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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민 "'파친코' 출연할 뻔…미국서 韓 콘텐츠 인기 폭발" [N인터뷰]②(종합)

한국계 미국인 배우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애프터 양'

(전주=뉴스1) 정유진 기자 | 2022-05-01 13:00 송고
저스틴 민 / 에코글로벌그룹 제공 © 뉴스1
저스틴 민 / 에코글로벌그룹 제공 © 뉴스1
존 조와 스티븐 연, 한국계 캐나다인 샌드라 오까지 여러 명의 한국계 배우들이 할리우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과거 아시아계 배우들은 스테레오 타입의 조연 역할에 머무를 때가 많았으나 근래에는 K콘텐츠의 폭발적인 인기와 다양성을 위한 내부 자정의 효과가 시너지를 일으키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애프터 양'(감독 코고나다)의 주인공 저스틴 민(32) 역시 미국에서 태어나고 한국 부모 밑에서 자란 교포2세로, 하루가 다르게 확장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계보에서 '슈퍼 루키'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배우다.

'애프터 양'은 안드로이드 인간 양이 작동을 멈추면서 한 가족에게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미국 작가 알렉산더 와인스틴의 원작 '양과의 안녕'(Saying Goodbye to Yang)을 영화화했다. 애플TV+(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의 공동 연출로 이름을 알린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이 '콜럼버스'에 이어 선보이는 두 번째 장편 영화로 '미나리' 제작사 A24의 신작이기도 하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일에 맞춰 한국을 방문한 저스틴 민은 "아버지가 전주는 비빔밥이 굉장히 유명하다고 해서 비빔밥을 먹어보고 싶다"며 우리 문화에 대한 친근감을 드러냈다. 대학 졸업 후 고민의 시간을 거쳐 배우의 길을 택한 그는 넷플릭스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벤 역할로 글로벌하게 이름을 알렸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저스틴 민의 팬들은 그의 생일에 맞춰 지하철 광고를 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한국 팬들의 따뜻한 사랑에 "실감이 안 날 정도로 감사하다"는 저스틴 민을 만나 한국계 미국인 배우의 삶과 가족, 현지의 배우로서 느끼는 K콘텐츠의 인기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현재 저스틴 민은 우리나라 회사인 에코글로벌그룹과 계약을 맺고 미국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활동을 준비 중이다.

저스틴 민 / 에코글로벌그룹 제공 © 뉴스1
저스틴 민 / 에코글로벌그룹 제공 © 뉴스1

다음은 저스틴 민과 일문일답

<【인터뷰】①(종합)에 이어>
-영화 속에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고 했는데 어떤 점에서 양이 자신과 비슷한 점을 갖고 있다고 느꼈나.

▶영화에서 주인공은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체성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했고 나도 같은 정체성의 질문을 늘 가지고 있었다. 사실 이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정체성에 대한 확실한 답을 지금 드릴 수가 없고 내가 평생 가져가야 할 숙제가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이 정체성이라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양상을 가지고 있다. 사실 나는 한국인의 외모를 가지고 있고 한국 음식을 사랑하고 한국말을 조금 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한국의 역사도 잘 모르고 역사와 직접적 연결성도 없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정말 완벽한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 또 내가 자녀를 가지게 될 때 나의 자녀에게는 한국인의 어떤 유산과 전통성과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된다.

-한국어를 알아듣는 것 같은데,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것인가.

▶말하는 것보다는 청취력이 더 좋은 편이다. 왜냐하면 집에서 아직까지 부모님께서 한국어로 말씀을 하시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어를 연습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지금은 사실 좀 많이 까먹었다. 한국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다 기억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내가 대학 재학 중에 3개월 동안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시간을 보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한국말 실력이 굉장히 좋아져서 부모님께 한국말로 이메일을 보냈던 기억도 난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어린 시절에는 한국을 어떻게 생각했고 지금은 어떤 곳이라 생각하나.

▶어린 시절부터 한국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고 살았다. 왜냐하면 내가 유년 시절 살았던 동네가 아시아인도 굉장히 많았고 전체 인구의 70%가 아시아인이었다. 그중에서도 한국인이 굉장히 많았던 동네였다. 그래서 친구랑도 한국말을 하고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도 한국말을 할 수가 있었고 교회도 한국 교회를 다녔다. 그래서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굉장히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자랐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졸업을 한 이후 뉴욕으로 가서 그때는 사실 한국인으로서의 문화라든가 정체성에 대해서 좀 퇴색이 됐던 시절이다. 다시 성인이 되고 배우가 된 다음에는 내가 새롭게 한국인의 문화와 한국인으로서의 감사함을 갖게 됐다. 최근에 한국 문화라든가 한국 영화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었고 콘텐츠를 많이 흡수를 할 수가 있었다. 아시다시피 K컬처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많은 분들이 나한테 와서 한국인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됐다. 그 질문에 잘 대답을 하고자 더 많이 배우고자 하게 됐다.
저스틴 민 / 에코글로벌그룹 제공 © 뉴스1
저스틴 민 / 에코글로벌그룹 제공 © 뉴스1

-영화 속에서 양은 제이크가 말하는 진짜 차의 맛을 알지 못하고 그 맛을 궁금해 한다. 기자회견에서도 그 장면과 실제 자신의 상황을 비교해서 '내가 (한국에 대해) 아는 게 진짜일까'라고 생각을 했다고 했는데, 그래도 '이게 진짜 한국이다'라고 느낄 때는 언제였나.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가 아닌가 싶다. 특히 새해 같은 휴일에 가족들과 함께하고 한복을 입고 할머니께 세배를 드릴 때는 내가 정말 나의 한국인의 정체성과 유산에 연결이 돼있구나, 하고 느낀다.

