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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불 꺼진 적 없다…한반도 지키는 '국가태풍센터 사람들'

[르포]건물 중앙 태풍 궤적·피해 한눈에…"국민안전 지킨단 사명감"
[영상]온난화로 예측 더 어려워…"美·日보다 높은 기술·분석력 자부"

(제주=뉴스1) 황덕현 기자 | 2022-05-30 06:00 송고 | 2022-05-30 09:12 최종수정


"기상선진국 미국이나 유럽, 자료를 얻어쓰던 일본보다 높은 기술·분석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태풍으로부터 국민안전을 반드시 지킨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어요."
지난 25일 오후 제주 서귀포 남원읍 국가태풍센터에서 만난 김동진 태풍예보관은 검게 그을린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이날 김 예보관은 현업 근무를 마친 뒤 함동주 국가태풍센터장과 함께 올해 태풍 전망과 대국민 태풍서비스에 대해 설명했다.

한라산 동남쪽 중산간에 위치한 국가태풍센터는 지난 2008년 문을 열었다.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에 합계 추산 약 9조3000억원대 재산피해와 사망·실종자 376명이 발생하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지시로 태풍 전담조직을 강화한 게 시작이었다.

위치는 제주도 남쪽으로 정해졌다. 데이터 수집은 위성과 각 지방 기상청, 기상대, 자동기상관측시스템(AWS) 등을 통해 전국 어디서나 할 수 있지만 중위도에서 북상하는 태풍을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곳에서 관측과 예보를 한번에 할 수 있도록 자리했다.

김동진 태풍예보관이 5월25일 제주 서귀포 국가태풍센터 현업 예보실에서 올해 태풍 발생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김동진 태풍예보관이 5월25일 제주 서귀포 국가태풍센터 현업 예보실에서 올해 태풍 발생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국가태풍센터는 중앙 홀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펼쳐진 날개 모양이다.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태풍 형태를 본떴다. 1층엔 서울·대전 기상청 본청과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이, 2층엔 위성, 레이더를 통해 수집된 관련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현업실이 자리하고 있다. '태풍의 눈'에 해당하는 중앙 공간엔 그간 한반도에 접근했던 태풍 궤적과 큰 피해를 남겼던 차바, 사라 등 태풍의 최대풍속, 인명피해, 재산피해 등이 기록돼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국민 생명에 피해가 없도록 되새기고 노력하자는 의미"라는 게 김 예보관 설명이다.
이곳에서 우리 태풍 예보 기술은 발전을 거듭했다. 2016년 '태풍 씨앗'에 해당하는 열대저압부(TD) 예보를 시작했고 2020년엔 TD 5일 예보도 시작했다. 태풍으로 확대·발달 전이라도 혹시 모를 피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 영향 등으로 현재보다 더 큰 태풍 발생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강도 '초강력'도 신설했다. 지난해엔 태풍 접근시 지역별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기 시작했다. 약 15년 동안 한번도 불을 끄지 않고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면서 얻어낸 성과다.

함동주 기상청 국가태풍센터장이 5월25일 제주 서귀포 국가태풍센터에서 향후 태풍 양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함동주 기상청 국가태풍센터장이 5월25일 제주 서귀포 국가태풍센터에서 향후 태풍 양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약 15년 동안 국가태풍센터는 태풍 진로예보 정확도를 높여왔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태풍 예보정확도는 미국과 일본과 비교해 약 20% 우수하다. 72시간 태풍진로 거리오차는 185㎞로 미국 240㎞, 일본 225㎞보다 정확하다. 함 센터장은 "천리안2A호와 표류 부이 등을 통해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함 센터장은 기상관측 차량을 타고 태풍 쫓아다니며 강도와 특성을 조사·연구한 에피소드를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앞으로 태풍은 더 예측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태풍 발생 숫자는 감소·유지되지만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고위도까지 강도를 유지하고 북상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지난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루핏, 오마이스, 찬투처럼 변칙적 진로로 움직일 수 있다. 함 센터장은 "올해 태풍 발생 개수와 강도를 섣부르게 예단할 수 없으나 태풍 발생 및 강화와 관련한 여러 요인을 꼼꼼히 챙겨서 정보를 국민에게 빠르게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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