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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리뷰] '우리'는 왜 '폭망'했나

공유오피스 '위워크' 흥망성쇠 다룬 애플TV+ 오리지널 '우린폭망했다'
위워크를 넘어 스타트업에 대한 우화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2022-04-30 17:10 송고
애플TV+ 오리지널 '우린폭망했다' 스틸컷 (애플 제공)

공간,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플랫폼.

공유오피스 '위워크'를 수식하던 문구다. 공유경제, 긱이코노미 등이 우리의 미래를 추동할 마법의 단어로 호명될 때, 사무실에도 새로운 가치가 부여됐다. 기자 초년생 시절 마주한 위워크는 '그냥 사람들 여럿이 모여 같이 쓰는 사무실'로만 보였지만, 보도자료 첫머리에 붙는 수식어는 공유오피스가 아니었다. 대신 마법 같은 단어들로 채워져 있었다.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플랫폼'이라니. 유튜브나 인스타그램도 아니고 말이다.

"위워크의 사명은 세계의 의식을 높이는 것."

'우린폭망했다'(WeCrashed)를 보면서 그 보도자료가 떠올랐다. 창업자 애덤 뉴먼을 중심으로 위워크의 흥망성쇠를 다룬 '애플TV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극 중 마법의 수식어로 가득하다. 담대하게, 헌신적으로, 열정적으로. '판교 사투리'의 교과서 같은 말(위 단어를 영어로 바꿔보자)의 홍수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리고 이내 애덤 뉴먼의 말에 홀려 위워크 로켓에 함께 탑승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위, 워크! 위, 위크!

첫 장면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위워크 CEO 애덤 뉴먼이 이사회에서 사임 결정을 통보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연쇄 창업가를 자처하는 애덤 뉴먼이 무수한 실패 끝에 위워크를 시작하는 극적인 서사로 이어진다. 마지막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폭망'의 결말로 되돌아간다.

위워크의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 덩어리인 이 시리즈에 있어서 중요한 지점은 이미 벌어진 사건을 어떻게 재구성하느냐 하는 점이다. '우린폭망했다'는 애덤 뉴먼이라는 인물에 집중했고, 해당 배역을 맡은 자레드 레토의 광기 어린 연기를 통해 관객을 홀린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위워크라는 공간과 스타트업 문화를 간접 체험하게 된다. 마치 그의 매력에 빠져 위워크에 투자하는 투자자마냥. 세상을 위해 큰일을 하고 있다는 사명감으로 일하는 위워크 직원마냥.

이를 통해 극은 단순히 '먹튀' 사업가에 대한 권선징악이라는 뻔한 서사로 빠지지 않고, 입체적으로 당대의 위워크를 그려낸다. 그리고 위워크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창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우화로 기능한다.

형이 왜 여기서 나와? 배우 김의성이 '위워크'에 투자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역할을 맡았다. (애플 제공)

"왜 사무실 공유 회사에서 커피 크림 회사의 주식을 사는 거죠?"
"직원들이 커피를 마시니까요."

한때 최대 470억달러(약 59조원)의 가치를 인정 받았던 기업은 IPO 과정에서 실상이 까발려진다. 스타트업이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인 '스케일업'(규모의 성장)에만 몰입한 결과 위워크는 밑 빠진 독이 됐다. 공유오피스를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포장해도 임대업이라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막대한 투자 비용을 쏟아부어도 '존버'(힘들어도 버틴다는 뜻)가 가능한 무형의 플랫폼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여기에 애덤 뉴먼의 기행이 겹치면서 위워크는 쇠락의 길을 걷는다. 자신이 서핑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인공파도를 만드는 회사에 투자하고, 사업 접점이 떨어지는 셰어하우스 '위리브'(WeLive), 초등교육 서비스 '위그로'(Wegrow) 등으로 무리하게 사업 확장을 하는 식이다. 전통 산업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며 무한히 증식하는 '위' 시리즈는 문어발 확장에 지나지 않았고, 위워크의 돈은 '위'에 대한 상표권료로 애덤 뉴먼 개인에게 흘러 들어간다.

창업가의 기행은 기업이 성장할 때는 '미친 짓'으로 추앙받지만, 반대의 경우엔 '광인'으로 추락할 뿐이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강하고 담대하며 획기적으로, 부상할 겁니다! 더 헌신적이고 열정적으로요. 세계의 의식을 높이는 우리 사명에 헌신할 겁니다."

말의 향연에 취했던 사람들은 수식어를 걷어낸 위워크의 현실을 직시한다. 애덤 뉴먼이 숨 쉬듯 내뱉는 '스타트업 휴먼체' 같은 말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은 극의 초반과 후반 극명히 나뉜다.

위워크 종로타워점 (위워크 제공)

2018년 당시 막 문을 연 '위워크 종로타워'를 경험해 볼 기회가 있었다. 위워크는 힙한 감각과 높은 개방성, 네트워킹, 다양한 행사를 바탕으로 마치 인스타그램을 하는 것 같은 경험을 줬다. 묘한 자기 고양감과 함께 일하는 매 순간 자신을 전시하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위워크는 애덤 뉴먼의 말처럼 일의 미래로 보였다.

위워크 보도자료에는 '공유오피스'라는 단어가 한 차례도 쓰이지 않았다. '오피스'가 아닌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내세우며 위워크는 한국 시장에도 공격적으로 진출했다.

공격적으로 지점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적자는 당시에도 문제로 여겨졌다. 이에 대한 기자의 지적에 위워크 관계자는 "위워크가 일의 미래, 도시의 미래라고 믿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현재 위워크 종로타워점은 간판을 내렸다. 위워크는 한국에서도 추가 지점을 열지 않고, 흑자 전환에 주력하고 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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