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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하나를 사먹을 수 없는 암호화폐?…쉽게 살펴보는 루나의 몰락 과정

UST 디페깅, 디파이 예치자산 급감으로 이어져…UST·루나 폭락
비트코인 준비금도 안 통했다…결국 실패 선언한 테라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2022-05-21 10:43 송고 | 2022-05-22 06:22 최종수정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연일 암호화폐 기사가 쏟아질 정도로 ‘테라 사태’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가총액 7위였던 루나(LUNA)가 한순간에 0원이 되고, 한국 암호화폐 프로젝트이지만 기반은 글로벌 무대였던 테라가 무너지면서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이 흔들렸습니다.  

테라 사태는 단순히 대규모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몰락한 것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테라의 스테이블코인과 루나를 사용하는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규모도 컸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과 디파이 업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게 만들었죠.

나아가 스테이블코인과 디파이에 대한 규제 가능성도 심화시켰습니다. 전체 암호화폐 업계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일인 만큼, 암호화폐 투자자라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하는 사건입니다.

◇스테이블코인, 왜 필요한데?

가격이 일정한 코인, 스테이블코인의 시작은 단순한 의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가상'화폐', 암호'화폐' 등으로 불리는 존재가 가치변동성이 이렇게 심한데 어떻게 화폐 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의문에서 시작했죠.

초창기의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로 빵 하나 사먹을 수 없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고자 만들어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암호화폐를 실물경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탄생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2018년부터 디파이 시장이 태동하고, 암호화폐가 화폐의 역할보다는 투자자산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의 쓰임새도 다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테더(USDT)처럼 암호화폐 시장의 기축통화로 쓰이는 스테이블코인도 있고, 다이(DAI)처럼 디파이 서비스에서 활발히 쓰이는 스테이블코인도 나왔죠.

이 때 USDT 같은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문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USDT는 달러에 1: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발행사인 테더가 USDT 발행량만큼의 달러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구조인데요. 테더의 법인이 조세회피처에 있는 등 신뢰도를 떨어뜨릴만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테더가 정말 코인 발행량만큼의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지 의심받기 시작했습니다. 테더는 이 문제를 끊임없이 해명해야 했죠.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암호화폐 업계에선 테더의 이런 구조가 중앙화됐다는 비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뚫고 다른 스테이블코인들이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법정화폐가 아닌 다른 암호화폐를 담보로 하는 다이(DAI)가 등장했죠. 사용자들은 이더리움(ETH) 같은 다른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기고 스테이블코인인 다이를 대출하는 구조로 다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블록체인 상 스마트컨트랙트로 동작하기 때문에 테더보다는 훨씬 탈중앙화됐다는 의견이 보편적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고정 가격을 알고리즘으로 유지하겠다는 암호화폐가 등장합니다. USDT처럼 특정 회사를 신뢰할 필요 없이, 알고리즘을 신뢰하는 방식이라면 훨씬 더 탈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일 것이란 의견에서 출발한 것이었습니다. 테라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알고리즘으로 '1달러' 유지한 테라 

테라 스테이블코인(왼쪽)은 루나(오른쪽) 토큰을 통해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테라 유튜브 갈무리.© 뉴스1

테라는 가치 안정화를 위한 토큰 루나(LUNA)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인 UST의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입니다. 루나를 통한 차익거래 알고리즘으로 UST 가격을 1달러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구조인데요.

이를 위해 테라는 루나와 UST를 스와프(교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뒀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하면, 1달러 치 루나를 소각하면서 1UST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1UST를 소각하면 1달러 금액에 해당하는 루나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UST 가격이 1달러 이상일 땐 UST 공급을 늘려 가격을 다시 낮춰야겠죠. 따라서 차익거래자들은 루나를 매수한 뒤 UST로 전환하고, 동시에 루나를 소각하면 됩니다. UST 공급량이 늘어나 가격이 다시 1달러로 맞춰지게끔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UST 가격이 1달러 미만일 때입니다. 이론적으로는 UST를 1달러보다 싼값에 매수해서 루나로 전환하고, UST는 소각하면 됩니다. 그러면 UST 공급량을 줄어들어 가격이 1달러로 다시 오를 수 있겠죠.

그런데 이게 늘 이론처럼 작동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UST를 1달러보다 싼값에 매수해 루나로 전환했던 차익거래자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스와프 프로그램을 통해 발행한 루나를 거래소에서 매도함으로써 차익을 확보하겠죠. 이 과정에서 루나에 매도세가 붙어 가격이 하락할 수 있습니다.

UST가 1달러로 다시 올랐다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공급량이 줄어들어 가격이 1달러로 오르려면 UST의 수요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아 UST 가격이 계속 1달러 미만으로 떨어져 있게 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앞서 언급했던 차익거래자들이 UST를 싼값애 매수해 루나로 전환하고, 그 루나를 계속 매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루나 매도 물량은 시장에 더 많이 쏟아지게 되고 루나 가격은 급락할 수 있습니다.

