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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목록' 박지빈 "여장 도전…'여자보다 예뻐' 댓글에 감사" [N인터뷰]②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22-05-27 09:24 송고 | 2022-05-27 09:26 최종수정
배우 박지빈 / 커즈나인 제공 © 뉴스1
배우 박지빈 / 커즈나인 제공 © 뉴스1


배우 박지빈 / 커즈나인 제공 © 뉴스1
배우 박지빈 / 커즈나인 제공 © 뉴스1

최근 종영한 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에서 박지빈은 '생선'을 연기했다. 이 드라마는 평범한 동네에서 발생하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마트 사장, 캐셔, 지구대 순경이 영수증을 단서로 추리해 나가는 슈퍼(마켓) 코믹 수사극이다. 마트의 각 코너를 담당한 직원들의 이름은 코너명이다. 박지빈은 '생선 코너'의 생선. 공산품을 파는 '공산' '야채' '정육' '알바' 그리고 비상한 기억력을 가진 마트 아들 이광수와 힘을 모아 살인범 추적에 나선다.
말도 없고 전과까지 가진 생선은 초반에는 편견과 의심의 대상이었다. 평범하지 않은 모습이라며 눈초리를 받던 그의 정체는 바로 생물학적 성별과 성 정체성이 다른 성전환증을 가진 캐릭터.

박지빈은 남다른 비밀을 가진 트랜스젠더 생선을 맡아, 그간 미디어에서 그려진 파격적이기만한 트랜스젠더가 아니라 현실에 존재할 법한 인물로 그리려고 애를 썼다. 보는 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길 바라며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임했다는 박지빈은 이 캐릭터를 통해 도전을 하는 동시에 폭넓은 시야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N인터뷰】①에 이어>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난 내가 내 입으로 남자라고 말한 적이 없어'라는 말이 있는데 보이는 게 남자다 보니까 여자 스타킹을 사가는 모습에 (용의자로) 의심을 받고 그런 것들에 대한 아픔을 이야기하는 신에 나온 대사였다. 생선을 연기한 사람으로서 와닿았다. 미디어에서 표현한 트랜스젠더가 아니라 현실에 사는 사람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표현하고 싶었다 .실제로 방송 후에 '가볍게만 표현하지 않아서 고맙다'라는 DM(쪽지)를 받기도 했다. 약간은 뭉클했다. 미디어에서 (트랜스젠더를) 전형적으로 표현하는 스타일의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고 그냥 현실에 있는 평범한 분들도 있다고 생각해서 연기했다

-생선을 판매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대본에는 세 줄 정도다. 능청스럽게 손님을 상대한다 정도였다. 내게는 중요한 신이었다. 말도 없던 생선이 능청스럽게 오징어를 팔고 세일을 하는 게 생선의 한 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잘 표현하려고 여러 아이디어도 내고 덜 민망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한 번에 촬영이 끝났다. 나는 마음에 드는 건 아니어서 촬영이 끝나 '어?' 했던 기억이 난다.

-어릴 때부터 연기 생활을 했다. 생활력이 보이는 캐릭터나 경험이 필요한 연기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나.

▶보통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경험이 더 적을 수도 있다. 회사원을 연기를 해도 직장생활을 해봤던 사람과는 다른 부분이 있지 않겠나. 그런 부분에서 표현을 해야 하는 게 저의 일이니까 그런 걸 많이 보려고 노력했다.
배우 박지빈 / tvN 살인자의 쇼핑목록 스틸컷 © 뉴스1
배우 박지빈 / tvN 살인자의 쇼핑목록 스틸컷 © 뉴스1


배우 박지빈 / tvN 살인자의 쇼핑목록 스틸컷 © 뉴스1
배우 박지빈 / tvN 살인자의 쇼핑목록 스틸컷 © 뉴스1


배우 박지빈 / tvN 살인자의 쇼핑목록 스틸컷 © 뉴스1
배우 박지빈 / tvN 살인자의 쇼핑목록 스틸컷 © 뉴스1

-기억에 남는 댓글이나 반응이 있다면.

▶'나 여잔데 나보다 예쁘면 어떡해'라는 댓글?(웃음) 고마웠던 기억이다. 안 어울릴까봐 걱정도 했지만 극의 흐름상 갑자기 여장을 하고 나타난 점이 거부감이 들면 드라마의 초반부를 망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하지 않기를 바랐고 (인물의) 충분한 이유가 나오길 바랐다. 외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시청자들이 볼 때 이 인물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길 바랐다.

-목소리는 어떻게 신경썼나.

▶원래 내 톤대로 대사를 하고 후반부에 작업을 했다. 목소리를 굳이 인위적으로 내려고 하지는 않았다. 수술을 한 후의 인물도 아니고,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에 집중하지 목소리를 바꿔서 말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스스로의 편견이 깨지기도 했나.

▶원래도 편견이 없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편견이) 깨졌다기보다 조금 더 잘 알 수 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분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그들의 자세한 생각까지 표현하는 것은 (전개상) 어려웠지만, 적어도 여자로서의 삶을 바라는 모습은 표현이 되지 않았나 싶었다. 비중이 많지 않아도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붉은 단심'으로 오랜만에 사극을 했는데.

▶너무 오랜만이었다. 정말 사극 현장에서는 많은 스태프들이 애를 써주신다. 의상팀도 정말 힘들다. 사극 특유의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극의 분위기, 사극의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재미있게 촬영했다.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은 무엇인가.

▶다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어떻게 바뀌는지는 후에 알 수 있는 것 아닐까. 아직 터닝포인트로 볼 수 있는 작품은 없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조급함을 느끼기도 하나.

▶어릴 때부터 정말 많이 받은 질문이다. 조급한 적도 있지만, 조급해야 할 이유가 있나 싶었다. 사람들이 자꾸 '조급하지 않냐'라고 물어보니까 '내가 지금 조급해야 하는 건가?' 싶었다. 군대에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20대는 내가 예상한 모습 큰 그림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잘 나아가고 있구나 스스로 칭찬해주려고 한다. 서른 즈음에는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되돌아보는 시간일 수도 있고,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

-악뮤 수현 등 친한 동료들과 함께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또래 친구들과 작품을 해볼 기회가 많이 없었다. 늘 '해보자' 하다가 이번에 실천하게 됐다. 이런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임할 수 있는 친구가 수현이었다. 수현이도 이런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 수없이 고민해서 시작했다. 돈을 벌려고 시작한 건 아니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즐거운 창작활동을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일터가 아니라 즐겁게 쉬어가는 놀이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우리가 제작하고 홍보도 하고 여러 활동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 배우의 시야가 아닌 또 다른 관점으로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좋은 자극이 되는 동료가 있나.

▶수현이가 좋은 자극을 준다. 수현이는 (김)유정이 때문에 알게 돼서 친해졌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다. 수현이도 배우에 관심이 있고,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더 의지가 생기기도 한다.

-데뷔 20년이 넘었다.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와닿지가 않다. 디너파티라도 했어야 하나. (웃음) 스물여덟이니까 내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을 잘 표현하고 싶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쓸 수 있을 때, 좋은 쓰임이 되는 배우이고 싶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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