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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에 '가구생계비' 반영하자는 노동계…경영계 "그런 나라 없다"(종합)

내년 최저임금 결정 위해 세 번째 마주 앉은 노사…더 선명해진 입장차
'업종별 차등적용' 경영계 "심도 있게 논의해야", 노동계는 "불필요“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2022-06-09 17:57 송고
9일 오후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이 2023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생계비안을 들고 있다. 2022.6.9/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9일 오후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이 2023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생계비안을 들고 있다. 2022.6.9/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노사가 9일 다시 한자리에 앉았다. 노동계는 "'가구유형·규모별' 적정생계비를 최저임금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경영계는 "그런 나라는 없다"라고 맞섰다.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해서도 전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노사 간 최저임금 요구안 제시는 이뤄지지 않았다. 추후 진행할 회의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최저임금 결정단위와 관련해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간급으로 하되 월단위 임금액을 병기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이날 고용부 내 최임위 전체회의실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액 결정을 위한 3차 전원회의를 가졌다.

노동계 측인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가구유형·규모별 적정생계비'를 산출한 자료를 최임위에 제출했다. 현행 단독가구 생계비만을 반영한 최저임금은 책정은 제도 취지에 벗어나기 때문에 가구생계비를 반영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본회의에 들어가기 전 모두발언에 나선 이동호 근로자위원(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난 5월24일 양대노총은 최저임금 핵심결정 기준으로 생계비 재조명 토론회를 진행했다"며 "이날 토론회 취지는 최임위가 '비혼 단신 생계비'만을 결정기준으로 검토할 게 아니라 복수의 가구원이 존재하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실태를 반영해 '노동자 가구 생계비'가 핵심 결정기준이 돼야한다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 노동자위원은 잠시 후 이러한 적정생계비가 반영된 올해 생계비 안을 제출할 예정이니, 위원 여러분께서는 가구 생계비를 최저임금 핵심 결정기준으로 적극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당시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이정아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적정생계비를 계측하고, 그 결과를 최저임금에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부연구위원은 '가구유형별 적정생계비'의 가중평균값에 대한 최저임금 수준은 시급 1만2732원(월 266만원), '가구규모별 적정생계비'에 부합하는 수준은 '시급 1만1860원, 월 247만9000원'으로 제시했었다.

하지만 노동계가 산출해 이날 제출한 적정생계비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이었다. 노동계는 '가구 유형별' 적정 생계비는 시간당 평균 1만5100원, '가구 규모별' 적정 생계비는 시간당 평균 1만4066원으로 제시했다.

류기정 사용자위원(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은 이날 자신의 모두발언 시간에서 "노동계에서 가구생계비를 가지고 최저임금 수준을 얘기하자고 하는데 OECD 국가 중에서 가구생계비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맞섰다.

이어 "글로벌 스탠다드로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9일 오후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자리하고 있다. 2022.6.9/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9일 오후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자리하고 있다. 2022.6.9/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과 관련해서는 공수가 바뀌었다.

류 의원은 "오늘 논의 과정에서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해 심의 있는 논의가 있을 텐데 최임위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반드시 업종별 구분 적용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정희 근로자위원(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오랜 기간의 반복되는 논의 끝에 이미 결론이 난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그만하자"라고 일축했다.

이동호 근로자위원도 "앞으로 남은 최저임금 심의기한 동안 최저임금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은 걷어버리자"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저임금 심의 종료 법정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협상도 본격화하면서 '인상 폭'과 관련한 노사 간 입장차도 더 선명해졌다.

이동호 근로자위원은 "이번 최저임금 심의는 그 어떤 해보다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면서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최저임금 인상 붐이 일고 있다. 이렇게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는 공통된 이유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저임금노동자를 보호해 경기침체를 막고 양극화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태희 사용자위원(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중기중앙회에서 조사를 해보니 실제 47% 정도 중기가 코로나 이전 비해서 경영상황 악화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향후 전망도 37% 정도가 악화될 걸로 예상했다"며 "인건비 비중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이 위원은 "이런 현실을 헤아리지 않고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인상한다면 결국은 중기, 소상공인, 근로자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특히 지불능력 안 되는 기업들은 인원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실제 조사해보니 설문대상 업체 중 절반 정도인 47.8%가 고용인원 조정이라든지, 신규 인력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자리가 있어야 최저임금도 있다"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날 최임위 3차 회의에는 재적 위원 27명 중 24명(근로자위원 7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8명)이 참석했다. 최저임금법 17조에 따라 의결정족수를 충족, 회의는 정상 진행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종료 법정 시한은 6월 말이다. 하지만 매년 최임위에서 이 법정 시한을 지킨 적은 거의 없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5일까지인데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올해도 막판까지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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