적인 서열'이 가려진다는 것이다. 그 서열은 오로지 각 팀의 이번 대회 성적에서 기인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더 높은 팀의 팬이 낮은 팀의 팬을 보며 "당신의 팀은 34위군요. 우리는 16위입니다" 하면서 우위를 점하는 일은 절대 없다. 국력과도 무관하다. 이곳에선 실제 그라운드에서 벌어진 결과만 쳐 준다.

25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전통시장 수크 와키프를 찾았다. 도하의 유명 관광지인 이 곳은 월드컵을 찾은 많은 팬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수많은 인파 가운데 가장 '기'가 센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 팬이었다. 월드컵 전까지만 해도 그리 비중이 크지 않은 사우디였지만, 이제 현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사우디가 '메시국' 아르헨티나를 2-1로 꺾는 대이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아울러 카타르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라, 수적 우위도 점했다.

사우디 팬들은 "위 알 굿 댄 메시(우리가 메시보다 낫다)"는 문법에는 맞지 않는 구호를 만들어 시장 곳곳을 돌며 부르고 다녔다.

사우디 팬 술탄은 "이제 사우디가 최고의 팀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다. 너무 행복하다"며 웃었다. 이어 사진을 요청하자 아르헨티나전 스코어인 '2-1'을 만들며 다시 한 번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모로코 팬 하르함© News1 안영준 기자

독일을 2-1로 꺾은 일본 팬들도 어깨가 올라갔다. 웨일스를 2-1로 꺾은 이란 팬 역시 숫자는 많지 않지만 노래를 부르며 행진했고, 다른 팬들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 크로아티아와 0-0으로 비긴 모로코 팬도 자신감이 충만했다. 모로코 팬 하르함은 "모로코가 자랑스럽다. 나는 대표팀과 모든 운명을 함께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후 실시간으로 세네갈이 카타르를 3-1로 꺾고 대회 첫 승리를 신고하자, 현장 분위기는 또 바뀌었다. 세네갈 팬들은 대형 국기를 흔들고 북을 치며 광장의 주인이 됐다. 이 순간 세네갈 팬들보다 우위인 팬은 없었다.

반면 자신의 팀 성적이 좋지 않은 팬들은 상대적으로 시무룩했다.

1차전서 프랑스에 1-4로 대패한 호주 팬들은 노천카페에 앉아 '들러리'가 되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 웨일즈의 노부부 팬은 인터뷰 요청도 거절했다.

한국 팬들의 입지는 현재까지는 나쁘지 않다. 한국은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0-0으로 비겼다. 무승부가 아까울 만큼 좋은 경기력이었다.

한국 대표팀을 향한 찬사는 팬들에게도 이어진다. 성남에 거주하는 권동하씨는 "우루과이전 0-0 무승부 이후 주변 사람들이 우리에게도 축하 인사를 해준다. 한국인이라고 하면 엄지를 치켜세우고, 아주 좋은 경기를 했다며 좋아해주더라"고 했다.

 한국 팬 권동하씨(오른쪽)© News1 안영준 기자

이날 수크 와키프를 찾은 '뉴스1'도 여러 나라 팬들이 다가와 "축하한다. 다음 경기는 이길 수 있을 것"이라며 수많은 인사를 받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경기력과 결과가 이곳을 찾는 팬들의 입지에 즉각 반영되는 셈이다.

사실 이는 수크 와키프 뿐아니라 숙소 근처 식당만 찾아도 해당된다. 경기 결과를 살피지 않아도 양 팀 팬들의 분위기로 모든 걸 확인할 수 있다.

잉글랜드가 이란을 6-2로 꺾었던 날, 숙소 근처 케밥 식당에서 제어할 수 없을 만큼 높은 텐션을 갖춘 잉글랜드 팬들은 만났다. 반면 공교롭게도 이란 팬들은 케밥을 조용히 포장해갔다. 동료들과 "팀이 지면 앉아서 먹지도 못한다"고 농담하며 웃었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벤투호는 28일 오후 10시 가나를 상대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현재까지 한국 팬, 한국 유니폼은 인정받고 있다. 가나전이 끝난 뒤, 수크 와키프에서 다시 만날 한국 팬들은 어떤 대접을 받을까.

24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를 0대 0 무승부로 마친 손흥민이 응원단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2.11.24/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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