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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조현병 환자 '사회 격리'만이 해법일까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22-08-24 07:00 송고 | 2022-08-24 09:52 최종수정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흉기를 휘둘러 정신과 전문의 임세원 교수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모 씨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19.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흉기를 휘둘러 정신과 전문의 임세원 교수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모 씨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19.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지난 2월 서울 양천구 자택에서 부모와 형 등 가족 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A씨(31)는 조현병을 앓았다. 검찰은 존속살해 및 살인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지난 17일 사형을 구형했다.

A씨는 검찰의 구형에 관한 의견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사형인가. 알겠다"며 "모든 범행 사실관계를 인정한다"고 답했다. 온라인은 즉각 들끓었다. 누리꾼들은 "부모와 형을 살해하고도 당당하다""사형을 꼭 시켜야 한다""조현병 환자들이 사회에 있으면 우리가 피해를 본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조현병은 뇌 신경세포의 이상으로 사회 인지 기능이 급속히 저하해 정신적 혼란이 지속하는 신경정신 질환이다. 특히 첫 발병 후 3~5년간의 급성기 치료 결과가 환자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현병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조현병 환자는 잠재적 범죄자'란 시각이 대표적이다. 조현병 환자도 정신과 전문의에게 "나도 곧 살인자가 되는 건가요"라고 묻는다고 한다. 우리 사회도, 환자 자신도 조현병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범죄 가능성은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술지 논문 등을 보면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은 약 0.1% 수준으로 일반인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반면 살인과 방화 등 강력범죄 비율은 조현병 환자가 일반인의 3~8배에 달한다.
약물 등 치료를 조기에 받은 환자의 위험성은 극히 낮다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문제는 제때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다. '진주 방화 살인' '고(故) 임세원 교수 사망' 등은 가해자가 치료를 중단한 상태에서 벌인 끔찍한 사건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의 조현병 관리 프로그램은 환자의 증세 초기에 집중 개입하는 형태로 짜여 있다. 중요한 것은 단기 집중 치료의 효과를 내려면 지역정신건강 서비스 대상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치료 후 지역 사회가 퇴원 환자를 대상으로 적절한 관리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지역정신건강 서비스는 △방문 진료 서비스 △ 요양서비스 △상담 및 교육 등으로 환자의 사회 복귀를 돕고 있다.

반면 한국은 사회 복귀보다 격리에 초점을 맞췄다. 조현병 환자의 사건이 알려질 될 때마다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는 부정 여론이 팽배해진다. 우리나라의 정신병상 수가 한국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배 이상 많은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지역사회건강 서비스를 대상으로 건강보험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입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정신과 입원환자 가운데 약 45%가 의학적으로 입원할 필요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너무 많은 입원 병상은 단기집중 치료나 지역사회 중심의 치료로 전환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인권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강제 입원이 모범 답처럼 여겨질까봐 우려하고 있다.

영화 '조커'의 결말은 정신병동에 강제 입원한 주인공 아서 플렉이 복도를 돌아다니는 장면이다. 피로 물든 발자국을 복도에 남긴 그는 직전 '강력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 결말은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격리 입원이 아닌 단기 치료에 집중해야 조현병 환자의 범죄를 막을 수 있다. 나아가 조현병 환자들에게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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