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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치發 망전쟁]①트위치는 왜?…'망사용료 반대' 기름 부은 '화질제한'

트위치 화질 제한에 기업 간 갈등에서 이용자 문제로 부상한 '망 사용료'
업계 일각에선 "이용자 볼모로 여론 호도" 지적도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2022-10-12 07:47 송고 | 2022-10-31 10:30 최종수정
트위치 로고 (트위치 제공)
트위치 로고 (트위치 제공)

'망 사용료 법'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법안 반대 서명에 참여한 인원만 24만명이 넘는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사업자에게 망 이용대가 의무를 지도록 하는 법안은 ICT 주요 현안 중 하나였지만, 업계 바깥에선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기업 간 갈등에 그칠 뿐 일반 이용자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 문제로 여겨졌기 때문.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이 중심에 아마존 계열의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가 있다.

◇트위치 화질 제한에 '게이머' 여론 결집

12일 업계에 따르면 망 사용료 법 반대 서명 운동에는 24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서명 운동이 전개된 지 약 한달 만이다. 해당 운동을 주도하는 사단법인 오픈넷은 공식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 서명자 수를 공개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법안 반대 여론이 집결된 데는 트위치의 '화질 제한' 사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트위치는 지난달 29일 한국에서만 화질을 최대 1080p에서 720p로 제한한다고 공지했으며, 30일부터 해당 조치를 시행했다. 트위치 측은 구체적인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굳이 '네트워크 요금'은 언급하며 서비스 운영 비용 증가를 원인으로 꼽으면서 망 사용료가 부담이 됐을 거라는 해석이 나왔다.

트위치는 "한국의 현지 규정과 요건을 지속적으로 준수하는 한편, 모든 네트워크 요금 및 기타 관련 비용을 성실하게 지불해왔다"면서도 "그러나 한국에서 트위치 서비스를 운영하는 비용은 계속 증가해왔으며, 이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 내 서비스 운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게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이대남' 여론이 움직였다. 국내 통신사업자(ISP)와 콘텐츠사업자(CP) 간의 망 사용료 갈등이 있는 와중에 트위치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하자 문제의 원인으로 '망 사용료 법'이 지목됐고, 해당 법안이 '게임 방송도 저화질로 보게 하는 악법'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망 사용료가 기업 간 문제에서 '내 삶'에 와닿는 문제로 전환된 것. 

특히 가장 큰 e스포츠 대회로 꼽히는 '2022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개막일에 맞춰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지자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여기에 다시 게임 관련 유명 '유튜버'들이 망 사용료 법에 대한 비판 의견을 쏟아내면서 반대 여론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습이다. 게임방송 등 트래픽 사용량이 많은 헤비 유저들을 중심으로 트위치의 화질저하조치가 망사용료 반대 투쟁으로 결집하게 만든 모멘텀이 된 셈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개막 경기 전경. (SK텔레콤 제공) 2020.2.5/뉴스1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개막 경기 전경. (SK텔레콤 제공) 2020.2.5/뉴스1

◇"비즈니스 모델 문제를 이용자 볼모로 호도"

문제는 트위치가 왜 화질저하 조치를 결정했는지 그 배경은 정작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망사용료라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트위치가 이용자를 볼모로 망 사용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여론전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안이 있음에도 화질 제한이라는 초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앞서 트위치는 서비스 운영 비용 부담을 토로하며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피어투피어(P2P) 방식을 일부 시범 운영한 바 있다. P2P는 시청자의 컴퓨터 자원을 활용한 '그리드 컴퓨팅 '방식이다. 중앙 서버 대신 상호 연결된 시청자 컴퓨터의 여유 자원을 사용해 고화질 영상을 송출하는 데 쓰인다. 국내에서는 아프리카TV 등이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P2P 도입 가능성도 내비쳤었고, 트위치처럼 큰 기업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기술도 아닌데 화질 제한에 나서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대안이 있는 걸 선택 안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720p 화질로 계속 가면 국내 투자를 안 하겠다는 거고 사업 정리를 하는 수순이 되는 건데 아직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해 당사자도 아닌데 트위치가 갑자기 마치 망 이용대가 부담 때문인 것처럼 화질을 낮췄다"며 "이는 글로벌 플랫폼 사들이 사적 이익을 위해 국회 정책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트위치는 아마존 자회사이기 때문에 자체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을 통해 통신사와 계약해 가격이 저렴할 것"이라며 "트위치는 수익 모델이 마땅히 없어 이용자 늘수록 손해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화질을 낮추면서 오히려 이용자에게 문제를 전가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 문제를 망 사용료 문제로 호도해 애꿎은 이용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트위치의 화질 저하 조치 이후 속도 관련 민원이 통신사 고객센터에 몰리고 있다. 통신사에도 소비자 민원이라는 불똥이 튀고 있는 셈.

이에 통신 3사가 주축이 되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지난 5일 트위치 측에 "최근 귀사의 동영상 화질 저하 조치로 인해 통신사 고객센터에 관련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며 "한국에서 트위치 서비스 운영비용 증가를 이유로 이용자의 화질 저하 조치를 취한 행위는 귀사의 권한이고 책임이지만, 통신사의 귀사에 대한 서비스가 아무런 문제 없이 원활하게 제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시행됐다는 점은 상당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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