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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서현진 '카시오페아', '인턴' 같은 부녀는 가능한가 [시네마 프리뷰]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22-05-26 17:30 송고
'카시오페아' 스틸 컷 © 뉴스1
'카시오페아' 스틸 컷 © 뉴스1

영화 '카시오페아'가 그리는 부녀의 관계는 조금 독특하다. 부녀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는 안성기가 연기한 아빠 인우가 딸 수진(서현진 분)의 알츠하이머 진단에 보이는 반응이다. 잠시 침묵하던 그는 큰 동요 없이 의사에게 치료에 필요한 실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딸이 초로기 알츠하이머라는 중병에 걸렸음에도 아버지에게 큰 감정 표현이나 내적인 고뇌가 보이지 않는 것은 다소 낯설다. 이후에도 영화 속에서 인우의 감정은 종종 가려져 있다.  

인우의 캐릭터가 이렇게 설정된 것은 영화 '인턴'의 영향이 컸다. 연출자 신연식 감독은 '인턴' 속 지혜롭고 따뜻한 '노인 인턴'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 분)를 보고 안성기를 떠올리게 됐으며, 그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아 이 영화를 쓰기 시작했다. 신 감독이 본 '인턴' 속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 분)과 벤 휘태커의 관계는 '유사 부녀'였고, 그는 이 '유사 부녀'의 케미스트리를 '카시오페아'로 가지고 와 진짜 부녀 관계에 녹였다.
이 같은 설정은 새롭기는 하지만, 가족 드라마로서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는 어렵다. 진짜 아버지와 딸은 점잖게 선을 지키는 관계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부모는 사랑과 관심을 주는 절대적인 존재이기에 이 관계에서는 필연적으로 여러 감정과 갈등 요소가 엉켜있을 수밖에 없다. 끈끈하면 끈끈한대로, 서먹하면 서먹한대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 속에는 점잖게 예의를 지키고 있을 수만은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카시오페아'는 의도적으로 부녀 사이의 그러한 감정과 갈등을 배제했다. 특히 이 같은 설정은 아버지 인우의 캐릭터에서 인위적일 정도로 강하게 드러난다.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젊은 여성의 처절한 변화들과 그런 딸을 육아하듯 돌보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끄집어 내기는 어렵다. '리버스 육아'를 통해 이뤄내는 딸과 아버지가 화해라고 정리하기에는 부녀 관계에 대한 설명이나 갈등 요소가 지나치게 적다. 결정적인 갈등이 없으니 화해의 감동도 와닿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수진과 인우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딸과 아버지다. 수진은 하나뿐인 딸 지나(주예림 분)의 육아에 필요가 있을 때만 아버지 인우를 부른다. 늘 날카롭게 날이 서 있는 변호사 수진은 지나에게 언제나 엄격하다. 어린 시절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그는 홀로 거친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고, 그래서 딸 지나도 강하게 키우려고 노력한다.
그런 수진의 삶에 조금씩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했던 말을 되풀이 하고, 뭔가를 깜빡깜빡 하더니 딸 지나를 전 남편이 있는 미국에 보내는 날 급기야 지나를 공항에 데려다 준 사실을 잊어버린다. 아버지 인우와 함께 병원을 찾은 수진의 진단명은 초로기 알츠하이머다. 유능한 변호사이자 '워킹맘'인 자신에게 찾아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수진은 충격을 받지만, 인우는 오로지 그런 딸을 간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버지의 헌신적인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수진의 병세는 더욱 중해져 간다. 그런 수진에게 설상가상 더욱 더 어려운 현실들이 닥친다.

결국 울림을 주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지적이고 날카로운 변호사에서 점점 정신의 빛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 환우까지, 서현진은 한 인물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실감나게 연기했다. 다소 수동적인 아버지 인우를 연기한 안성기는 설정의 한계가 있지만 특유의 따뜻한 존재감으로 영화의 색깔을 만든다. 러닝타임 102분. 오는 6월1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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