-이번 작품에 출연한 것이 개인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었나.

▶이 영화를 만들게 되고 참여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기쁨이었고 영광이었다. 동시에 너무 대단한 경험이라 사실 살짝 두렵기도 하다. 앞으로 내가 출연할 영화가 이만큼 좋은 경험을 나에게 줄까, 하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좋은 분들과 좋은 영화 만들기를 기대한다. 이번 영화는 내게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열정을 가지고 스토리에 공감해 주셨고, 같은 한국계 미국인과 작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비아시아계 사람들과 작업을 해 한국인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 것의 의미를 잘 몰랐다. 한국계 감독님과 작품을 하면서 정말 특별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공감을 느꼈다. 서로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그냥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감정을 공유한 것이 너무 좋았다. 아픙로도 아시아계 분들과 더 많은 작업을 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한국에서는 K콘텐츠가 각광받고 있다는 뉴스를 많이 보는데, 실제 미국에 사는 업계 관계자이자 배우로서는 어떻게 느끼나.

▶실제로 미국에서도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많다. 내가 가는 미팅마다 그리고 나를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면 바로 '나 '오징어 게임' 너무 좋아해' ''기생충' 너무 좋아해' 하고 한국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여준다. 생각해 보면 좀 재밌다. 5~6년 전만 해도 내가 한국계라는 걸 알자마자 '나 김치 좋아해'라고 하면 더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고마워, 김치 좋지' 하면 거기서 끝이었는데 이제 더 이상 한국은 김치가 아니다. 한국의 미디어 콘텐츠를 많은 분들이 관심갖고 사랑해 준다. 좋은 소식이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원래 한국 콘텐츠는 항상 이렇게 뛰어난 질을 자랑했는데 이제야 넷플릭스를 통해 몇 개 보고 나서 한국 콘텐츠의 힘을 알아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K콘텐츠의 인기가 배우 저스틴 민에게도 도움을 주고 있나.

▶사실 작년만 해도 내가 한국에서 배우 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뻔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계약 관련 법에 걸려서 일하기가 어려웠다. 한국에서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한국에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감독분들이 너무 많다.

-미국에서 K콘텐츠가 인기가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접근성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콘텐츠가 특별히 변한 게 아니라 늘 좋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 전 세계 관중들에게 접근성이 더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저스틴 민 / 에코글로벌그룹 제공 © 뉴스1<br><br>
저스틴 민 / 에코글로벌그룹 제공 © 뉴스1


-좋아하는 K콘텐츠가 있다면.

▶한국 드라마와 영화, 콘텐츠가 너무 많아서 뭘 뽑아야 될지 모르겠다. 나도 사실 유년 시절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자랐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 오랫동안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다가 최근에 넷플릭스를 통해서 더 많은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게 됐다. 그러는 동안 한국 콘텐츠는 정말 다른 점이 색다른 점이 많다는 걸 느꼈고 모든 드라마가 한편의 영화처럼 굉장히 퀄리티가 높다는 점을 높이 사고 있다.  제일 최근에는 '스타트 업'이라는 드라마를 즐겨봤고요 여기에 나오는 할머니(김해숙 분)를 정말 좋아한다. 영화 중에서 특히 인상깊게 본 영화는 '버닝'이다.

-'버닝'이 연출자 이창동 감독도 전주에 와 있다. 혹시 조우할 기회가 있었나.

▶이창동 감독이 여기 계신줄 몰랐다. '버닝'의 주인공인 스티븐 연과 내가 최근에 작품을 같이 하고 있어서 한국에 오기 바로 전에 스티븐과 얘기를 했었다. 그에게 내가 얼마나 '버닝'을 좋게 봤는지에 대한 얘기를 한 기억이 있다.  이창동 감독님이 전주에 계신 줄도 몰랐는데 소개 좀 꼭 부탁드린다.

-'애프터 양'의 코고나다 감독은 애플TV+ '파친코'의 연출자로도 유명하다. '파친코'를 봤나.

▶당연히 봤다. 몇 년 전에 책으로 먼저 접하게 돼서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책이 이렇게 TV 시리즈로 만들어져서 매우 기쁘게 생각을 했었다. 사실은 '파친코'에 출연을 할 뻔 했는데 스케줄이 안 맞아서 무산돼 좀 아쉬운 면이 있다. 코고나다 감독님 뿐만 아니라 다른 에피소드를 담당하신 저스틴 전 감독 등 굉장히 훌륭한 재능이 많은 감독님과 배우들이 함께 한다고 알고 있다.

-'엄블렐러 아카데미 시즌3'도 기다리고 있다. 시즌3에서 기대할 내용을 얘기해달라.

▶'엄브렐러 아카데미'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스포일러라서 말씀을 드릴 수가 없다. 하지만 굉장히 촬영을 하면서 기뻤다. 왜냐하면 내가 TV 쇼에서는 드물게 굉장히 새로운 캐릭터를 창출을 해서 연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과정이 굉장히 즐거웠다. 기대하셔도 좋다.

-양과 같은 안드로이드 로봇을 데려올 수 있다면 어떤 기능, 혹은 지식이 있는 로봇을 데려오고 싶나.

▶이렇게 내가 여행을 할 때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번역 기능이 있는 AI 로봇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한국에서 지하철 광고를 할 정도로 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알고 있나.

▶한국에서 인기를 실감하기가 어려웠는데, (지하철 광고를 알고) 굉장히 충격적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한국에서 '엄블레러 아카데미'가 상영이 되는 지도 몰랐고 이렇게 인기가 있는 지도 몰랐는데 상영이 되면서부터 한국 팬들로부터 메시지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생일 때 이렇게 지하철 광고까지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실감이 안 날 정도로 감사하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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