◇디페깅부터 가격 폭락까지, UST의 몰락
17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자산 '루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최근 한국 블록체인 기업 테라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테라'가 무너지면서 자매코인 격인 '루나' 역시 5월초 대비 95%에 가까운 폭락이 이어지고 있다. 2022.5.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이번 사태도 이 같은 이유로 발생했습니다. UST의 1달러 고정 가격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루나 가치도 함께 떨어졌고, UST가 계속 1달러 미만에서 거래되면서 루나 가격은 급락세를 이어간 건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왜 UST의 1달러 고정 가격이 무너지기 시작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UST가 가장 많이 거래되는 탈중앙화 거래소(DEX) '커브파이낸스'에서 UST의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덤핑 거래들이 수차례 발생했습니다.

DEX는 업비트, 바이낸스 같은 중앙화 거래소와는 거래 방식이 다릅니다. UST를 매도하고 싶다면 가지고 있는 UST를 DEX 내 풀에서 다른 암호화폐와 스와프(교환)하는 방식으로 거래합니다. 지난 7일, 커브파이낸스에서는 UST를 다른 암호화폐로 스와프하는 거래가 계속 발생했습니다. 8500만달러 규모 거래부터 시작해 1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거래가 네 번에 걸쳐 이어졌고요. 이후에도 수백만, 수천만 달러 단위로 UST를 다른 암호화폐로 바꿔갔습니다.

중간에 다른 암호화폐를 UST로 스와프하는 반대 상황의 거래들도 발생했기 때문에 UST 가격은 1달러 고정 가격이 무너지는 ‘디페깅’ 현상을 겪다가도 1달러 가격을 회복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UST 매도세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1달러 가격은 회복 불가능의 상태에 접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디페깅의 시작이었습니다.

여기서 테라 블록체인 생태계의 특징을 알아야 합니다. UST 고정 가격이 무너지면 루나 가격도 하락한다는 것은 앞서 설명했는데요. 테라 블록체인 생태계는 UST와 루나로 묶여 있습니다. 즉, 테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많은 서비스들이 기축통화로 UST와 루나를 사용합니다.

테라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중 가장 유명한 게 앵커프로토콜입니다.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서비스로서, 테라와 루나의 시가총액 규모를 키운 게 앵커프로토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앵커프로토콜은 20%에 달하는 높은 이자율과 더불어 담보 자산으로 유동화된 토큰을 쓰는 방식 덕분에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담보로 잡은 루나를 유동화한 토큰, 일명 그림자 토큰인 'bLUNA'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 UST를 대출하고, 또 이 UST를 예치함으로써 고이율의 이자를 받는 구조입니다. 한 마디로 UST와 루나로 돌아가는 대출 서비스인 것이죠.

지난 7일부터 UST의 '디페깅'이 시작되면서 UST 가격 변동성이 심화되자, 앵커프로토콜에 예치돼 있던 UST가 빠르게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UST의 가격 유지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수요가 뒷받침되는 상황에서 UST의 공급량을 줄여 가격을 다시 1달러로 맞춰야겠죠.

그런데 앵커프로토콜에 예치돼 있던 UST가 밖으로 풀리면서 UST 수요가 급감했고, 공급량을 줄인다고 해도 가격은 다시 1달러로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앵커프로토콜이 테라 기반 디파이 서비스에서 6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서비스였기 때문입니다. 앵커프로토콜에서 UST가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디페깅 현상은 더욱 심화됐고, UST 가격은 손도 쓸 수 없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비트코인 준비금'도 안 통했다…결국 실패 인정한 테라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테라는 UST 디페깅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비트코인(BTC)으로 준비금을 마련해둔 바 있습니다. 테라 생태계를 지원하는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는 지난 6일까지 8만394BTC, 약 35억달러(4조45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확보해둔 바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비트코인을 확보해두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7일에 디페깅 현상이 발생했죠. 이후 UST 가격은 1달러를 회복하지 못하고 계속 떨어졌고요.

이에 지난 10일, LFG는 비트코인으로 UST를 사들여 시장에 풀린 UST 공급량을 줄이고, UST 가격을 다시 올리려고 했습니다. 무려 3만3206BTC로 UST를 사들여 가격 회복을 시도한 것이죠.

그럼에도 UST 수요가 전혀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은 회복되지 않았고, 오히려 비트코인 매도 물량만 시장에 풀려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하락하는 하락장을 초래했습니다.

결국 개발사인 테라폼랩스도 테라 프로젝트가 실패했음을 인정했습니다. 현재는 테라 블록체인을 포크해 새 블록체인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투표가 진행되고 있고요. 다음 시리즈에서는 테라 사태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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