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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당정대'에서 '대통령실'만 슬그머니 빼려는 尹정부

'당·정·대'→'당·정' 변경…6일 첫 '고위 당·정·대' 협의회부터 적용
'대통령실과 정부 한 몸'이라지만…"책임에서 한 발 빼려는 듯해"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22-07-02 07:05 송고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6.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6.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당·정·청이라는 용어야말로 '청와대 정부'를 상징하는 언어였다."

윤석열 정부가 여당·정부·대통령실이 참여하는 '당·정·대' 협의회 명칭을 '당·정' 협의회로 변경하기로 했다. 과거 정권에서 '당·정·청'(여당·정부·청와대)로 불렸던 이름은 법률에 규정된 명칭과 맞지 않고, 정부와 대통령실은 '한 몸'이기 때문에 '정부'로 통칭하겠다는 취지다.
대통령실은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이라는 의미도 부여했다. 대등한 관계인 정부와 청와대(대통령실)를 구분한 것은 '청와대 아래 정부'라는 암묵적 상하 관계를 형성해왔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권위주의적인 청와대의 지위를 내려놓다겠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방침"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탈(脫)권력 의지는 박수를 보낼 일이다. 국무총리 훈령에는 행정부와 정당의 협의체를 '당·정 협의'로 규정하고 있으니, 오랜 기간 관행적으로 써온 '당·정·청'(당·정·대)를 '당·정'으로 복원하는 것이 윤 대통령이 평소 강조해왔던 법치주의 정신에도 부합한다.

그럼에도 '당·정·대'를 '당·정'으로 바꾸겠다는 방침에 의아함이 앞선다. 역대 정권에서 두 협의체 명칭을 달리 불렀던 이유는 참여 주체가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무총리와 장관 등 국무위원들과 당 지도부가 만나면 '당·정 협의회',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 등 대통령실 관계자가 참여하면 '당·정·청 협의회'로 불렀다.

테이블에 오르는 현안의 무게감도 다르다. 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쟁점이 첨예한 중대 현안은 주로 '당·정·청'(당·정·대)에서 조율됐다. 참여 주체도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 고위급 인사로 제한했다. 그래서 대개 당·정·청 협의회가 열리면 '고위'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언론의 관심도 유독 컸다. 두 협의체를 특별히 구분한 이유는 권위주의의 발로가 아닌 '사안의 중대성' 때문이었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한 몸'이라는 말에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부는 최근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의 입장이 제각각 따로 노는 듯한 '엇박자'를 반복적으로 노출했다. 지난달 말 고용노동부가 발표했던 '주 52시간제 유연화' 방침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하면서 연장 근로시간 기준을 노사 협의를 통해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조정하겠다고 했는데, 윤 대통령은 이튿날(24일) 출근길에서 "어제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아침 언론에 나왔다",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급기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당일 "노동시간 유연화도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할 수 없게끔 설계가 돼 있어서 보고를 받은 건 있다"며 지난 21일 노동부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 논란은 더 커졌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패싱'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장관이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대통령이 아직 보고를 받지 못했고 공식 입장은 아니라며 뒤집는 듯했는데, 비슷한 시각 여당 원내대표는 당정 간 협의한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밝히는 '촌극'이 벌어진 셈이다.

'당·정·대'에서 용산 대통령실이 빠지겠다는 속내는 윤석열 대통령의 '심기 경호'가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가 연일 하강세인 속에서 당·정·대 간 엇박자까지 노출하자, 대통령실은 한 발 빠지고 여당과 정부를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싶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명칭 통일에 따른 '혼선'을 대하는 태도도 뒷맛이 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정·대와 당·정을 구분하지 않으면 참여 주체를 파악하기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헷갈릴 수는 있겠으나 그게 다 관성(慣性)이다"라며 책임을 돌렸다. 당 관계자도 "참석자를 확인하면 되지 않겠냐"며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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