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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국 공공리츠 성장 이끈 HUG, 주거안정 기여 기대

한국 리츠의 발전과 공공성

(서울=뉴스1) 노승한 건국대 부동산학과 부교수 | 2022-06-15 07:30 송고
노승한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뉴스1


2000년대 초반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에게 구조조정을 통해 유동성을 부여할 목적으로 도입되었던 한국의 리츠는 사모펀드와 유사한 형태로 자리매김해왔다. 시간이 흐르며 공공성을 강화하는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첫째는 리츠 본연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공모상장 형태로의 발전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공모상장리츠는 기업이 스폰서역할을 하는 기업형(롯데리츠·SK리츠 등)과 자산운용사가 주축이 되어 다양한 주체와 협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운용사형(코람코에너리리츠·이지스밸류리츠 등)을 중심으로 기업공개(IPO)가 진행돼 왔다. 2022년에는 이러한 공모상장리츠가 20여개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공모상품의 부동산에만 재산세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돼 리츠상장을 통한 기업들의 절세효과, 계열사별로 산재해 있는 부동산의 통합 관리를 통한 효용가치 극대화, 효율적으로 부동산을 운용·관리하는 부동산 전문 투자회사의 대주주로서의 지위 등을 기대하는 기업들의 전략적인 의사결정이 공모상장리츠 시장의 활성화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공모상장리츠들이 공익을 추구하는 회사들은 아니나 리츠라는 회사제도를 처음 만들 때 목표했던 의도에 가장 부합하는 형태라는 측면에서 결과적으로 공공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겠다.

1960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리츠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있어 자본금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이 소외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만들어졌다. 수익형 부동산을 투자·운용·관리해 수익을 얻는 회사인 리츠에 투자함으로써 간접적인 방식으로 부동산 투자와 유사한 효과를 얻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즉, 높은 배당(배당가능수입의 90% 이상)을 의무화해 직접투자의 임대료수입과 같은 안정적인 운영수입을 얻는 것과 유사한 구조를 만들었다. 따라서 리츠는 일반주식보다 높은 배당수익률을 보여주는데 미국과 일본은 연간 3~4%, 호주와 싱가포르는 연간 5~6%, 한국의 리츠는 연간 7% 이상의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해 왔다.

또한 리츠는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에 의한 위험분산효과가 높다는 장점이 있는데, 브래드 케이스(Brad Case·2018년)의 분석에 따르면 리츠는 소형주와 비교해 높은 수익률과 낮은 변동성, 이로 인한 뛰어난 위험분산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리츠시장이 발달한 리츠선진국에서는 노년층을 포함한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연금형 투자처로 리츠를 인식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많은 노인 인구 계층이 다양한 형태의 리츠관련 투자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일본정부는 리츠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일본은행을 통해 매년 300~800억엔 규모의 리츠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그러나 리츠라는 제도가 만들어진 처음의 의도와 시장 활성화의 결과로 기대할 수 있는 이러한 공익적인 효과는 공모상장이라는 형태로 리츠가 존재할 때 가능한 것이다. 기존의 한국리츠는 사모중심의 시장으로 발전하여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었는데, 최근 다양한 리츠들이 자산의 대형화를 갖추고 영속적인 회사형으로 공모상장을 주도하며 한국의 리츠도 이러한 공공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두 번째는 정부에서 주택을 공급하는데 있어 리츠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만들어진 공공리츠시장의 형성과 발전을 통한 공공성 확보다. 한국의 공공리츠시장은 공적임대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2014년 공공임대리츠와 민간제안리츠(추후 뉴스테이·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로 변화)가 설립된 후 본격적으로 확대돼, 2021년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전체 리츠수의 약 50%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미국에도 서민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공공리츠가 존재하나,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을 위해 다수의 리츠를 설립하여 공공리츠시장을 형성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리츠가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독립된 주식회사 형태의 부동산 간접투자기구라는 사실은, 정부가 주체가 되어 공공성을 가진 주택을 공급해야하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장점을 제공한다.

우선 공급하고자 하는 주택 유형에 따라 원하는 출자자로 리츠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 리츠의 경우 공적기금과 토지주택공사(LH)가 함께 출자하는 구조이고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의 경우 공적기금, 민간투자자, 사업제안자 등으로 비교적 유연하게 출자자를 구성할 수 있다. 또한 출자자에 따라 우선주와 보통주 등으로 리스크를 차등시켜 청산 시 투자금과 이익금 회수 방식의 투명성을 제공할 수 있다.

다음으로 부동산개발사업의 특성상 큰 금액의 융자를 활용해야하는 경우가 있는데 하나의 사업주체가 부채로 감당하기에 재정건정성 측면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리츠를 활용해 부채 증가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또한 공공주택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운영관리 돼야한다는 특성도 리츠를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사실 한국에서 이러한 공공리츠시장의 형성과 성장이 가능한 것은 앞서 공적기금이라고 언급한 주택도시기금의 지원 덕분이다.

공적임대주택의 특성상 임대료 수준과 상승에 제도적 제한이 있어, 다른 유형의 수익형 부동산을 바탕으로 한 일반 리츠와 같은 운영수익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일반적인 투자자를 찾고 낮은 금리의 융자를 받기 어려운 리츠구조인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주택도시기금인 것이다. 이러한 기금의 관리와 운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HUG는 공공리츠시장에서 맡고 있는 중요한 역할을 추가하게 됐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의 모자(母子)리츠 구조에서 모(母)리츠의 자산운용사(AMC) 역할을 LH로부터 이양 받게 된 것이다.

기존에는 리츠에 투자되는 주택도시기금 투자심의를 HUG에서 담당하고, 기금이 출자된 모리츠를 LH에서 운용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두 기능이 일원화돼 좀 더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업무체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견조한 기금관리 역량을 보여준 HUG가 이러한 새로운 상황을 맞이해 철저한 준비와 적극적인 대응으로 AMC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공공리츠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고 발전하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더 나아가 이를 통해 국민들의 주거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soho090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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